메뉴 건너뛰기

close

입시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영훈국제중의 현직 교감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역 부근 영훈국제중 교문에 추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추모현수막 내걸린 영훈국제중 입시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영훈국제중의 현직 교감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역 부근 영훈국제중 교문에 추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이주영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17일 오후 8시 32분]

입학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영훈국제중 교감 김아무개(54)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 날인 17일 오후,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로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학교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학교 관계자나 외국인 교사, 배달 차량만 교문을 지나갈 뿐이었다.

학교 앞 좁은 골목 역시 조용했다. 같은 법인 산하 영훈초·영훈고 학생들만 등교한 교정에서 종종 수업하는 소리가 흘러나올 뿐이었다.

영훈중은 학생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해 이날부터 이틀 동안 휴교에 들어갔다. 앞서 오전 9시께 영훈중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학교에 찾아왔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은 교문 앞에 차례로 조화를 내려놓고 묵념한 뒤 자리를 떴다.

영훈중 이틀 동안 휴교... 학교 관계자 반응 '싸늘'

굳게 닫힌 교문만큼 학교 관계자들의 반응도 차가웠다. 학교를 빠져 나오는 몇몇 교직원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한 외국인 교사는 "미안하지만 대답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오후 3시가 되자 영훈초 학부모들이 교문 앞에 모여들었다. 몇몇 학부모에게 학교 분위기를 물었지만 입을 굳게 다문 채 기자의 시선을 피했다. 교문에서 자녀가 나오는 즉시, 아이의 손을 잡고 황급히 자리를 뜨기 바빴다.

하교하는 영훈초 아이들도 기자들을 경계했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누군가 돌아가신 것만 알고 있었는데, 그분이 영훈중 교감 선생님인 줄 몰랐다"며 "교내 분위기가 침울하진 않지만 선생님들이 약간 쉬쉬하는 것 같았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입시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영훈국제중의 현직 교감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7일 오전 영훈국제중 학생들이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역 부근 영훈국제중 교문앞에 흰 국화꽃을 놓은 뒤 묵념을 하고 있다. 영훈국제중은 사고 이후 학생들의 충격을 고려해 17~18일 이틀간 휴교조치를 취했다.
▲ 교감 추모하는 영훈국제중 학생들 입시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영훈국제중의 현직 교감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7일 오전 영훈국제중 학생들이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역 부근 영훈국제중 교문앞에 흰 국화꽃을 놓은 뒤 묵념을 하고 있다. 영훈국제중은 사고 이후 학생들의 충격을 고려해 17~18일 이틀간 휴교조치를 취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한 학교 관계자는 교문 앞에 서 있는 기자에게 "뭘 알아내려고 굳이 여기까지 오냐"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기자들 때문에 겨우 3시간 자고 근무 중"이라며 "휴교 중인데도 월담까지 시도하면서 학교 안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영훈중 교감은) 정말 인자하고 좋은 교육자셨는데, 그런 분이 이렇게 돼 학교 분위기가 정말 안 좋다"며 "(학교 관계자) 모두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영훈중 입학비리 관련 언론보도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언론들이 학교 내부 사정은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이곳을 좋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는지 모른다. 물론 학교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무조건 나쁜 점만 지적하는 언론도 문제 있다. 우리도 억울하다."

고인 빈소에 학생·학부모 조문 행렬... 영훈중 출신 외고 학생들도

이날 오후,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도 적막감이 흘렀다. 유가족과 학교 관계자 30여 명이 빈소 앞을 지키고 있었다. 조문객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하게 금지됐다. 정동식 교장은 "일이 이렇게 돼 (심적으로) 정말 힘들다"며 "미안하지만 돌아가달라"고 부탁했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던 병원 관계자도 "유가족이 취재를 원치 않아 출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영훈중 학생과 학부모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여름 교복을 입은 학생 10여 명이 조문을 마친 뒤 침울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검은 정장·검은 구두 차림에 숄더백을 맨 어머니들도 3~5명씩 무리 지어 조문했다.

영훈중 출신 대원외고 학생들 역시 빈소를 찾았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교복 차림으로 장례식장에 온 한 학생은 "마음이 아프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학생도 "정말 좋으신 선생님이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입시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의 현직 교감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7일 오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흰 국화꽃을 들고 온 학생들이 휴교조치가 내려져 교내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학교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은 교문앞에 국화꽃을 내려 놓은 뒤 묵념을 하고 돌아갔다.
▲ 흰 국화꽃 들고 온 영훈국제중 학생들 입시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의 현직 교감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17일 오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흰 국화꽃을 들고 온 학생들이 휴교조치가 내려져 교내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학교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은 교문앞에 국화꽃을 내려 놓은 뒤 묵념을 하고 돌아갔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한편,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신성식 부장검사)는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80)을 이번 주 중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개인 차량 유류비, 영훈중 증축공사비 등 법인 회계에서 집행해야 할 12억7000만 원을 영훈초·중학교 회계에서 부당 처리한 혐의(업무상 횡령 및 사기) 등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김 이사장이 성적 조작에 관여한 부분도 수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사장을 제외한 피고발인 10명을 한 번 이상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2009~2010년 입학을 대가로 학부모 5명에게서 9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영훈중 행정실장 임아무개(54)씨를 지난 14일 구속기소했다.

또한 검찰은 고인이 된 영훈중 교감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2013학년도 영훈중 입학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김씨는 입학 전형에서 입학관리부장·교무부장 등과 함께 특정 학생을 합격 또는 불합격시키고자 성적 조작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0일과 11일 고인을 조사했을 당시 모두 변호사가 동석했기 때문에 가혹 행위는 있을 수 없었다"며 "지금까지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영훈중, #국제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