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조해우 역의 손예진(왼쪽)과 한이수 역의 김남길.

<상어> 조해우 역의 손예진(왼쪽)과 한이수 역의 김남길. ⓒ K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돌이켜 보면 <부활> 때도 그랬었다. 그리고 <마왕>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의 드라마들은 조그만 구멍 하나가 결국엔 봇물을 터지게 하듯, 차곡차곡 쌓아져 가는 맛에 보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그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들만이 환호작약한다는 '마니아' 드라마의 원조이기도 했고, 종영 직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난해한 드라마이기도 했다.

이른바 복수 시리즈의 완결판 드라마 <상어>를 만들려고 한 것이 무려 5년 전이었다고 한다. 5년이란 시간이 너무 긴 것이었나, 아니면 5년이란 시간 동안 세상과 우리가 너무 많이 변해버린 것일까?

드라마 <상어> 공감이 필요하다

사실 남녀 주인공을 주야장천 풀샷(피사체 전체 모습이 나오게 촬영하는 방법)과 클로즈업(피사체를 가까이 당겨 자세하게 담아내는 촬영 방법)으로 잡아대기에는 얼마 전 종영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도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힐링 캠프>에 출연한 윤여정이 그러려면 뭐 하러 야외 촬영을 했냐고 말했을까? <상어> 역시 만만치 않다. 남녀 주인공인 김남길과 손예진이 등장하면 카메라를 과할 정도로 두 사람에게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조해우(손예진 분)의 첫사랑 한이수(김남길 분)가 교통사고 이후에 실종되었다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성인이 된 이후 이미 결혼까지 하며 잘 살아가는 조해우와 그 앞에 자꾸 얼씬거리는 김준(한이수, 김남길 분)이 치명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안타깝게도 작가와 감독이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공을 들였음에도, 그 사랑이 시청자의 마음에 깊게 아로새겨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론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첫사랑 트라우마가 공감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아온 김준은 해우를 만나기만 하면 복수의 야망이 흔들릴 만큼 그녀에게 다시 빠져든다. 앞서 걸어가는 그녀를 향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고, 비 오는 거리에서 다짜고짜 입을 맞출 만큼 말이다. 물론 지나온 시간 동안 12년 전의 그 사건에 매여져 있는 김준이니깐 더욱 해우에게 얽매여 있을 수도 있겠다.

14년 만에 만난 그녀가 정말 그렇게 똑같을까? 어린 시절의 해우는 지금의 해우와 비슷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늘 우울하고 퉁명스러운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의 해우는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었다. 물론 얼굴이나 표정 못지않게 그 사람의 분위기도 중요한데, 한이수의 실종까지 겪은 해우는 너무나 밝게 자라지 않았나.

그런 그녀에게 다짜고짜 '치명적'으로 빠져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에 그조차도 김준이 된 한이수의 계략이라면 몰라도 오히려 행복해하고, 밝아진 그녀에게 이질감을 느끼는 게 먼저 보일 반응이 아닐까.

 <상어>의 오준영(하석진 분)과 조해우(손예진 분).

<상어>의 오준영(하석진 분)과 조해우(손예진 분). ⓒ KBS


과거 드라마와 익숙한 코드, <상어>는 달라져야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다. <상어>가 어딘가 모르게 예전 드라마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돌아온 첫사랑에 대해 한결같은 주인공의 감정이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보인 것들이다. 하지만 <상어>가 처음 기획된 뒤 5년이 흐른 만큼 대중들의 감성도 변했을 법하다. 이제 사람들은 주인공의 지고지순함에 쉽게 동조하지 못한다. 첫사랑의 그녀 해우를 기억해 내고, 해우가 저렇게 달라졌는데, 어떻게 한결같이 사랑할 수 있으랴.

또한 사랑한다면서 검사가 된 그녀에게 사건의 열쇠를 맡기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미 결혼까지 한 유부녀다.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끌고 가려는 전제들에 대해 시청자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건 현장마다 그려진 붉은 원의 표식을 보면 자꾸 미국드라마 <멘탈리스트>가 떠오른다. 거기서 연쇄 살인범 레드 존은 사람을 죽이고 나면 그 현장에 웃는 얼굴을 그려 놓았다. 드라마 <상어>가 던지는 의문의 표시를 비롯해서 이른바 여러 '떡밥'들을 이미 다른 작품에서 본 것과 같은 익숙함이 있다.

6회 방송에서 등장한 서점 아저씨가 있었다. 자전거를 탄 그의 손엔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작가와 감독은 의미심장하게 서점 아저씨의 신분을 숨겼다고 생각했겠지만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이미 수상한 낌새를 느꼈을 법하다.

단순한 감정선에 어디선가 본 듯한 사건의 구성으로는 공감을 이끌기 어렵다. 박진감 있게 진행돼야 할 상황을 <상어>는 김준의 복수를 강요한 채 한 박자 늦춰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뭔가 이야기가 나오는데 막상 등장하면 좀 시시해지는 <상어>다. 안 보자니 아쉽고, 보자니 답답한 그런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상어 손예진 김남길 하석진 KB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