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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성균관대 600주념 기념관에서 서중석 교수가 정년퇴임 기념 고별 강연을 하고 있다.
 10일 오후 성균관대 600주념 기념관에서 서중석 교수가 정년퇴임 기념 고별 강연을 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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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특수부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을 점령했다고요? 정말 신기한 주장이에요. 인류가 달나라를 점령했다는 이야기보다 더 신기합니다."

10일 서중석(65) 성균관대 교수의 고별강연 현장. 미소를 지으며 강연을 이어가던 서 교수가 돌연 굳은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를 중심으로 제기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날 선 비판을 던진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현대사학자로 꼽히는 서 교수는 "당시에는 북한군이 들어올 수 있는 틈이 전혀 없었다, (보수논객) 조갑제씨도 이같이 말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도 왜 허무맹랑한 주장이 퍼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한 일부 종합편성채널에도 "방송은 책임 있는 곳 아닌가,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이러한 주장에 나오는 걸 보고 놀랐다"고 질타했다. <TV조선> <채널A>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으로서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탈주민 인터뷰를 보도하는 등 5·18을 왜곡하는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는 "3·15 부정선거를 반대하는 세력을 빨갱이로만 몰아쳐도 통하는 때가 있었는데,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며 "(한국현대사 왜곡은) 과거의 극우 반공 이데올로기를 재연시키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정부, '건국절' 논란 MB 정부와 다른 게 없다"

올해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제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날 고별 강연을 하게 된 서 교수는 '5·18 논란' 후에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한국현대사 왜곡 실태를 두고 개탄했다. 특히 뉴라이트 학자가 집필진으로 참여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교학사)가 검정 본심사를 통과한 일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이승만 정권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저평가하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이 교과서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집필진들이 책 통과를 위해 표현 등에 유의하며 서술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그들의 주장에 담긴 편향된 인식은 새로 나올 교과서에도 담긴 게 뻔하다. 그동안 보수 또는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학자들이 보여준 행보만 봐도, 그들이 어떤 교과서를 쓰고자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95년부터는 '이승만 살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고, 2004년 전후로는 친일파까지 복권시키려 하지 않았나."

이어 "이명박 정부에 들어 '건국절 논란'이 일어나는 등 역사 왜곡 시도가 이어졌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달라진 점이 없다"며 "남북 간의 긴장이 훨훨 고조되던 시대로 돌아가자는 수구 세력의 주장이 도무지 그치지 않는다, 무서운 사람들이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이런 모든 것이 한국현대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하며 "건강한 사회 위해 현대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크고 많다"고 강조했다. 또, 역사학계 후학들이 직접 나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역사왜곡 문제를 감시해야 한다고도 부탁했다.

이외에도 그는 한국현대사를 전공하게 된 배경, 한국현대사에 대한 자신의 철학 등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냈다.

<신동아> 기자 출신 '한국현대사 1호 박사'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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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 강연에는 성균관대 사학과 학생 및 제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유인태 민주당 의원 등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인연을 맺은 인사들도 함께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한 시간 동안의 강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강연 후에는 김득중(국사편찬위원회)·김효순(한겨레신문사)·정해구(성공회대)·지수걸(공주대) 등이 좌담회에 참여해 서 교수와 한국현대사 연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서울대 재학시절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세 차례나 제적·복교를 거쳤던 서 교수는 1979년부터 <신동아> 기자로 활동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1년부터 23년 동안 교직에 몸담으면서 제자들을 양성했다.

'한국현대사 1호 박사'인 그는 <한국현대민족운동연구> <조봉암과 1950년대>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6월 항쟁 : 1987년 민중운동의 장엄한 파노라마> 등을 저술했다.


#서중석#한국현대사#일베#종편#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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