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최성원이 유니버셜 아트센터 분장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배우 최성원이 유니버셜 아트센터 분장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이슬


창작뮤지컬 <남자가 사랑할 때>가 공연된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승일 역으로 분한 뮤지컬 배우 최성원을 만났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첫사랑의 향수에 젖어드는 스토리와 공감 가는 등장인물, 화려한 안무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 뮤지컬 '어쌔신' 때와 비교해서 살이 많이 빠졌는데, 비법이 있나?
"14kg을 감량했다. 빠졌다 찌기를 반복하는 편이다. 꾸준한 운동과 식단 조절을 병행한다. 등산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편이다. 배우들과 등산을 즐기기도 한다."

- 이번 공연에서 승일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점은 둔 부분은?
"<남자가 사랑할 때>는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두 남자를 통해 세상의 여러 가지 사랑법 중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지켜주는 방법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방법을 보여준다. 승일은 후자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애착이나 집착이 강하듯이 승일 역시 그렇다. 자칫 나쁘게 보일 수 있지만 끝까지 공연을 보고 나면 승일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진정성 있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 극 중 승일로 변신하기 위한 디테일한 노력이 엿보이는데?
"부드러운 말투보다는 딱딱한 말투를 극대화했다. 머리 스타일도 검은색으로 했고, 샤프한 이미지가 인물 표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살을 뺐다."

- 승일이 실제 최성원이라는 인물과 많이 닮았나?
"이 작품 이전에 나를 아는 사람은 승일을 연기하는 모습을 어색해한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한 배우들은 실제 내 성격과 승일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동료 배우들이 나를 조금 어렵게 대하는 것 같다.(웃음) 배역과 실제가 닮아있다고 느껴서인 것 같다. 두 가지의 모습이 내게 다 있겠지만, 원래 그렇게 차가운 성격은 아니다."

 뮤지컬 <남자가 사랑할 때>의 배우들과 최성원이 군무를 추고 있다.

뮤지컬 <남자가 사랑할 때>의 배우들과 최성원이 군무를 추고 있다. ⓒ 이이슬


- 다른 배역과 달리 승일 역은 초기 라인업에서 원 캐스팅이었고, 전작 <어쌔신>도 원 캐스팅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최근 더블 캐스팅이 많은 추세인데, 원 캐스팅 공연과 비교해 달라. 
"일장일단이 있다. 더블 캐스팅으로 공연하면, 체력의 안배가 가능하고, 다른 배우를 통해 내게 부족한 점이 뭔지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로 인해 서로 윈윈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배역의 모습을 집중해서 보여줄 수 없다. 원 캐스팅으로 공연하면서 매력을 더욱 알게 되었다. 배우로서 체력 안배 및 자기관리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더 노력하게 되었다."

- 뮤지컬 <남자가 사랑 할 때>의 오디션에 500명의 배우가 참가했다고 들었다. 창작 뮤지컬에 쏠리는 이와 같은 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 관객의 수준이 높아지고 그 관심이 자연스레 창작뮤지컬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성 배우들이 창작 뮤지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기존 배우들은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쉽게 연습해서 공연하면 편하고 좋겠지만, 배우가 자기 발전을 위한다면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 뮤지컬을 번갈아 하는 게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시장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 아닐까."

- <남자가 사랑할 때>는 창작 뮤지컬이다. 창작 뮤지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비유하고 싶다. 한 작품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관객을 만나기까지는 힘들지만 행복하다."

- 동료 배우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하나같이 전날 공연에 대해 노트하고, 수정, 보완하여 리허설을 거듭하는 등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노력이 이 작품의 좋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최성원이 커튼콜을 하고있다.

최성원이 커튼콜을 하고있다. ⓒ 이이슬


- 전작인 뮤지컬 <어쌔신>에서 장가라 역을 맡았다. 에너지 넘치는 공연이 인상적이었는데, 배역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나?
"<어쌔씬>은 9명의 암살자가 아홉 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따라서 배우들에게 '자신의 신'이 있기에 좋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외에 자기 배역의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는 셈이다. 이전에 내가 해왔던 다른 작품은 장면마다 에너지의 분배를 생각하며 연기했다면, <어쌔씬>은 내가 연기하는 신에 목숨을 걸고 연기한 덕분에 에너지 있어 보였을 것이다."

- <어쌔신>에서 황정민씨가 연출과 배우를 동시에 맡았다. 함께 작업한 소감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황정민씨는 배우가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편한가를 잘 알고 있어서 자유롭게 배우에게 맡겨준 것 같다. 획일적인 연기보다 자연스러운 서로의 연기를 추구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함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대개 연출을 하면 독단적인 이미지가 생길 법도 하지만, 그는 훌륭한 연출가이면서 선배, 동료의 이미지가 강하다. 덕분에 배우들끼리 분위기도 좋고, 단합도 잘 되었다. 여전히 <어쌔씬> 팀의 단체 카톡방이 존재한다."

- 어떤 계기로 뮤지컬 배우가 되었나?
"군 제대 후, 시립뮤지컬단에 입단했다가 나왔다. 데뷔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다양한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배역은?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못 꼽겠다. 캐릭터를 만드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편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 않나. 예전에 뮤지컬 <왕의 남자>의 공길 역을 연기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당시 심신이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난 지금, 그 작품을 다시 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기대된다.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 앞으로 맡고 싶은 작품과 배역이 있다면.
"이색적인 역할을 맡아 연기하고 싶다. 이를테면 뮤지컬 <헤드윅>처럼 트랜스 젠더 역할이거나, 정신병자 역할 등 무대에서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 내가 표현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독특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최성원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성원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이슬


뮤지컬 보컬훈련 시, 기울이는 본인 만의 노력이 있다면?
"무용수가 무용하기 전에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듯이 작품의 특색에 맞는 목소리 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뮤지컬 <렌트>나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같은 작품은 전부 다른 음악의 색을 가지고 있는데, 배역에 알맞은 대사와 목소리 톤으로 맞춰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선 장르가 무엇인지 숙지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러운 발성을 요하는가, 성악적 발성을 요하는가'에 대해 고민한 뒤 연습한다."

-  한국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에게 한마디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적지 않은 금액의 돈을 지불하고 보기 때문에 우선 검증되고 화려한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을 보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국내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배우들 역시 관객의 취향에 맞는 공연을 하는게 맞지만 그만큼 관객도 관심을 가지고 보셔야 배우들도 발전할 수 있고,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쓴소리와 단소리. 일단 공연을 보고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다. 극장을 찾아와서 공연을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뮤지컬 배우 최성원은 이번 작품을 공연하며 월요일(공연 쉬는 날)이 싫을 정도였다고 했다. 공연장에 와 있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인터뷰 내내 그의 눈은 뮤지컬에 대한 애정으로 빛났다. 꾸준한 연습과 자기반성의 과정을 통한 그의 '노력'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최성원의 '달란트' 같았다. 인터뷰 말미, 그는 쉬지 않고 공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루빨리 그를 무대에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ot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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