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에서 요시무라 준이 되어 돌아온 한이수(김남길 분).

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에서 요시무라 준이 되어 돌아온 한이수(김남길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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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가 본격적인 복수극으로써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한이수(김남길 분)의 삶을 대신 살기 위해 검사가 된 조해우(손예진 분)는 신혼 첫날 밤 의문의 전화를 받고, 달려간 장소에서 그 옛날 한이수 아버지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의 죽음을 목격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의문의 메시지들이 해우로 하여금 자꾸 12년 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만든다. 그리고 한이수를 느끼게 하는 사건, 남자가 그녀를 흔들기 시작한다.

또 한편, 결혼식에서부터 해우의 주변을 어른거리던 요시무라 준은 일본계 자이언트 호텔의 사장으로 해우네 가족의 가야 호텔, 지금은 해우의 남편 오준영(하석진 분)이 본부장으로 있는 호텔의 공격에 나선다.

양수겸장(장기에서 두 개의 말이 한꺼번에 장을 부르는 상황, 양쪽에서 동시에 하나를 노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한때 한이수였던 요시무라 준은 한편에선 해우를 통해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또 한편에선 조상득(이정길 분) 일가의 기반인 가야호텔을 무너뜨리려는 야심을 보인다. 제대로만 된다면 해우의 일가는 법과 경제, 그리고 정신적인 면에서 처절한 결말에 이를 것이다.

단 한명도 허투루 볼 수 없는 드라마

 <상어>의 오준영(하석진 분)과 조해우(손예진 분).

<상어>의 오준영(하석진 분)과 조해우(손예진 분). ⓒ KBS


<상어>가 처음 시작했을 때, 손예진의 아역으로 등장했던 경수진은 찡긋거리는 표정 하나, 웃는 모습조차 너무도 '손예진'스러워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3회 본격적으로 성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후, 손예진은 역시 손예진이었다.

손예진이 손예진다운 것은 그녀의 표정이나 몸짓이 그녀답기 때문이 아니다. 손예진만이 낼 수 있는 사랑스러운 느낌, 그러면서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극의 캐릭터가 되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해우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염되었다. 김혜수가 김혜수인 것을 <직장의 신>을 통해 증명해 내었듯, 아마도 손예진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상어>를 통해 손예진을 증명해낼 듯하다.

김남길도 마찬가지다. 남자 배우가 성인으로 등장하면서 콧수염을 기르고 나온다는 건 남자 주인공의 미모도 드라마의 경쟁력으로 꽤 작용하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콧수염이 좋고 나쁘고에 대한 호불호가 워낙 오고가니까.

그런데 드라마 속 김남길은 김남길이 아니라, 그저 요시무라 준이었다. 3, 4회 동안 그에게 주어진 것은 깊은 침묵과 짧은 대사들이었음에도 꽤 많은 정지 화면 속의 그가 답답해 보이지 않을 만큼, 다른 호텔 사장을 협박하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더 소름이 끼칠 만큼 이미 김남길은 복수의 화신 요시무라 준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상어>의 출발이 안타까웠다. 복수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첫사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3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손예진과 김남길을 보며 비로소 극이 제대로 시작되었음이 느껴지듯이, 차라리 이들의 등장과 과거사건 담당 형사의 죽음까지를 첫 시작으로 했다면, 그게 아니라도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조금 더 스피디하게 진행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역들의 등장이 그리고 첫사랑이 드라마의 밑밥을 까는 화제성의 한 품목으로 끼워 넣어지곤 하는데, 과연 <상어>에서 아역부분이 그 밑밥을 제대로 깔았는가는 성인 분량이 시작되니 오히려 회의적으로 느껴진다.

오랜 시간을 두고 공을 들인다고 해서 첫사랑이 낙인처럼 찍히는 게 아니다. 뻔한 빗속 키스나, 가출에 이은 술래잡기 보다는 한이수로 인해 세상 밖으로 나온 조해우의 그 한 발자국을 제대로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상어>의 밑밥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롭지 않은 설정으로 중언부언 덧붙이다 보니, 어설픈 아역들의 연기력이 구설이 되고, 진부한 첫사랑으로 남아버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모른다 해도, 손예진과 김남길이 이끌어 갈 <상어>가 기대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김지우 작가의 작품에서 인간은 참 모호한 존재다. 서로가 맞물리며 보이는 얼굴 외에 또 다른 얼굴을 숨기고 있다. 물론 그러기에 늘 어려운 드라마이기도 하다. 해우가 준영이를 바라볼 때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환한 미소를 짓지만, 준영은 무표정이 되어 앞만 바라보는 해우의 또 다른 얼굴에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해우가 숨겨져 있음을 안다.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이수의 아버지를 뿌린 장소에서 만난 박여사가 그저 이수네 가족에 대한 호의를 가진 게 아닌 아버지를 짝사랑했었다는 고백을 한 것처럼, <상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어느 누구하나 허투루 넘겨짚을 사람이 없다.

대표적으로는 자신의 말처럼 끝나지 않는 해원을 만들어 낸 장본인 조상득을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겠다. 그뿐만 아니다. 세상에 없이 착해 보이던 이수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숨겨진 존재가 몰고 올 파장이 복수의 화신이 된 이수를 어떻게 끌고 갈지가 이 드라마의 숨겨진 포인트이다.

그러기에, 해우가 다시 만나러 간 목격자 소년의 냉담함이 과연 그전에 그 아이를 방문한 강력부 검찰 수사관 김수현과 혹시 무슨 관계가 있을지 의심해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는 요시무라 준의 비서로 등장한 장영희(이하늬 분)도 만만치 않다.

인간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그리하면 김지우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사의 또 다른 혜안을 얻을 지이니. 이것이 드라마 <상어>를 재미나게 보는 방법이다.

<상어>의 호흡은 빠르지 않다. 미드식 케이블 드라마의 곳곳에서 치고 빠지며 떠들썩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에 비하면 호흡도 빠른 편이 아니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김남길의 정지화면 같은 고정 숏 때문일까, 어딘가 정적이다. 하지만 마치 2D의 책이, 그 속으로 빠져들면 그 어떤 3D, 4D 영화보다도 스펙터클하듯, 꼼꼼히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빠져 들어가는 <상어>엔 김지우식의 또 다른 스펙터클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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