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마이 라띠마>에서 가진 것도 기댈 것도 없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남자 수영 역의 배우 배수빈이 29일 오후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마이 라띠마>에서 가진 것도 기댈 것도 없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남자 수영 역의 배우 배수빈이 29일 오후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여기 있는 빌딩 다 사 버릴 거야!"

돈을 벌겠다며 포항의 한 바닷가 마을을 떠나 서울로 온 수영(배수빈 분)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강남 한복판에서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에게 호기롭게 외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말에 속아 여비를 날리는 그를 보노라면, 앞서 외쳤던 말이 허세였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머무르는 수영을 두고 배우 배수빈은 "방향성을 잃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수영의 성장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수빈은 유지태 감독의 영화 <마이 라띠마>를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다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극 중 설정처럼 노숙자나 호스트였던 적은 없지만,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상처받고 또 상처주는 과정이 자신과 닮아 있었다고. "수영의 성장이 나의 성장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한 그는 "<마이 라띠마>에 대해 이미 만족할 것은 다 했다. 이제 관객들만 많이 봐주면 더할 나위 없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마이 라띠마>의 대본을 보고 꼭 출연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느껴왔던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것만큼 의미 있는 게 어딨겠느냐는 마음으로 했다. 수영은 상처와 결핍 때문에 충동적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잖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성숙한 어른이지. 사회의 빠른 흐름 속에서 가치관을 잃어버리고 산다. 결국 도덕성, 인간성의 상실로까지 이어지고. 방향을 제대로 잡고 살지 않으면 부표처럼 떠다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마이 라띠마>의 한 장면

영화 <마이 라띠마>의 한 장면 ⓒ (주)유무비


지난 겨울, 40년 만에 찾아온 추위에 몸과 마음은 꽁꽁 얼었다. 얇은 가을옷을 입고 이곳저곳을 누비느라 "진짜 추웠다"지만, 이들은 열정으로 버텼다. 실제 포스터도 3~4일 동안 감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로 찍었다. 스스로 "고생을 자처하는 편"이라는 그는 "좋은 것은 힘들게 얻어진다는 신념이 있다"면서 "힘든 작품을 끝내고 나면 성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더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감내하면서 도전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박지수는 배수빈의 과거이고, 유지태는 배수빈의 미래다

배수빈과 <마이 라띠마>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배우 박지수와 연출을 맡은 유지태 감독이다. 배수빈은 <마이 라띠마>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박지수에 대해 "신인 시절을 떠올리게 한 친구"라고 말했다. "참 잘했다"는 칭찬도 이어졌다. 배수빈은 " 힘이 있는 친구,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에고(ego, 자아)가 있는 친구"라고 했다.

"'내가 신인일 때는 왜 어색했나' 생각해보니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시간과의 싸움인데다 촬영장에서 위압감도 느껴졌고, 선배들 앞에서 주눅도 들었다. 그런 부분 때문에 굉장히 어색했던 것 같다. 그 친구(박지수)가 촬영장에서 편안함을 느낄 때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상대 배우로서, 촬영장의 일원으로서 노력했다."


아울러 배수빈은 유지태 감독을 두고 "에너지의 파장이 같았기 때문에 만난 사람"이라고 했다. 대중처럼 그 역시 유지태를 감독이 아닌 배우로 처음 인식했다고. 배수빈은 "많은 분들이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영화가 인정받은 뒤에는 그런 부분도 상쇄된 것 같다"면서 "영혼을 담아서 만든 영화인 만큼, 딱 50만 명만 봐줬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연기 통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며 소통하겠다"


지난해 영화 <26년>에도 출연했던 배수빈은 작품을 통해 평소에는 마주 보기 불편한 진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마이 라띠마>에서는 이주여성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를 짚어볼 수 있겠다. "삶은 현실"이라고 정의한 배수빈은 "연기, 그리고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인) 의식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을 할 뿐이다. 그런 것들이 끌린다"고 고백했다.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진 않을 거다.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 재밌는 작품도 할 거다. 사실 대중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대중이 원하는 것을 가려가면서 선택하게 됐다. 덕분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이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어서 많은 분들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싶다."

배수빈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어서 좋은 작품도 하고, 좋은 생각도 나누다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에도 출연하는 한편 저예산 작품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빛을 보지 못하는 곳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어떤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궤적이 그려지지 않나. 앞으로도 연기를 통해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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