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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을'살리기 비대위,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한 정책간담회에서 "대리점주들의 눈물을 기억해달라"는 김진택 농심특약점대리점협의회 대표의 당부와 함께 라면을 선물받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을'살리기 비대위,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한 정책간담회에서 "대리점주들의 눈물을 기억해달라"는 김진택 농심특약점대리점협의회 대표의 당부와 함께 라면을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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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당 내 진보노동정치·사회민주주의 노선 의견그룹인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가 '민주당 재집권 전략 - 일하는 사람의 정당으로 거듭나기'란 주제로 연 정치 아카데미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당 내 진보노동정치·사회민주주의 노선 의견그룹인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가 '민주당 재집권 전략 - 일하는 사람의 정당으로 거듭나기'란 주제로 연 정치 아카데미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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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 제1 세미나실과 제2 세미나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두 개의 세미나실이 '민주당 vs 안철수' 신경전이 펼쳐지는 전장이 됐다. 3일 오후 3시, 제1 세미나실에서 '민주당 혁신진로찾기 토론회'가, 제2 세미나실에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주최한 '민생난제 정책 간담회'가 동시에 열린 것.

민주당 토론회는 "일하는 사람의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민주당이 재집권하는 전략"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의원 간담회는 경제적 약자 즉, '을'의 목소리를 직접 듣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두 간담회 모두 '노동 정치'를 얘기한다는 점에서 맥이 닿아 있다. 

유사한 주제로 안 의원과 맞붙게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민주당 쪽이다.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당장 토론회를 취재할 기자 섭외가 시급했다. 이날 오전부터 민주당 토론회를 알리는 수 건의 문자가 기자들의 휴대폰에 당도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기자들을 마주칠 때마다 "3시 토론회 알죠?"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출석체크할 거"라는 으름장도 이어졌다. "민주당 출입 기자들이 안철수 의원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농반진반의 얘기가 민주당에서 흘러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출입 가운데 연차가 가장 낮은 기자들이 가입돼 있는 커뮤니티에는 "오늘 오후 3시, 민주당 토론회와 안철수 토론회가 겹치는 걸 두고 대변인실 근심이 한가득입니다, 시간 되시거든 민주당 토론회 좀 챙겨달라"는 당부의 공지글까지 올라왔다. 반면, 안 의원 측에서는 하루 전 메일 한 통으로 간담회를 공지한 게 다였다.

과연 민주당 출입기자들은 어느 쪽을 택했을까.

'찜질방' 된 안 의원 간담회장 취재진으로 북적

오후 3시를 10분 앞둔 시각. 민주당 토론회가 열리는 제1 세미나실로 하나둘씩 기자들이 입장했다. 이들은 "(옆에 안 가고) 여기에 왔다"며 자진 '출석체크'를 마쳤다. 십여 명의 기자들이 자리에 앉자, 민주당 측에는 화색이 돌았다. "못 나가게 문을 잠그라"는 농담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의 간담회 내용을 두고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에서 이미 한 얘기를 또 듣는 자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미 '을'을 위한 민주당을 표방하며 '을'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도 발족시킨 민주당으로서, 해당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저 쪽에서 최장집 교수를 영입해서 '노동 정치'가 우리 거라고 한 거고 우리는 '을 지키기'로 이슈를 선점한 것"이라며 "한 번씩 카운터 펀치를 주고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견제는 발제문에도 묻어났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안철수 세력의 핵심 인물들이 노동을 피상적인 문제로, 대상화 접근하고 있는 학술적 초보 수준이라면 민주당은 당이 포괄하는 세력들 주체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 입법 능력 집단이자 세력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안철수 의원의 최장집 교수 견인으로 정당정치와 노동정치의 학술적 상징은 빼앗겼을지 몰라도 노동 현장과의 인적 관계, 노동 현안 해결의 현실적 능력 등 정치 현실에서의 가능성은 민주당이 월등하다"고 피력했다.

그렇다면 같은 시각, 안 의원의 간담회장 모습은 어땠을까. 제1 세미나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제2 세미나실 앞은 취재진과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간담회 시작을 10분 앞두고, 아직 세미나실문이 열리지 않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상황. 문이 열리자 일제히 세미나실로 쏟아져 들어갔다.

제2 세미나실이 '찜질방'이 된 건 그때부터다. 방송 카메라 기자·사진 카메라 기자·취재 기자뿐 아니라 간담회 관련자들까지, 제2 세미나실은 사람들로 꽉 찼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세미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민주당 토론회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와 발제를 맡은 박 대변인의 발제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기자들은 "양 쪽을 다 취재해야 한다"며 하나둘씩 자리를 떠 제2 세미나실로 옮겨 갔다. 기자들은 "마음은 여기 있는데 몸은 저기로 간다"며 조용히 자리를 떴다.

결국, 간담회 시작 30분을 기점으로 안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실에 자리 잡은 기자들의 수(20여 명)가 민주당 토론회에 참석한 기자(5명) 수보다 4배 이상 많게 됐다. 사진 취재 기자의 플래시도 제2 세미나실에서만 터졌다. 민주당 측은 씁쓸한 뒷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경쟁관계 구도 형성된 '민주당 vs 안철수'

양 측의 신경전은 하루 전에도 진행된 바 있다. 안 의원이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

"한 손님이 식당에 갔습니다. 주인에게 뭐가 맛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집은 맛이 없다고 합니다. 다시 여기는 뭘 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집은 재료가 나쁘니까 절대 가지 말라고 합니다. 손님은 나가버렸습니다."

여기서 식당은 민주당, 손님은 국민, 옆 집은 안 의원 본인으로 읽힌다.

이 같은 비판은, 민주당 원로들이 "정치를 책임지고 역사를 감당하는 정치 세력이 하루 아침에 생성되는 게 아니다"(임채정 상임고문), "정치에 대한 국민 혐오감에 편승하는 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김원기 상임고문)며 안 의원을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이에 백원우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부분의 손님들은 식당에 갈 때 뭘 먹을지 결정하고 찾아갑니다. 간판에 우리는 무엇을 하는 식당이라고 알려야 합니다. 삽겹살도 맛있고 생선회도 맛있는 식당은 좀 수상한 식당입니다"라며 맞불을 놨다.

이처럼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은 '경쟁 관계' 구도를 굳혀 가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안 의원을 '경쟁적 동지관계'로 규정하고 "경쟁할 일 있으면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31일 '내년 6월 시·도지사를 뽑는 광역단체장선거가 새누리당·민주당·안철수 신당 후보 3자 대결로 치러지면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새누리당(38.6%), 안철수 신당(34.0%), 민주당(11.7%) 순으로 나타났다(전국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2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8%p).

지역별로 안철수 신당은 호남에서 48%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반면 호남이 텃밭인 민주당은 30.9%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태그:#안철수, #민주당,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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