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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홍보가 없어도 사람들은 한달에 한번 열리는 달시장에 찾아온다
 별다른 홍보가 없어도 사람들은 한달에 한번 열리는 달시장에 찾아온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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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햇살이 쏟아지는 5월 마지막 금요일(31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서울시립 청소년직업센터)에 달시장이 떴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달시장에서는 아침부터 장터를 준비하는 손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간이탁자와 파라솔이 펼쳐지고 큼지막한 천막도 들어섰다. 해가 내려가면서 달시장으로 들어서는 발길들이 장터를 누비느라 바쁘다.

휘이익~휘익, 아피토(브라질호루라기)의 신호로 하자센터내 작업장학교의 밴드 '페스테자' 공연이 시작되면서 달시장에 모인 사람들의 눈길이 브라질음악을 하는 공연팀에 모아졌다. 경쾌한 타악기 리듬에 맞춰서 달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공연에 장터는 서서히 달아오르며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진다.

달시장은 무더운 7월달을 제외하고는 5월달부터 10월달까지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다른 주제를 가지고 열린다. 5월은 '협동'을 주제로 한 장터가 열렸다. 달시장을 준비한 하자센터의 강정석(프로젝트 매니저)씨는 달시장은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와 마을공동체 되살리기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도 사회적경제의 영역에 있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주축을 이루고 민간단체와 개인들도 신청을 통해서 참여가 가능하다.

달시장이 좀 더 폭넓은 주제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작업장학교의 김희옥 교장은 근거리의 도시농부들이 생산한 친환경채소들과 심각한 에너지문제의 대안으로 요즘 떠오르고 있는 적정기술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장터도 필요하다는 바람이다.

작업장학교의 공연팀 '페스테자'의 흥겨운 브라질음악공연
 작업장학교의 공연팀 '페스테자'의 흥겨운 브라질음악공연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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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대는 장터에 밀짚모자를 쓴 이들의 호객(?)행위에 주부들이 몰린다. 영등포도시농업네트워크와 자활센터의 도시농부들이 옥상에서 빗물을 모아 키운 싱싱한 채소들이 신문지에 싸여서 3천원에 건네지자 싸다면서 덤으로 좀 더 달라는 주문이 이어진다.저울이 없어도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믿음과 정이 오가는 장터의 풍경이다.

한눈에 봐도 건강한 먹거리라는 믿음이 느껴지는 발효음식들이 모인곳에 '농부김씨 시골된장'을 팔고 있는 이유진(32)씨는 대학원생이자 창업센터에 입주한 사업가이다.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상품디자인을 해주는 일을 준비한다는 그녀에게 사람들이 붙여준 직업은 '농부 매니저'라고 한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한 새로운 직업인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때 학교선생님으로부터 수입농산물로 인해서 우리 농산물이 사라지면 큰 일이다는 말씀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뒤로 농부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생겼고, 그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무작정 농촌에 가서 농부들을 만나 자신의 일을 설명할때는 관심도 없던 농부들이 점차 그녀를 반기고 있다고 하니 그 열정이 대단해보인다. 달시장과 같은 지역장터가 열리는 곳에서 농부들이 생산하고 가공한 농산물을 팔아서 사업비로 보태고 있다는 그녀는 산삼술을 팔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듯 했다. 달시장에서 술은 판매금지다.

번호표를 들고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던 타코야끼
 번호표를 들고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던 타코야끼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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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오는 재미중에 군침을 돌게하는 먹거리를 빼놓을수는 없다. 마침 저녁시간때라서 먹거리 장터에 사람들이 모인다. 영셰프(하자센터내 청소년요리사)들이 직접 만든 음식들도 군침을 돌게하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다. 매콤달콤한 닭꼬치의 맛이 뭔가 다른 미각으로 다가온다. 영셰프가 직접 만든 소스라고 한다.

번호표를 받고 대기해야 하는 타코야끼(밀가루 반죽에 문어를 잘게 썰어 구워낸 일본음식)를 돌려놓는 손놀림이 보통의 경력은 아닌것 처럼 보이는 요리사는 25년 경력의 전문가라고 귀띔해주는 이는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오오쿠사 미노루(K2 인터내셔널코리아 직원)씨는 일본사회에서 따돌림등으로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된 은둔형외톨이 젊은이들을 해외로 보내서 사회성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직업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중에는 타코야끼를 배워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한다고 한다. 그 옆에는 앳띤 얼굴의 일본청소년이 반죽을 만들고 초벌구이를 하면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달시장이 문을 닫는 9시가 다가오자 퇴근길의 직장인들이 가족과 함께와서 늦은 저녁을 먹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달시장이 열리는 때를 알고 있는 인근 주민들은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아도 찾아온다고 한다. 오늘 달시장을 찾은 이들은 1,000명이 넘어보였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달시장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달시장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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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게임카드와 딱지, 장난감 등을 판매하는 박재혁(초등6년)군은 1만원 넘게 팔았다며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부모님께 선물도 하겠다며 남은 물건을 몽땅3천원에 사가라며 어린고객들을 상대로 흥정을 벌인다.

달시장에 새상품은 없다. 더 이상 내게는 필요없는 물건을 싼 값에 팔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나무젓가락도 없다. 음식을 담을 접시와 쇠젓가락은 빌려준다. 자전거 페달을 돌려서 만든 생과일 쥬스와 직접 키운 친환경 채소와 손으로 만든 물건들이 장터를 만들어간다. 한바탕 축제같은 장터가 끝났지만 다음달 장터를 다시 오라는 여운을 남겨주듯 노란 달이 웃는다.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달시장이 열린다.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달시장이 열린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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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달시장은 7월을 제외하고 5월부터 10월까지 오후5시~9시까지 영등포하자센터에서 열린다.
달시장 행사참여는 홈페이지,블로그,페이스북등을 통해서 가능하다.
www.dalsijang.kr http://dalsijang.blog.me



태그:#달시장, #하자센터, #작업장학교, #페스테자, #타코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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