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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마을로 조성된 곡성 강빛마을 풍경. 보성강변에 조성됐다.
 은퇴자 마을로 조성된 곡성 강빛마을 풍경. 보성강변에 조성됐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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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면적이 13만3000㎡나 됐다. 여기에 집이 109동 들어섰다. 목조 골재에 유럽풍의 지붕을 얹었다. 흡사 유럽의 여느 마을 같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교육관과 책방, 편의점, 식당, 골프연습장도 따로 있다.

주변 풍광도 빼어나다. 오염시킬 것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청정하다. 마을을 화장산(524m)이 감싸고 있다. 마을 앞으로 18번 국도가 지난다. 진초록의 강물도 도로와 나란히 흐른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형의 명당 자리다. 1층에 집 주인이 산다. 2층은 민박손님에 내줘 가욋돈을 번다.

최근 문을 연 '강빛마을' 얘기다.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보성강변에 자리한 이 마을은 은퇴자 중심의 마을이다.

곡성 강빛마을 풍경. 흡사 유럽의 여느 마을 같다.
 곡성 강빛마을 풍경. 흡사 유럽의 여느 마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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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석(왼쪽) 강빛마을 촌장이 마을을 찾은 곡성군 공무원들에게 강빛마을을 설명하고 있다.
 고현석(왼쪽) 강빛마을 촌장이 마을을 찾은 곡성군 공무원들에게 강빛마을을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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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땐 그렇다 치고, 은퇴한 다음에는 서울에 살 이유가 없잖아요. 건강하고 경제력 있는 사람들이 내려와서 살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농촌의 공동화도 막을 수 있고요. 우리 전남도 좋고 수도권도 살리는, 상생의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고현석(71) 강빛마을 촌장의 얘기다. 강빛마을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곡성군수를 지낸 고 촌장이 2007년 정부의 전원마을 조성 계획에 따라 추진했다. 전국의 전원주택 단지 대부분이 50가구 미만인데 반해 강빛마을은 100가구가 넘는다. 사업 지구 가운데 입주 규모가 가장 크다.

"은퇴세대는 직장과 자녀교육 부담에서 벗어나 있잖아요. 이들이 농촌에 산다면 젊은 세대와 달리 안정적인 인구가 되겠죠. 그렇다고 농촌에 좋은 일이니 무턱대고 내려와서 같이 살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들에게 이익이 돼야죠. 부담없이 농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게 건강과 일, 소득, 취미활동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마을의 규모가 커야죠."

강빛마을 공사 현장. 지난해 11월 모습이다.
 강빛마을 공사 현장. 지난해 11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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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빛마을의 주택. 1층은 주인집이 살고 2층은 민박손님을 받는 구조로 돼 있다.
 강빛마을의 주택. 1층은 주인집이 살고 2층은 민박손님을 받는 구조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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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촌장이 대단위 은퇴자마을 조성에 나선 이유다. 사업 승인은 지난 2009년 받았다. 전남도와 곡성군이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전기통신 등 기반시설을 지원했다.

그렇다고 일이 순조롭게 추진된 것만은 아니었다. 수도권의 노인 인구가 270만 명이나 되는데도, 입주민 유치가 쉽지 않았다. 실현 가능성에 반신반의했다.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는 것도 버거웠다. 사업기간이 당초보다 늦어지면서 비용이 늘어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건축공사까지 다 끝냈다. 모두 109동의 집을 짓고 입주민 앞으로 등기도 마쳤다. 개촌식도 지난 4월 하순에 했다. 여기에 들어와 살 은퇴자들은 50∼60대 이상이 다수를 차지한다. 연금 혜택을 받는 대학교수나 교원, 공무원, 기업체 임직원 등이 중심이다. 40대 이하 세대주도 3분의 1가량 된다. 이들은 마을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일꾼들이다.

교직생활을 마치고 강빛마을로 들어온 박용택 씨가 자신의 정원에서 매실을 살펴보고 있다.
 교직생활을 마치고 강빛마을로 들어온 박용택 씨가 자신의 정원에서 매실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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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빛마을의 2층 민박집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신록이 우거져 있다.
 강빛마을의 2층 민박집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신록이 우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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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빛마을이 주목받는 건 규모 때문만 아니다. 마을에서 운영하려는 프로그램은 더 알차다. 그 첫 번째가 공동 식사다. 입주자들이 마을 한쪽에 마련한 식당에서 아침과 저녁식사를 함께 준비하고 해결한다.

민박을 통한 소득창출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은퇴자에게 소득은 매우 중요한 문제. 하여, 모든 가구가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건물을 지었다. 가구당 면적은 대지 330㎡에 건평 99㎡ 규모로 같다. 1층 66㎡와 2층 33㎡로 나뉜다. 1층은 집주인이 살고 2층은 민박을 주기 위해서다. 현재 입주(예정)자의 5분의 4 정도가 민박손님을 받겠다고 나섰다.

"은퇴하면 직업이 없잖아요. 그에 따른 소득도 없고. 건강도 약해지고 친구도 줄게 되고요. 강빛마을은 이것들을 다 채워줄 계획입니다. 일자리를 만들어서 소득을 얻도록 하는 것이죠. 이게 고령화에 따른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봐요."

강빛마을로 입주해 온 이지묵 씨가 자신의 텃밭 묘목에 물을 뿌려주고 있다.
 강빛마을로 입주해 온 이지묵 씨가 자신의 텃밭 묘목에 물을 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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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빛마을 교육장. 기업과 단체의 방문객들을 위한 용도로 마련했다.
 강빛마을 교육장. 기업과 단체의 방문객들을 위한 용도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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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촌장의 얘기다. 이를 위해 강빛마을은 다양한 부대사업도 추진한다. 은퇴한 입주민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강의, 취미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키로 했다. 36년 교직생활을 끝내고 들어온 박용택(72)씨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바람개비와 피리 만들기 체험을 할 계획이다. 마을에 있는 다목적 회의실과 교육장이 이런 용도로 쓰인다.

농협중앙회 신용대표를 지낸 입주민 이지묵(69)씨는 "사람은 나이 들수록 함께 모여서 교류하며 살아야 한다"면서 "강빛마을이 우리 같은 은퇴세대에 최적의 생활여건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산골마을에서 인생의 후반기를 활기차게 그려가고 있는 강빛마을과 입주민들에 관심이 모아진다.

강빛마을의 집 안에서 내려다 본 풍경. 강빛마을은 산간에 조성된 은퇴자마을이다.
 강빛마을의 집 안에서 내려다 본 풍경. 강빛마을은 산간에 조성된 은퇴자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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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돈삼 기자는 전남도청에서 홍보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태그:#강빛마을, #은퇴자마을, #고현석,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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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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