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뜨거운 안녕>에서 나이트클럽에서 기타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는 간암 말기 환자 봉식 역의 배우 임원희가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뜨거운 안녕>에서 나이트클럽에서 기타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는 간암 말기 환자 봉식 역의 배우 임원희가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담당 기자는 일주일에 많게는 서너 편 씩 영화를 본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기대 이상이거나 기대 이하이거나. 물론 처음부터 기대치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앞서 얘기한 관점으로 보자면, 30일 개봉한 <뜨거운 안녕>(연출 남택수)은 전자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뻔하지만, 신파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배우 임원희는 이 영화에서 간암 말기 환자 봉식 역을 맡았다. 그는 밤마다 병원을 빠져나가 나이트클럽으로 향한다. 남겨질 아내와 딸을 위해서다. 개봉을 앞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임원희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 영화가 깔끔하게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신파적이고 상투적인 소재였지만, 시나리오가 한 번에 쭉 읽히더라"는 그. 임원희와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타 치는 간암 말기 환자 "손끝 굳은살, 훈장 같았다"

봉식은 나이트클럽에서 기타를 친다. 일종의 아르바이트다. 임원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가면 오글거리지 않는 영화가 될 것 같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기타리스트 역할이라 '못하겠다'고 했다"고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당시를 회상했다.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 남짓. 그는 "'몇십 년 (기타) 친 사람을 어떻게 흉내 내느냐'고 얘기했다"면서도 "'이것도 못할까'하는 생각에 욕심이 났다"고 털어놨다.

"부담도 됐지만 워낙 배우고 싶었던 거라, 공짜로 가르쳐주니까 신났다.(웃음) 지금이 아니면 못 배울 것 같더라. 일주일에 3번 레슨을 받고, 촬영 현장에도 계속 기타를 갖고 다녔다. 조금이라도 손에 익히려고. 농염함이 나와야 해서 애를 썼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목적의식이 있으니까 엄청 쳤던 것 같다. 손끝에 굳은살도 배겼는데 훈장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 요즘도 가끔 친다. 기타는 모든 사람의 로망이지 않나. 행운이다."


극 중 봉식과 조직폭력배 출신 뇌종양 환자 무성(마동석 분),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 하은(전민서 분), 봉사자인 줄만 알았던 안나(백진희 분)는 '불사조 밴드'를 결성한다. 폭력 사건에 휘말려 봉사활동 명령을 받은 아이돌 가수 충의(이홍기 분)가 이들을 가르친다. "불사조 밴드를 앞으로 볼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임원희는 "공약으로 내걸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100만 관객이 넘고, 200만 관객이 넘는다면 행복한 공연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호스피스 병동의 실제 모습, 짐작과는 완전히 달랐다"

임원희는 <뜨거운 안녕>을 촬영하며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촬영 전, 백진희와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던 임원희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둡고 칙칙하고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곳 분위기는 생각보다 밝다"면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환자들 대부분 얼굴에 웃음을 띠고, 일반 병원보다 화기애애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잘 살 권리'가 있으면 '잘 죽을 권리' 또한 있는 법. 임원희는 "고통스럽게 가는 것보다 잘 정리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곡소리 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가보면 공원 같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모르니까. 환자들도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와 산책을 한다고 하더라. 극 중 인물은 그곳에서 봉사하시는 수녀님이 실제로 만났던 이들이다. 지금은 안 계시지만.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책임감이 있었다. 잘 만들어서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너무 어둡게 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밝게 하면 희화화시키는 것 같으니까. 선을 지키는 게 고민이었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 또한 끝까지 살고 싶어 한다더라.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고백한 임원희. 그는 "실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가족이 있다면, 호스피스 병동으로 보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사실 상상하기 싫은 게 일반적이다"면서도 "본인이 원하면, 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까지는 바뀌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만약 자신이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면 가족과 여행하며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즐기는 예능 출연, 그래도 여전히 어렵다"

"영화는 자신이 타고 나오는 운명이 있다"고 믿는 임원희는 <뜨거운 안녕>의 운명에 대해 묻자 "지금은 운명과 바람이 공존하는 단계"라고 했다. "300만 영화도 쉬운 것이 아니다"고 한 그는 "일단 100만 명은 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봉을 앞두고 KBS 2TV <개그콘서트>,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그는 "과거에는 어렵고 낯선 장르라 예능 출연을 좋아하진 않았다"면서 "지금은 '이왕 하는 것 즐기자'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세월이 쌓여도 (예능 프로그램은) 어렵다. <라디오 스타>는 '재밌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했다. <개그콘서트>는 처음 나갔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 관객이 바로 앞에 있는 게 일종의 연극 같더라. 어느 정도는 긴장해야 잘할 수 있다. 놀듯이 하면 안 된다.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은 정말 열심히 하더라. 난 4번 정도 맞추고 녹화에 들어갔는데, 그들은 복도에서 계속 연습하더라. 그래서 그런 모습이 나오는 거다."


"최근에는 흥행한 영화가 없어서 자책도 많이 했다"지만, 그래도 그는 꾸준히 찾아주는 이가 있기에 행복하다고 했다. "'만족한다'는 표현은 현실에 안주하는 거니까, 지금에 감사하고 꾸준히 열심히 할 뿐"이라고 겸손을 표한 임원희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좋은 시나리오를 많이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르를 구분하기보다, 좋은 책과 감독을 만나고 싶다. 물론 멋진 역할도 하고 싶다. 남자들의 로망처럼 총도 쏘고 액션 신도 찍고 싶고. 멜로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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