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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 걸 송전탑 반대 걸개를 그리는 초록 농활대
 농성장에 걸 송전탑 반대 걸개를 그리는 초록 농활대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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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토요일 오전 부산과 서울 청(소)년들이 기획한 2013 밀양 송전탑 반대 봄 '초록농활'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서 밀양 가는 기차를 탔다. 초록농활대는 '청년좌파'와 부산지역대학생학회네트워크 등을 주체로 24일부터 26일까지 밀양 동화전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송전탑 반대에 대한 연대를 하기 위해 꾸려진 모임이다.

기차를 타는 중 스마트폰에 긴급 뉴스가 떴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전면 중단한다'는 한전의 입장이 발표된 것이다. 잠시 이 싸움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건인가 작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초록농활 대원들과 연락을 취해보니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전 직원과 초록농활 대원 및 주민은 여전히 대치 중

사실 한전 차원에서는 전국에서 탈핵희망버스로 200여 명과 초록농활대 50여 명이 주말에 몰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공사를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하지만 동화전 마을의 산 위 현장에 도착해보니 언론의 보도와 다른 분위기였다.

포클레인 앞에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초록농활대 대원들이 공사 재개를 막기 위해 더운 땡볕 아래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 뒤의 언덕 그늘에는 한전 직원들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하여 농성장의 사람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초록농활대 김진만(동아대 학생) 대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전의 기습 공사 재개를 할까봐 새벽 3시에 산에 올라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새벽 5시쯤 되자 한전 직원들이 공사장 포클레인 근처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주민들과 초록농활대원들에게 당장 이곳을 떠나라고 경고를 주었다고 한다. 그 과정 속에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사태는 수습이 되고 각자 서로의 자리에서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고 했다.

언론에서는 한전이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경찰과 한전 직원을 빼겠다고 발표했다 했지만 실제로 한전 직원들은 오후 5시까지 농성장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실제로 27일 <조선일보>는 '25일 전면 공사 중단 발표는 26일까지 휴일 공사를 잠시 중단한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경남 밀양 지역 송전탑 공사 재개 8일째인 27일에도 공사를 진행하려는 한국전력공사와 이를 막는 주민들이 곳곳에서 충돌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85번 공사 현장에서 한전 직원 50여 명이 굴착기에 쇠사슬로 몸을 묶고 시위하던 주민 6명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주민 이모(여·66)씨가 앞니가 흔들리고 허리를 다치는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른 주민 3명도 탈진 증세를 보였다." - <조선일보> 27일자 권경훈 기자

2012년 초록농활 당시도 공사 전면 중단 선언한 한전

밀양 동화전 마을 송전탑 반대 농성장과 포클레인
 밀양 동화전 마을 송전탑 반대 농성장과 포클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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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농활대는 2013년 밀양을 처음 방문한 것이 아니었다. 2012년 6월 말 그들은 생명 평화를 외치며 밀양 765kv 송전탑 문제에 연대하기 위해서 초록농활이라는 이름으로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마을 곳곳에 흩어져서 농촌현장활동을 진행했다.

당시에도 6월 25일 초록농활 대원들이 송전탑 건설 마을에 들어오니 한전 측은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학생들과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부산일보>가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7월 중순 혹은 8월에 다시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초록농활 기간에도 한전은 송전탑 건설을 위한 작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한전은 6월 26일 송전탑 반대를 위해 건설 부지에 움막을 치고 있는 주민 7명에게 1일 100만 원 벌금을 납부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서를 주민들에게 보냈다. 또 밀양시청은 27일 저녁 상동면 송전탑 일부 부지에 벌목을 할 수 있는 허가를 한전 측에 접수받았다는 내용을 마을 이장에게 통보했다. 이것은 결국 송전탑 건설을 밀양시청도 용인해주는 것 아니냐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전면 공사 중단' 선언 안 되면 연대는 이어진다

지난 25일은 한전 직원과의 큰 갈등 없이 지나갔다. 26일 초록농활대원들은 밀양 한전 앞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와 '에너지 정책 전환 및 탈핵 사회 만들자'라는 구호를 외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각자의 집으로 귀가했다.

일부 초록농활 대원들은 주민들에게 힘이 되는 연대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심심하게 귀가하게 되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동화전 마을 대책위원장님은 귀가하는 초록농활대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2012년 여러분들이 처음 이곳에 오셨을 때는 큰 힘이 될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 때 와서 함께 연대하는 바람에 1-2개월간 공사를 멈출 수 있었고 이번에 또 이렇게 와서 3일 이라도 공사를 멈추게 되었네요. 여러분들은 뭔가 도움을 못 주었다고 생각을 하시겠지만 여기 계신 할매들과 저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3일을 함께 공사를 막았다는 것 자체가 큰 힘입니다. 돌아가셔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밀양 소식 전해주세요!"

그리고 부산반핵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신부로 활동하는 김준환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밀양 연대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여론의 흐름을 보고 언제든지 기동대와 한전 직원은 주민들을 끌어내고 더욱 강력하게 공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어떤 현장에 갔더니 생각보다는 소강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거기에 여러분이 계셔주기 때문입니다. 인권위 조사관이 나올 때만 그늘막을 쳐주었다가 가고 나면 그늘막을 거두고 30도의 폭염 속에 어르신들을 방치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거리가 벌어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바로 지금 오늘 하루 잘 막아내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계십니다."

초록농활대는 더 많은 청(소)년과 함께 6월 말 밀양으로 다시 온다고 한다. 그들의 연대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의 관심이 주민들의 삶에 새로운 연대가 되기를 희망한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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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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