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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철도 정책에 대한 무지인가 의도된 왜곡인가

5월 23일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산업 발전 검토위원회(민간위원회)'는 한국 철도산업 발전구상에 대한 검토의견으로 '독일식 모델'로 가닥 잡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민간위원회에서는 7쪽 정도의 '철도산업 발전방안 검토 의견서'를 함께 배포하였는데, 여기에 담고 있는 내용이 독일철도 시스템과는 전혀 다르며, 오히려 영국식 완전 민영화 모델과 매우 유사하여 향후 철도 민영화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독일식 철도 모델의 가장 핵심은 건설부분과 운영부문이 하나의 그룹사내에 존재하는 상하통합형 공영철도이다. 그리고 독일철도는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되지만 독일연방법에 의해 철도운영은 국가가 독점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지분 100%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으로 민간지분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23일 국토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독일식 철도모델을 왜곡하거나 사실 관계를 은폐하고 있다. 민간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운영부분의 코레일과 건설부분의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통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수서발 KTX 노선에 대해서는 민간 지분 참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독일철도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상하분리와 상하통합이란 한국철도공사(운영부분)과 한국철도시설공단(시설부분)을 분리하거나 통합하는 것을 말함.
 상하분리와 상하통합이란 한국철도공사(운영부분)과 한국철도시설공단(시설부분)을 분리하거나 통합하는 것을 말함.
ⓒ 김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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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보다 더 노골화한 철도 민영화 음모

국토부는 수서발 KTX노선에 대해 민간 참여 뿐 아니라 코레일은 여객운송사업만 담당하고, 물류운송사업은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과 향후 건설될 신규노선 대해서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회사를 진입시키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결국 향후 건설될 간선 및 지선에 대해 민영화 계획으로 실패한 영국철도 민영화 사례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보다 한술 더 떠 철도 민영화 음모를 더 노골화하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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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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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거수기로 전락한 '민간전문가 검토위원회

이 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원 구성에서의 편파성에 있다. 19명의 위원 중 2/3이상이 국토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영향력 하에 있는 기관들의 위원들로 채우고 있어 공정성이나 중립성 논란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이 파악되었다.

또한 이 위원회에 주요한 역할을 한 일부 위원은 수요예측 뻥튀기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교통연구원(KOTI) 출신으로 2011년부터 국토부의 수서발 KTX 민영화 입장을 핵심적으로 대변한 인물들이다.

이 위원회는 한 달간 전체회의를 단3차례 밖에 진행하지 않는 등 졸속적으로 운영되다 급기야 5월 16일 국토부의 들러리로 이용됨에 따라 4명의 위원들이 "국토부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있어 국토부의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사퇴하였다.

경실련의 경우는 "민영화(경쟁도입)를 전제로 한 논의는 참여할 수 없다"고 밝히며 최초 논의부터 빠졌었다. 그리고 이 위원회 조차 '국토부가 제시한 기본구상을 제한적 시간 내에서 검토한 후 의견을 제시하는 제한된 역할을 수행' 할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이 위원회는 논의의 중립성이나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는 조직으로 국토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2012년 총·대선을 앞둔 시점에 KTX민영화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자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의 유력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4월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과 같은 방식의 KTX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이명박 정부와의 선을 그으며, 표심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어느 누구의 당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인 2012년 12월 17일 경 '박근혜 대통령후보' 명의로 '철도노조 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새누리당은 근본적으로 철도산업은 장기 비전을 먼저 마련하고 마련된 장기 비전에 따라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지금 KTX 민영화 추진에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 주관의 민간 검토위원회는 한달간 단3차례의 검토회의를 거쳐 철도산업발전에 대한 중장기 청사진을 검토하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를 반증하듯 최근 언론에서 나왔던 국토부의 KTX민영화 정책방향과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동일하게 제출되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철도 민영화를 정해놓고 몇가지 요식행위를 거치고 있는 것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과연 철도 민영화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정책인지 아니면 고위 관료들의 무지로부터 발생한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실험대가 될 것 같다.

제18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 답변서
1. 철도 민영화에 대한 입장

1-1. '수서발 KTX 민영화'에 대한 입장

ㅇ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장래 남북 대륙 철도 연결, 해외시장 진출, 철도의 공공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장기 청사진이 먼저 결정되어야 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추진되어야 할 것임.

ㅇ 올해 4월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과 같은 방식의 KTX 민영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
- 새누리당은 근본적으로 철도산업은 장기 비전을 먼저 마련하고, 마련된 장기 비전에 따라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지금 KTX 민영화 추진에 반대 입장임.

1-2. 민영화 차기 정부 추진

ㅇ 이미 선관위에 제출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입장도 대부분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철도, 가스, 공항, 항만, 방송 등의 국가 기간망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는 민영화는 반대하고 있음.
- 국가 기간망은 국민생활과 산업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산업인 만큼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이 효율성만을 고려하여 일률적 민영화를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임.

ㅇ 박근혜 후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임.

* 위 자료는 2012년 12월 17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철도노동조합에게 보낸 정책질의 답변서 일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철도노조 공공철도연구 정책팀장 김용남 입니다.



태그:#철도, #민영화, #국토부,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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