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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재판이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열렸다. 재판에 앞서 원고인 피해 할머니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 등 30여 명이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정문에서 "이기자"를 제창하며 짧은 행진을 벌였다.
 24일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재판이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열렸다. 재판에 앞서 원고인 피해 할머니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 등 30여 명이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정문에서 "이기자"를 제창하며 짧은 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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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정에서 패소한 지 5년 만에 다시 광주에서 법정 투쟁이 시작됐다.

24일 오전 10시 광주지방법원 204호 법정.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지난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한일협정 등을 이유로 기각 판결을 내린 지 5년 여 만에 열린 재판이다. 이날 광주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종광 부장판사)은 양금덕(84) 할머니 등 원고 5명(피해자 6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각 1억100만 원(총 6억6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소송의 첫 심리를 열었다.

재판부, 원고 측 의견 받아들여 31일 속행... 미쓰비시 불출석

이날 재판에는 원고 양금덕·이동련(85)·박해옥(85)·김성주(86) 할머니,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김희용 대표와 회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지난 4월 22일 변론 기일을 통지 받았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의 자료 제출 요청, 변론기일 협의 등으로 마무리 됐다.

이종광 부장판사는 재판 절차에 대해 "미쓰비시 측의 송달확인서가 법원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23일 오후 미쓰비시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4월 22일 변론기일을 통지 받았음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에 재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 일본에서 진행했던 소송과 지난해 5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부산고등법원 등 유사한 강제동원 관련 소송 문서, 위자료 산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원고 측 이상갑 변호사는 "소송의 원인이 된 불법행위는 1944년 발생한 것으로 70년이 지났고 일본 법원에 첫 소장을 제출한 1999년 3월 1일 이후 14년이나 흘렀다"며 "미쓰비시의 행태로 볼 때 대법원까지 갈 소지가 다분해 언제 확정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일본 소송에서도 재판이 장기화됐고 피해자 할머니 1분이 숨졌고 원고들이 모두 80대로 시간이 촉박하다"며 "미쓰비시 측은 4월 22일 변론기일을 통보받고도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는데, 이미 쟁점이 같은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이며 국내 소송 대리인도 선임했다는 점에서 차일피일 미루려는 의도로 보이므로 신속한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의견을 받아 들여 오는 31일 심리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7월 19일, 8월 23일과 30일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와 원고 측은 미쓰비시 대리인 선임 여부, 국제 사건으로 서류 송달에 3개월 이상 걸리는 등에 따라 변론기일을 조정하기로 했다.

"다시 법정에 발을 딛게돼 기쁘다"...미쓰비시 "이유 없이 기각" 주장

미쓰비시 측이 재판부에 보내온 답변서. 미쓰비스는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쓰비시는 이날 재판에 답변서만 보내왔다.
 미쓰비시 측이 재판부에 보내온 답변서. 미쓰비스는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쓰비시는 이날 재판에 답변서만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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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을 마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시민모임 회원들은 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의를 다졌다.

재판을 마친 후 박해옥 할머니는 "십수 년 전부터 나고야(법정)에서 투쟁을 시작해 일본최고재판소가 기각하면서 개인청구권 시효가 지났다고 했는데 다시 재판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멀리 안양에서 출석한 김성주 할머니는 "중학교도 갈 수 있고 고등학교도 갈 수 있다는 일본 담임 선생 말만 듣고 반갑게 갔는데 억울하게 살았다"며 "재판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해방이 되고 68년 동안 한을 품고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살았는데 이렇게 광주시민과 국민들이 응원해 주어서 다시 법정에 발을 딛게 돼 자랑스럽고 대단히 감사하다"며 "우리에게는 아직 해방이 돌아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절반의 한은 풀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할머니들은 지난 1999년 3월 1일 나고야 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지난한 법정 투쟁을 10여 년 동안 진행한 바 있다.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일협정으로 인해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취지로 최종 원고 패소 판결을 해  결국 법적으로 배상받을 길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이 강제동원에 대한 손배소송에 대해 처음으로 개인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 전범기업들은 '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이었고 일본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원소 패소 판결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미쓰비시 측은 재판부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쓰비시는 기존의 개인청구권 소멸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는 답변서에서 "당사는 한국에서 제기된 이 사건 원고들의 소가 적합한지에 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원고들의 소제기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이 기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는 "4월 22일 변론기일을 통지 받았으나 준비를 위한 시간이 촉박해 출석하기 어렵다"며 "조만간 대리인을 선임해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파렴치한 미쓰비시, 광주에서 정의의 이름 심판 할 것"

광주에서의 첫 재판을 마친 피해 할머니와 시민모임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다.
 광주에서의 첫 재판을 마친 피해 할머니와 시민모임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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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희용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빛고을 광주에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며 "일본 제1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는 광주시민과 국민들의 양심에 굴복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2000년 부산지법에 제기돼 지난해 5월 대법원이 개인청구권을 인정하며 파기환송심 진행 과정과 일본에서의 소송 과정을 언급하며 "이제와서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한낱 시간을 마냥 끌어보겠다는  핑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시민모임은 "이 문제를 적당히 얼버무리려했던 파렴치한 미쓰비시의 태도는 결국 광주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인권과 평화이 이름으로 끝내 사법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는 끝내 승리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사법적인 해결에 앞서 미쓰비시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이 사무국장은 "법적으로 해결하는데 시일이 오래 걸리고  특히 피해 할머님들의 연세가 많아 걱정이 된다"며 "미쓰비시는 사법적 판단 이전에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정된 재판 결과'를 알고도 대한해협을 넘나들며 일본 법정 싸움을 하면서 참으로 참담했다"며 "새로운 국면에서 시작된 오늘 재판은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첫 재판이 열린 24일은, 지난해 대법원이 강제동원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판결을 한 날이다. 윈심 파기 환송심이 열리고 있는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오는 7월 2일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태그:#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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