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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산 오감길은 만연사 위쪽 선정암에서 출발하면 큰재로 향하는 길목으로 빠져나와 무등산 무돌길과 연결된다.
 만연산 오감길은 만연사 위쪽 선정암에서 출발하면 큰재로 향하는 길목으로 빠져나와 무등산 무돌길과 연결된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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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산에나 갈까?"
"산? 안 가. 지난 번에 월출산 갔다가 죽을 뻔 했는데 산은 무슨... 산은 안돼! 못 가!"
"만연산 오감길이나 한 번 가보자. 거긴 평탄해서 애들도 가기 좋다더라."
"그래? 그럼 한 번 가볼까? 대신 가파르면 가다가 다시 오는 거다!"

그렇게 시작한 만연산 산행이었다. 그리고 오감길의 매력에 빠졌고 주말 아침이면 심심찮게 올라가는 단골 산행코스가 됐다. 오감길은 경사가 거의 없이 평탄해 아이들과 함께 걷는 가족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원래 이름은 오감연결길이지만 대부분 오감길이라고 부른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도심은 한여름을 방불케하지만 해발 668m인 만연산 중턱 300m 정도 고지에 위치한 오감길에는 봄의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아니 불어오는 바람에 서늘하기까지 하다.

만연산 오감길이 만들어진 지는 1년여 남짓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들어지기 전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화순을 대표하는 둘레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의 무돌길과도 연결돼 있어 무돌길을 따라 걷다가 오감길을 찾는 산행인들도 늘고 있다.

둘레길은 산비탈에 사는 주민들이 산을 넘어 이동할 때 힘을 들여 수직으로 넘는 대신 둘러둘러 쉬엄쉬엄 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다. 조금 편하게 산을 넘기 위한 길이지만 때로는 가팔라 숨이 차온다. 하지만 만연산 오감길은 가파르고 험한 곳에 보행데크 등 인공적인 색을 더해 거의 평탄하게 만들어놨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산길을 걸을 수 있다.

오감길의 울창한 소나무
 오감길의 울창한 소나무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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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감싸는 소나무향...가족 산행 적격

화순읍 동구리 만연사 위쪽에 위치한 선정암에서 만연폭포까지 3.1km에 이르는 오감길을 따라 걷다보면 산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소나무의 향이 온몸을 감싼다. 산길에 익숙하지 않거나 잠시 쉼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중간중간 쉼터도 만들어 놨다.

선정암 입구 쪽으로 들어서면 편백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우드칩이 깔려 있는데, 밟으면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낸다. 우드칩에서 나오는 숲의 향기에 코끝이 아리다. 양쪽에 늘어선 나무들이 잎을 스치며 반갑다고 노래한다.

오감길은 우드칩길과 나무데크길, 흙길이 번갈아 이어져 있다. 길 양쪽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온갖 나무들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있다. 특히 은은하게 풍기는 솔향은 온몸을 포근히 감싸며 건강한 숲의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보다 편안한 산행을 위해 만들어 놓은 나무데크길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데,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오감길을 걷다보면 나무데크길 위를 신나게 달리며 경쾌한 웃음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가파른 산길이 버거운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의 산행 장소로는 최고다.

3m는 족히 될 것 같은 높이의 나무데크길 중간 쉼터에 앉으면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간질인다. 나무숲 사이로 화순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동구리호수가 햇빛에 부딪혀 반짝이는데, 눈부시다. 흙길 위에는 주변 소나무에서 떨어진 솔잎들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반긴다.

오감길을 걷다보면 군데 군데 너덜을 만난다.
 오감길을 걷다보면 군데 군데 너덜을 만난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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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야생화와 산새 그리고 너덜

길 양쪽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야생화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철쭉이며 진달래를 비롯해 이름모를 온갖 꽃들이 계절별로 피어나 환한 미소를 짓는다. 가끔 만나는 산다람쥐도 반갑다. 언젠가 숨겨뒀던 도토리를 찾고 있는지 연신 두리번거리다가 작은 바위 위에 자리잡고 손을 비비며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부쩍 늘어난 사람들의 모습을 두고 촌평이라도 하는지 사방에서 재잘거리는 산새들의 소리는 또다른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중간중간 '너덜'도 만날 수 있다. '너덜겅'이라고도 불리는 '너덜'은 돌이 많이 흩어져 깔려 있는 비탈을 말한다. 돌밭이다. 무등산의 덕산너덜이나 지공너덜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산 위쪽에서부터 아래로 쭉 이어진 너덜을 볼 때면, 어디에서 그 많은 돌들이 쏟아져 내렸는지 신기하다.

오감길 중간의 쉼터에 있는 큰바위. 바위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아니 서늘하다.
 오감길 중간의 쉼터에 있는 큰바위. 바위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아니 서늘하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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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번쩍...큰바위 쉼터

오감길 중간에는 집채만큼 커다란 바위가 있는 쉼터가 있다. 큰바위 아래 의자에 앉으면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길 때문인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온몸이 시원하다. 쉼터에는 작은 정자와 조그만 샘도 있다. 차가운 샘물로 얼굴을 씻으면 정신이 번쩍 난다.

큰바위쉼터를 지나 한참을 가다보면 만연폭포와 큰재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선 자연스럽게 가던 길을 멈추게 된다. 만연폭포를 지나 산을 내려갈 것인지, 큰재로 올라가 무돌길을 따라 둘레길을 조금 더 걸을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연산 큰재는 봄이면 수십 만 그루의 철쭉이 고운 자태를 뽐내는 화순의 자랑거리 중 한 곳이다. 큰재 팔각정에서 참샘으로 이어지는 길에선 하늘을 뚫을 듯 곧게 뻗은 편백나무가 눈길을 끈다.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몸과 마음을 맑게 해준다. 주변에는 맥문동과 옥잠화, 꽃무릇 등의 야생화가 계절에 따라 고운 자태를 뽐내면서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솔잎이 깔려 있는 흙길. 정승 왼쪽은 성주사 가는 길이다.
 솔잎이 깔려 있는 흙길. 정승 왼쪽은 성주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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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도 만나고 삼림욕도 하고

오감길 주변에는 보물 1345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불도 '괘불'이 소장돼 있는 천년고찰 만연사가 있다. 만연사는 만연선사가 광주 무등산의 원효사에서 수도를 마치고 조계산 송광사로 가던 중 십육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실 역사를 하고 있는 꿈을 꾸고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절집이다.

오감길은 작은 암자 선정암과 성주사, 만연산산림욕장, 동구리호수공원으로도 연결돼 있어 잠시 쉬어가도 좋다. 특히 삼림욕장은 소나무와 편백나무 숲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데다 나무평상과 나무의자 등 휴식공간이 잘 갖춰져 있어 오감충전에 적격이다.

만연사 주차장에는 1980년 5.18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의 학살만행에 항거하는 화순군민들이 화순경찰서에서 탈취한 총기 300여정을 숨겨둔 장소를 기념하는 기념비도 있다. 호수공원 옆 동림사 터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16세에 맹자를 완독하며 꿈과 이상을 키웠다는 독서시비(讀書記碑)가 있어 잠시 들러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도 좋다.

성주암에서 출발해 오감길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만연폭포와 큰재로 향하는 갈림길. 다리쪽으로 가면 큰재로 가다가 무돌길과 만나고, 아래로 가면 만연폭포를 통해 도로와 만나진다.
 성주암에서 출발해 오감길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만연폭포와 큰재로 향하는 갈림길. 다리쪽으로 가면 큰재로 가다가 무돌길과 만나고, 아래로 가면 만연폭포를 통해 도로와 만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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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우드칩이 깔린 오솔길...오솔길 치고는 조금 넓죠?
 편백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우드칩이 깔린 오솔길...오솔길 치고는 조금 넓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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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곳에는 나무데크를 설치해 경사를 거의 없앴다.
 가파른 곳에는 나무데크를 설치해 경사를 거의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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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러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만연산, #오감길, #오감연결길, #만연사, #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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