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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0일 2시30분 홍천군청 공무원이 노숙장을 강제철거하고 있다
 5월10일 2시30분 홍천군청 공무원이 노숙장을 강제철거하고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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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군이 지역 골프장 반대대책위 주민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10일 반대대책위 주민들은 노숙농성장을 강제철거당했다. 그 뒤 이들은 당일 밤 다시 노숙농성장을 설치했지만, 5월 11일 오전 9시께 홍천군청 직원 20여 명이 다시 나타나 주민들이 노숙하고 있는 시설에 대한 강제 철거를 재집행했다.

주민들은 거세게 저항하지 않은 채 노숙장 안에 앉아 있었고, 공무원들이 바닥에 깔은 스티로폼을 강제로 걷어내면서 앉아 있던  67세 노인이 뒤로 넘어져 실신했다. 그 과정에서 군청 박아무개 과장은 실신한 노인에 대한 조치는 방관한 채 "쇼를 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 갈등을 가중시켰다. 결국 노인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홍천군 골프장 반대대책위(갈마곡리 괘석리 월운리 구만리 팔봉리 동막리) 주민들은 87일째(11일 기준) 군청 앞에서 노숙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홍천군으로부터 노숙장 강제 철거를 당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4월 22일과 5월 10일, 그리고 11일 아침에 다시 강제 철거를 당한 것이다.

지난 6일 홍천군은 "그동안 법과 원칙에 근거해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다"면서 "반대대책위 주민을 상대로 공무집행방해 행위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군청 앞 노숙 장을 5월 9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11일 확인 결과 홍천군은 반대대책위 주민 다수를 공무집행 방해행위로 경찰에 고발했고, 노숙농성장을 강제철거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갈등... 해결점은 보이지 않아

2008년 홍천군 서면 두미리 주민들이 골프장반대 시위를 하는 장면
 2008년 홍천군 서면 두미리 주민들이 골프장반대 시위를 하는 장면
ⓒ 골프장건설 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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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시작된 골프장 반대대책위는 홍천군과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어왔지만 주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격분한 주민들은 "현재 불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허필홍 홍천군수는 군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는 동안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빠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 반대대책위 활동이 비단 홍천군만의 일은 아니었다. 강원도 강릉을 비롯해 원주와 홍천 등에서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농성이 2011년부터 노숙 농성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내 골프장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노숙 농성을 철수했다.

그러나 홍천군은 골프장 건설 반대주민들의 노숙 장을 강제 철거하는 강수로 대응하면서 주민들과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대명그룹에서 공사 중인 소노펠리체 골프장 공사 중에 서면 산22번지에 위치한 분묘를 아무런 조치 없이 파손해 유골을 훼손했음에도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주민들의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다.

10일 오후 2시 30분 경 노숙장을 강제 철거 당한 후 밤 9시에 모인 대책위 주민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10일 오후 2시 30분 경 노숙장을 강제 철거 당한 후 밤 9시에 모인 대책위 주민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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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건설 반대위 신아무개씨는 "잃어버린 조상의 유골을 찾아달라는 민원도 묵살하고 있는 홍천군은 주민의 편인가, 대명그룹의 하수인인가 묻고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한 "조상에게 물려받은 선산 1만4000여 평의 임야를 대명그룹에게 강제수용당했다, 장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송구함도 부족해 산소마저 지키지 못하고 유골을 잃어버렸다"며 "어느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군수는 주민 상대로 고발... 주민, 공무원 고발 검토 중

홍천군 서면 소노펠리체골프장 공사 현장
 홍천군 서면 소노펠리체골프장 공사 현장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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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홍천군청 도시교통과장과 직원 2명이 지난 3일 동막리 주민들에 의해 감금당했다며 고발한 내용에 대해서 주민들이 억장이 무너진다는 반응이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4일 저녁 마을 주민들이 회관에서 대책회의를 하기 위해 모였는데, 그 자리에 담당 공무원이 찾아왔다. 주민들은 그 며칠 전에 골프장 공사 측에서 물이 흐르는 자연천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어서 공사 중단 요청에 관한 민원을 접수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 대한 현장 조사 및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토요일 오후인데도 공무원이 마을에 찾아온 것이라고 여겼다. 마을 사람들은 저녁도 대접하고 대화를 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마을주민들과 담당 공무원 간의 일종에 간담회가 된 셈이었다. 주민들은 당연히 공사 중단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어 했는데, 공무원은 그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서 시간만 보내는 담당 과장에게 답변을 재촉했다. '다음 날(5일) 아침 공사 현장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확인하자'는 일종의 합의가 이뤄져서 마을 사람들과 같이 자고 가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오전 3시께 차를 놔두고 사라졌다고 한다.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흘러내려오는 기름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흘러내려오는 기름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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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동막리 주민(여·63)은 "홍천군수는 이런 사실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주민들과 대화를 해보지도 않고 공무원 말만 듣고 감금당했다는 내용으로 고발했으니 군수는 주민들의 대표인 군수인가, 공무원들을 위한 공무원의 대표인가"라며 "그리고 홍천군 공무원은 주민들을 위한 공무원인가 골프장 사업자를 위한 공무원인가 도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공사 중단에 해당하는 문제는 해결됐으니, 공사 중단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어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차의 시동도 걸지 못하게 막았다'며 감금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3일 밤 반대 주민 측 환경단체 전직 간부가 야간에 술에 취해 당직 근무를 서는 공무원을 위협하고 폭행했으며, 4월 27일 오전 2시께 당직자에게 현관문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며 청사 후문 시건장치를 파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주민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문을 개방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비가 붙었을 뿐이지 폭행은 아니었고, 시건장치를 훼손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11일 골프장건설 반대위 측 20여 명이 모여 회의 끝에 군청 현관 입구에 비닐을 치고 노숙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책위 주민 대표는 "11일 오전 노숙 장 철거 도중 부상을 입힌 사건에 대해 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제 철거 전 골프장반대 대책위 노숙장
 강제 철거 전 골프장반대 대책위 노숙장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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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골프장반대, #홍천군, #강제철거, #강원도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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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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