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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자 유재석> 표지.
 <일인자 유재석> 표지.
ⓒ 이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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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 <일인자 유재석>이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 '어? 유재석이 책을 썼어? 우리 유느님, 무지 바쁠 텐데 언제 책까지 냈지?'

반가움에 냉큼 책을 집어 들었는데, 다른 사람이 썼다는 걸 알고 살짝 실망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유재석이 자신을 다룬 책 제목을 '일인자 유재석'이라고 정할 리 없다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기로, 예능인이나 개그맨이 스스로 자신에 대한 책을 쓴 경우는 최양락이나 김병만과 최근의 김영철 정도다. 그 책들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썼다기 보다는 출판사의 제안에 의한 집필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렇다는 게 좋지 않다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그에 비해 이 책은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작가가 썼다는 점에서, 유재석 본인의 목소리로 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시선이 담겨 있기에 또 다른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의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예능인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단행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예능인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은 서병기 대중문화 전문기자가 몇 년 전에 쓴 <유재석처럼 말하고 강호동처럼 행동하라>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한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게 아닌, 약 스무 명 정도의 예능 MC들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에 깊이 면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방송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예능인은 참 많다. 강호동·유재석·신동엽·이경규·김국진·박명수·김제동·김구라·남희석·이휘재·컬투·이영자·박미선 등. 그런데도 이들을 면면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예능인이라는 대상은 몇 줄의 기사 정도로 다루면 되지 책 한 권에 이를 정도로 깊이 있게 분석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식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짐작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개그맨이자 명실상부한 국민 MC 유재석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49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개그맨 유재석이 포토월 차례를 기다리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유재석은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49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개그맨 유재석이 포토월 차례를 기다리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유재석은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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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자 유재석>은 크게 4개의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1991년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공채 개그맨으로 출발, 약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존재감 없는 무명으로 보내다 각고의 노력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해 마침내 오늘의 국민 MC 반열에 오른 과정을 담은 '1부 유재석 TV - 도전! 무명에서 유명으로'. 유재석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만의 특징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 설명하는 '2부 예능의 정석 - 유재석의 7가지 습관'. 유재석이 웃기는 방식을 분석한 '3부 유재석처럼 웃겨라 - 나도 유재석처럼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유재석을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4부 유재석, 인터뷰의 재구성'.

저자는 20년 째 방송작가를 하고 있는 김영주 작가다. 그는 유재석에 대한 한 권의 책을 쓰게 된 몇 가지 이유를 밝히고 있다. 예능작가를 해서인지 곳곳에 유머를 배치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책은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 본격 유재석 연구서다. 명색이 국민 MC인데, 그를 다룬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것에 분노하였다.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책이 출간된 안철수보다 유재석이 못한 게 도대체 뭘까. 키도 크다. 얼굴도 작다. 훨씬 웃긴다. 기껏해야 대통령 후보인데, 유재석은 이미 예능의 대통령이다. 무엇보다 유느님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렇다.

"우리의 삶, 하루하루, 일상은 생방송이다. 정해진 대본도 없다. 버라이어티다. 하루하루가 토크쇼, 게임쇼, 가끔은 몰래카메라가 이어지고, 쉼 없이 도전해야 하고, 다양한 유형의 초대 손님과 마주한다. 혼자서 진행해야 할 때도 있고, 여러 사람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예능력'을 높이면 높일수록 인간 관계가 풍요로워지고, 타인의 호감을 얻게 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예능력'의 기본은 유머인데, 유머를 배우려면 기존의 수많은 책을 참고해도 좋겠지만, 유머 멘토를 한 사람 정해서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해 보면 좋지 않겠는가. 저자는 그런 사람을 유재석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왜? 호감을 주는 인상에 편안하고 남을 배려하는 유머가 좋고 결정적으로 10년 가까운 무명 세월을 거치며 깎이고 만져지고 다져진 그의 유머는 급조되지 않은 삶의 무게가 담겨 있기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 저자가 유재석이라는 유머 멘토를 차분하게 분석을 할 테니, 독자들은 따라오고 마음에 들면 유재석 식의 삶의 태도와 유머를 갖추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쩌면 유재석의 팬들이 보기에는 유재석에 대한 무슨 획기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기에 새롭지는 않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유재석이라는 20년 차를 훌쩍 넘은 국민 MC이자 예능인이 걸어온 길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보여 주고 있는 그만의 예능력을 깔끔하게 분석한 것은 미덕이라고 본다.

게다가, 이 책이 독특하다 느낀 것 중 하나는, 유재석의 삶과 다양한 에피소드와 예능력을 다루면서도 저자의 예능 작가 경험과 개인사를 마치 자신이 유재석과 동급이라도 되는 양, 교차를 하면서 펼쳐놓고 있다는 점이다. 유재석과 비슷한 시기인 1992년에 방송에 발을 들여놨기에 동업자라는 생각으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유재석이 거쳐 온 예능 프로그램들과 저자가 활동하고 바라본 예능 프로그램들과 예능인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소사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길에서 휴지를 주었다고, 인상 찌푸리지 않고 사인을 했다고, 여자 연예인을 인도 안쪽으로 걷게 하였다고, 모자를 빌려주었다고 거의 매일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남자. 해마다 연예대상 후보에 오르는 남자. 현재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모두 장수하는 남자. 그 흔한 스캔틀 하나 없고, 남들 다 하는 사업도 하지 않고, 오로지 방송만 하는 '방송 기계'라 불리우는 남자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집어들길 권한다.

독특한 책 제목에 큼지막한 글씨, 노란색에 조금은 촌스러운 표지. 하지만 이 책은 유재석을 많이 닮아 있었다. 빨간색의 자극과 초록의 치유효과를 가져 우리를 울고 웃게 하는 노란색을 닮은 그. 때로는 촌스러울 만큼 우직하고 한 길만 걸어온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진짜 이유는 책 마지막에 에필로그 형식으로 나온다. 그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는데, 왜 그런지 직접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게다.

덧붙이는 글 | <일인자 유재석> (김영주 씀 | 이지북 | 2012.08. | 1만3000원)



일인자 유재석 - 방송작가가 쓴 국민 MC 유재석 이야기

김영주 지음, 이지북(2012)


태그:#유재석, #일인자, #유느님, #유르스윌리스,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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