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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부화를 앞둔 도룡뇽의 모습이다. 금세 세상밖으로 나올 것만 같다.
 막 부화를 앞둔 도룡뇽의 모습이다. 금세 세상밖으로 나올 것만 같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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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었다. 나는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도롱뇽이 이렇게 많다니 그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큰 도시 주변에 잘 보존돼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행정지시만으로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을 아끼는 시민들이 자발적인 정성으로 잘 보존해 온 것이라고 믿었다.  

5월이다. 산은 연초록으로 눈이 부실 정도다. 산만 푸른 것이 아니라 하늘도 푸르고 들판도 푸르다. 온 대지가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지난 4일 만월산을 넘으면 인천 최대의 도롱뇽 서식지를 구경할 수 있다기에 등산할 겸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만월산 약사사도 들려 보기로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아직 멀어서일까. 생각보다 산사는 조용하다.

만월산은 해발 187.1 미터의 그리 높지 않지만 도시 주변에 있어 시민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만월산은 만월산 약사사를 품고 있어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약사사를 옆으로 하고 만월산으로 오른다. 보기보다 가파르다. 거의 계단으로 이뤄졌다. 정상인 팔각정에 오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도롱뇽 마을을 물으니 산 능선을 타고 아래로 죽 내려가란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있지만 산사는 아직 조용하기만 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있지만 산사는 아직 조용하기만 하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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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187.1미터 높이의 길은 거의 계단으로 되어 있다.
 만월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187.1미터 높이의 길은 거의 계단으로 되어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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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산을 반대로 내려와 구름다리를 건너 굴다리를 빠져나가니 터널처럼 돼 있는 길에 '도롱뇽 마을 입구'라는 글자가 보인다. 몇 사람이 앞서 가면서 따라오라고 한다. 아이와 함께 도롱뇽을 구경하러 간단다. 다시 만수산 골짜기를 오른다. 맑고 예쁜 작은 개울이 나타난다. 정말 도롱뇽이 이런 작은 도랑같은 개울물에 살고 있을까 의심이 든다.  

골짜기를 오르는데 양지쪽에 나물캐는 아낙이 보인다. 도롱뇽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여기 골짜기 물에 도롱뇽이 많이 살고 있단다. 하기는 입구에 인천 최대의 도롱뇽 서식지라는 간판이 있었다. 하지만 물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런 곳에 어떻게 도롱뇽이 살까'라고 생각하며 계속 골짜기를 오른다.

골짜기는 꽤 깊어 보였다. 물길 따라 오르니 아기자기한 예쁜 다리도 있고 군데군데 쉼터도 만들어져 있다. 골짜기를 오를 수록 맑고 투명한 물이 졸졸 소리내며 아래로 흐른다. 작은 바위를 감싸고 사이사이 내려오던 물이 더러는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고 있다.

도룡뇽 마을의 입구다. 이곳을 지나면 인천 최대의 도룡뇽이 살고 있는 개울을 만나게 된다.
 도룡뇽 마을의 입구다. 이곳을 지나면 인천 최대의 도룡뇽이 살고 있는 개울을 만나게 된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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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룡뇽이 살고 있는 맑고 고운 물웅덩이다. 도룡뇽은 깨끗한 물에 살고 있다.
 도룡뇽이 살고 있는 맑고 고운 물웅덩이다. 도룡뇽은 깨끗한 물에 살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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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웅덩이 속을 들여다보다 감짝 놀랐다. 그 안에는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낙엽 사이로 마치 가래떡 같은 크기의 줄 안에는 새까만 점들이 수없이 박혀 있었다. 도롱뇽 알이란다. 이미 올챙이의 모습을 다 갖춘 도롱뇽들이 세상밖으로 나오려고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어떤 놈은 세상밖으로 나와 물놀이를 하고 있다. 

한 물웅덩이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위로 올라가면서 물속마다 알이 있고 부화된 새끼들이 서로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도롱뇽이 언제부터 이곳에 터를 잡았는지 알 수 없으나 관계자는 2006년부터 생태공원으로 지정 자연학습장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붉은 낙엽 옆에 도룡뇽 알이 깨어날 때만 기다리고 있다.
 붉은 낙엽 옆에 도룡뇽 알이 깨어날 때만 기다리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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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된 어린 새끼들이 오뤌의 싱그러운 햇살을 받으며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부화된 어린 새끼들이 오뤌의 싱그러운 햇살을 받으며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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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은 한국 특산종이다. 지금도 시민들의 협력으로 잘 보존되고 있지만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으로 손보는 것은 오히려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어오지 않았는가. 도롱뇽 서식지가 자연학습장으로 영구 보존되기를 바란다.


태그:#도룡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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