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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를 앞두고 1일 서울시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무현시민학교에서 '링컨과 노무현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를 앞두고 1일 서울시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무현시민학교에서 '링컨과 노무현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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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침략 자체를 부정한 아베 일본 총리에 대해서 "일본 우익이 난동을 부리는데, 아베 총리는 일본 오타쿠형"이라고 일갈했다. "나는 지금 정치인이 아니니 문제될 거 없다"며 거침이 없었다. 참여정부의 인기가 급락했던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든 김한길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는 "그랬던 분이 민주당 당대표가 된다고 한다, 비애를 느낀다"고도 했다.

모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이다.

돌연 정계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그의 말 속에는 '부드러운 뼈'가 숨어 있었고, 이는 비판 받는 당사자에게는 따가울 만큼 날카롭게 느껴졌다.

유 전 장관은 1일 오후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 주최 '노무현을 만나는 다섯가지 이야기' 강연의 강사로 연단에 섰다. 이 날만큼은 본업인 '지식소매업자'로서가 아닌,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본 이로써 '링컨의 리더십, 노무현의 리더십'을 얘기했다. 

유 전 장관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부터 내놨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추앙받는 대통령이었지만 존경받거나 사랑 받았다고 하기 어렵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존경 받는 대통령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사랑받는 대통령이었다, 링컨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사랑도 받고 존경도 받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닿아 있는 노 대통령과 링컨 대통령에 대해 그는 "정의와 통합을 강력히 추구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노 대통령이 영화 속 링컨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링컨 대통령과 정확히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현실 조건에서 선택 가능한 최선의 방향을 찾고,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이라면 링컨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영화 <링컨> 속에서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도를 금지하는 헌법 개정안을 연방 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시골 우체국장 자리, 세무서장 자리로 민주당 의원을 매수했고, 결국 법안을 통과시켰다.

"링컨은 '뛰어난 지도자'라며 노 대통령 비난...사대주의 아니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를 앞두고 1일 서울시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무현시민학교에서 '링컨과 노무현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를 앞두고 1일 서울시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무현시민학교에서 '링컨과 노무현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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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장관은 "몇몇 칼럼을 보면 링컨 대통령이 옳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협잡이나 매수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을 매우 새로운 사실인 것처럼 밝히며 뛰어난 지도자는 그래야 한다고 평가한다, 헛웃음이 나온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하려고 했을 때 엄청나게 비난했다, 일종의 사대주의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 예로,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들었다. 그는 "노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를 개편하지 않으면 시민의 정당한 요구에 국가가 귀기울이게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 대연정을 제안했다"며 "이를 위해 권력의 절반을 주고 선거구제 개편을 공개적으로 통과시키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의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또, 참여정부 때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두달 간 비밀 협상을 진행한 사실도 꺼내놓았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모든 걸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낸 후 협상에 임했지만 결국 협상은 무산됐다. 이후 국민연금법은 국회에서 한 차례 부결된 후에야 통과될 수 있었다. 국회 통과 과정도 험난했다. 유 전 장관은 "당시 보건복지위 위원회 소속 의원들 지역구에 보건소 지어주고, 법안소위에서 법안 틀어쥐고 안 놔주는 의원에게 마산국민병원 땅 5만평도 내줬다"고 밝혔다. "이런 거래는 정치에서 다반사로 벌어지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얘기를 전하며, 유 전 장관은 김한길 민주당 의원을 향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국민연금법을 통과시키려할 때) 대통합민주신당 만든다고 선도 탈당해서 본회의장 복도에서 커피 마시면서 기권표 던진 분들이 민주당 당 대표가 되겠다고 한다"며 "그런 데에서 큰 비애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 민주당을 향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시고 서울분향소에서 만난 고위급 정치인이 '노 대통령이 몸을 던지셔서 분위기가 반전됐는데 이걸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는 게 과제'라고 말하더라, 꼴도 보기 싫었다"며 "정치는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정치를 넘어서는 인간적인 부분이 있는데...그래서 그 당이 그렇게 됐다"고 일갈했다.

"박정희·김일성 예찬 책 비슷...독재자 DNA는 같은가 보다"

개성공단 폐쇄까지 언급되며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유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에게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물어야 한다"며 "가스통 지고 라이터 들고 왔다갔다 하는 사람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봐야지 '쟤 성격이 나빠, 버르장머리 고쳐야 해'하면 해결 되냐, 기분 나빠서라도 안 고친다"고 조언했다. 일단 상대가 원하는 걸 묻고, 그걸 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모든 업적에 대해 공정한 관점에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55세 이상의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고 이해하고 싶어서 택한 방향이다.

이를 위해 박정희 대통령을 예찬하는 책을 열심히 읽는 중이라는 유 전 장관은 "청년기 때 김일성 주석의 일대기를 읽었는데,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든다는 그런 얘기들"이라며 "그런데 참 묘하게도 박정희 대통령을 예찬하는 책을 보면 똑같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는 업적에 대해 말한다, 독재자의 DNA는 같은가 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5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노무현을 만나는 다섯가지 이야기'는 매주 수요일 마포구청에서 진행된다. 오는 8일에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15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연할 예정이다. 이후 강헌 음악평론가, 태준식 감독이 강연을 맡는다.


태그:#유시민, #노무현,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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