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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에게 약을 비싸게 팔아먹고 부당 이득을 챙긴 제약사가 그 약을 환자에게 처방해준 의사나 병원에게 자기네 부당 이익의 일부를 몰래 주는 것을 한국에선 '리베이트'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그런 뇌물성 환불을 리베이트(rebate)가 아니라 킥백(kickback)이라고 부른다. 자기네가 부정하게 돈 버는 일에 도움을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 도와달라는 의미로 주는 돈이 바로 킥백(kickback)이다. 더러운 돈이므로 손으로 주지 않고 발로 차서 준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편, 상품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나중에 쿠폰을 우송하는 등 소비자에게 상품가격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것을 리베이트(rebate)라 한다. 또 정부가 거둔 세금의 일부를 경기부양을 위해 납세자에게 되돌려주는 것도 리베이트(rebate)라 한다. 요컨대 리베이트(rebate)는 합법적이고 좋은 환불이지만 제약사가 의사와 병원에게 약값의 일부를 건네주는 킥백(kickback)은 불법적이고 나쁜 것이다.

중앙일보(위), 워싱턴포스트(아래)
 중앙일보(위), 워싱턴포스트(아래)
ⓒ 조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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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4월 23일자 <중앙일보> 지면과 4월 27일자 미국 <워싱턴 포스트> 지면이다. 둘 다 비숫한 내용이다. 특정 약품을 환자들에게 처방해준 의사나 병원에게 제약사가 부당하게 벌어들인 이득의 일부를 '뇌물'로 주었다가 당국의 수사를 받고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뇌물을 한국신문은 '리베이트'라 하고 미국신문은 '킥백'이라고 부르고 있다.

필자는 지난 10여년간 신문 기고,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리베이트'가 아니라 '킥백'을 쓰라고 여러 차례 한국 언론 매체에 권고했으나, 그들은 내 글을 읽지 못했는지 아니면 읽고도 무시하는 건지 여전히 리베이트를 고집하고 있다.

리베이트는 네 글자지만 킥백은 두 글자이니까 간단해서 더 좋은데도 굳이 리베이트를 쓰는 이유는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기엔 너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게 어디 자존심이나 따질 문제인가. 학생들을 비롯한 전 국민에게 엉터리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게 어디 작은 일인가? 대한민국에 그 많은 영어영문학 교수, 영어교사, 영어학원 강사들은 다 어디 가고 엉터리 영어 리베이트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욱 한심한 것은 국립국어원이 만든 국어대사전에도 '리베이트'를 뇌물성 환불이라고 정의해 놓았고, 정부는 '리베이트 합동수사본부'라는 기구까지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합법적이고 좋은 것인 리베이트를 수사하다니 영어원어민들이 보면 얼마나 우습겠는가? 언론의 알량한 자존심이 국립국어원과 검찰, 경찰까지 영어 무식자로 만든 것이다.

다시 한번 권고한다. 신문, 방송 등 모든 언론 매체들은 미국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리베이트를 뇌물성 환불이란 뜻으로 쓰지 말고 차라리 우리말인 '불법환불' 또는 '뇌물성환불' 또는 '뒷돈'이라고 쓰길 바란다. 굳이 꼭 영어를 쓰고 싶으면 정확한 단어인 '킥백'을 쓰기 바란다. 미국독립운동가요 언론인이었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Being ignorant is not so much a shame as being unwilling to learn"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무식한 것은 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뜻이다.

덧붙이는 글 | 조화유 기자는 재미 저술가 입니다.



태그:#리베이트, #킥백, #엉터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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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후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 중 대한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흉일"당선. 미국 Western Michigan University 대학원 역사학과 연구조교로 유학, 한국과 미국 관계사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사 연구 후 미국에 정착, "미국생활영어" 전10권을 출판. 중국, 일본서도 번역출간됨. 소설집 "전쟁과 사랑" 등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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