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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백년의 유산>은 현재 시청률 25%를 상회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시작된 MBC <금 나와라 뚝딱>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두 드라마를 내용이나 캐릭터 설정 등에서 단순히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 그러나 전형적인 가족극으로 결혼, 불화, 이혼 등의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내용으로 보자면 그야말로 '별 것 없고', 어찌 보면 '재탕에 불과한' 이 드라마들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막장' 가족극? 흥미성은 부인할 수 없어

'백년의 유산' 가족들이 모두 모여 국수 품평회를 가지고 있는 모습.

▲ '백년의 유산' 가족들이 모두 모여 국수 품평회를 가지고 있는 모습. ⓒ MBC


영화나 드라마의 작품성에 대해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러나 시청률, 대중들이나 전문가들의 시선 등 그 어떤 기준을 들이대더라도 100%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작품을 어떻게 소비하느냐, 혹은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볍거나 쉽다고 해서 이야기 자체가 폄하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무겁고 어려워서 많은 생각을 요하니 '심오한' 작품이라는 과대평가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거나, 혹은 여러 부문의 높은 평점과는 별개로 소수의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작품도 있다.

평가기준은 그렇듯 모호하지만, 주중 드라마들에 비해 주말드라마들에는 '막장의' '가벼운' '쉬운' '유치한' 혹은 내용을 '꼬고 또 꼬는' 등의 선입견을 담은 수식어가 앞서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백년의 유산>이나 <금 나와라 뚝딱>도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기준에 의한 작품성을 논하자면 그리 얘깃거리가 많아질 드라마들은 아니다. 이른바 킬링타임용 드라마라 평가될 수도 있고, 자극적 상황과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그저 그런 내용을 가진 막장드라마라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기몰이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다 솔직한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데 있으며, 때로 드라마의 결이 거칠고 조악해 보이는 이유는 인물들이 위선과 위악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가능하다.

코웃음 부르는 인물들, 공감대 형성에 기여

'백년의 유산'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많은 부분에서 '유치하며' '유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겉모습은 허세에 가득찬 것이라 대조를 이룬다.

▲ '백년의 유산'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많은 부분에서 '유치하며' '유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겉모습은 허세에 가득찬 것이라 대조를 이룬다. ⓒ MBC


물론 이 드라마들이 완결된 형태로 한 치의 빈틈없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집 나간 아내를 대신해 닮은 사람을 변장시켜 내세운다거나(<금 나와라 뚝딱>),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 하는(<백년의 유산>) 극 중의 설정은 어처구니없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수많은 구멍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메울만한 재미를 담아내고 있는 것은 이 드라마들의 공통적인 장점이다.

이 드라마들의 등장인물들은 대개가 의존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다. 또한 부와 명예 등 세상에서 으뜸으로 치는 모든 가치들을 손에 넣은 인물들이지만 한결같이 가증스러운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백년의 유산>의 방영자(박원숙 분)는 아들과 이혼한 며느리 민채원(유진 분)를 '그 물건'이라 부르며 시종일관 고약한 심보를 부리는 인물이다. 이세윤(이정진 분)의 엄마인 백설주(차화연 분)의 독기 또한 그에 못지않으며, 아들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방패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다.

<금 나와라 뚝딱>의 박순상(한진희 분)은 심한 여성편력으로 3명의 아내를 둔 인물로 겉보기에 완력과 허세로 가득해 보이는 인물. 그러나 보기와는 달리 자신에게 반항하는 아들을 향해 "앞으로 열흘 동안 내게 말 시키지 말라"는 소심한 응징으로 반전 이미지를 드러냈다.

그 외에도 두 드라마에는 허세로 가득한 인물들이 가득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저 만만하게만 보인다. 돈 많고 지위도 높은 인물들이 아무리 '각 잡고' 등장해도 코웃음을 치며 보게 만든다는 것. 오로지 본능에 의존해 사는 듯한 인물들, 그러나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빈곤한 악랄함을 가진 '허당'들의 행진은 시청자들에게 '놀리며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착한 캐릭터의 '천사 코스프레'는 공감할 수 없어

위선과 위악이 판치지만 속내가 말끔히 드러나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가운데, 유독 몇몇 인물들의 비현실적인 설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러한 인물들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착한 것'과 '현명한 것'을 혼동하는 듯한 캐릭터 설정 탓이다.

<백년의 유산>의 민채원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다. 그를 궁지에 몰아넣고자 힘쓰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반발이 들어있는 대사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의 대응은 미온적이며 적극적 해명의 움직임도 별반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약하디 약한 그를 지탱해 주는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연인 이세윤을 비롯한 가족들이다.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정몽현(백진희 분)은 오로지 부모의 뜻에 따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지만, 강단 있고 똑똑한 인물로 포장되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정몽현(백진희 분)은 오로지 부모의 뜻에 따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지만, 강단 있고 똑똑한 인물로 포장되고 있다. ⓒ MBC


<금 나와라 뚝딱>에서 윤심덕(최명길 분)의 둘째딸 정몽현(백진희 분)의 인물 설정도 의아하고 미심쩍기는 마찬가지. 그는 집안 형편을 고려해 박순상의 방탕한 셋째아들 박현태(박서준 분)와 결혼하려 한다.

정몽현은 박현태에게 "당신이 군고구마 장수였어도 부모님이 하라고 하면 결혼할 거다"라고 말한다. 그는 부모의 꼭두각시지만 상대의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늘 '바른 생활'을 강조하며 입바른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렇듯 자립은 언감생심, 사랑도 부모가 정해주는 대로 하는 의지박약의 인물은 현재 강단 있고 똑똑한 인물로 포장되는 과정에 있다. 

결국 정몽현의 올바른(?) 행동으로 인해 한 가정이 바로 서고, 새로운 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결과물들로 그가 가진 이율배반적 캐릭터를 정당화시키는 것은 어쩐지 좀 억지스럽다. <금 나와라 뚝딱>의 인물들이 한결같이 위선적이지만 또 그것을 숨김없이 드러내 공감을 사는 데 반해, 정몽현의 그러한 '천사 코스프레'는 어딘가 좀 역겨운 일면이 있다.

두 드라마는 '유치하다' '막장이다'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흥미롭다' 등의 반응 또한 만만치 않게 이끌어내고 있다. 그것에는 돈과 명예 등 그 어떤 조건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너나 나나 별반 다르지 않다'라는 공감대 형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허세가 허당으로 드러나는 것은 유쾌한 반전이지만, 의지박약의 행태를 일삼는 일부 인물들의 포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반대다. 두 드라마의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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