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4일 부산 영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주민센터 2층에 마련된 영선2동 제1투표소의 모습. 이날 선거에서는 37개 투표소 중 11곳이 2층 이상에서 마련됐다.
 24일 부산 영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주민센터 2층에 마련된 영선2동 제1투표소의 모습. 이날 선거에서는 37개 투표소 중 11곳이 2층 이상에서 마련됐다.
ⓒ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련사진보기


24일 부산 영도구에서는 국회의원 재선거가 펼쳐졌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지체장애 1급인 최아무개씨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에 따라 동삼동의 한 투표소로 향했지만 최씨를 막아선 것은 거대한 장벽도 아닌 한 뼘 높이의 계단이었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낮은 문턱이었지만 스스로 계단을 넘지 못하는 최씨에게는 높은 절벽과 다를 바 없었다. 결국 최씨는 투표소 밖 인도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이를 선관위 직원에게 전달해 직원이 대신 투표함에 넣는 방법으로 투표를 마쳤다.

다른 장애인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남항동에 사는 지체장애 1급인 박아무개씨가 찾은 투표소는 학교 건물의 2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그냥 돌아갈까라고 생각했던 박씨는 발길을 돌려 계단을 힘겹게 올랐다. 그나마 박씨가 목발을 사용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뇌병변 장애1급인 김아무개씨는 이번 선거를 직접 지켜보고 싶어 투표 참관인을 신청했지만 2층에 위치한 투표소로 올라가지 못해 결국 참관인을 포기하고 투표마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영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영도구 관내 37개소를 일제히 점검한 결과 11개에 달하는 투표소가 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2층 이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1층에 있더라도 휠체어로 접근할 수 없는 문턱이 있는 곳이 상당수였다. 선관위는 이러한 시설의 경우 1층이나 외부에 간이 기표소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투표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표를 한 종이를 선관위와 참관인이 전달받아 투표함에 대신 집어넣는 방식에 장애인들은 비밀투표와 직접투표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표소 앞에서 돌아서는 장애인 참담한 심정"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25일 오전 연제구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앞을 찾아 장애인 참정권 침해에 대한 집단 진정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25일 오전 연제구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앞을 찾아 장애인 참정권 침해에 대한 집단 진정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화가 난 장애인들이 선거가 하루지난 25일 연제구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앞으로 모여들었다. 투표를 관리한 영도구선관위 위원장을 상대로 집단 진정을 제기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항의 기자회견에서 "투표소 앞에서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장애인의 참담한 심정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장애인단체 사람들은 "모든 유권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선거에서 물리적 환경을 이유로 장애인을 배제시키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사전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 영도구선거관리위원회의 무성의와 생각 없음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의 주권을 앞장서서 보장해야 하는 선관위가 오히려 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이제 정말 더 이상은 용납이 될 수 없다"며 선관위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러한 장애인단체의 지적에 영도구선관위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선관위 측은 해당 지역에 시각 장애인들의 현황만 파악하고 있을 뿐 지체장애 등 다른 장애를 겪고 있는 유권자에 대한 자료는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기자에게 "재보궐 선거는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1층 투표소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장애인단체와 간담회를 하거나 도우미를 배치해 장애인들의 투표에 최대한 어려움이 없도록 신경은 쓰고 있고 이후에라도 최대한 1층 투표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태그:#장애인 , #투표, #재보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