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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때부터 돌보기 시작했는데 훌쩍 자라버렸다
▲ 하은이 백일때부터 돌보기 시작했는데 훌쩍 자라버렸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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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아침에 운동을 끝내고 딸 집에 들렸다. 늦게까지 잠을 자는 하은이를 깨우기란 쉽지 않다. 잘못 깨웠다간 하루의 시작부터 '하부지(할아버지)'가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칫 어린이집 셔틀버스를 못 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심사가 틀리면 도저히 달랠 수가 없다.

잠자고 있는 하은에게 굿모닝, 굿모닝을 되풀이 한다. 하부지로서는 최대한 인내하고 비위를 맞추는 그런 모습이다. 행여 화낼까 전전긍긍하는 그런 자세다. 엄마에게 아침 인사하고 오랬더니 오늘따라 군말 없이 달려간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콩콩이가 나오려나 봐요."

하은이를 낳고 두 번이나 연속 실패한 딸아이라서, 아비로선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부녀지간이라도 화장실에 그냥 달려 갈 수 없다. 큰소리로  딸에게 괜찮냐고 물었더니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괜찮다고 한다.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이 예정일이 5월 10일이고 당초 수술 일자가 4월 29일이다. 사정 때문에 조금 앞당긴 날짜가 4월 24일이니 아직은 빠르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얼굴을 찡그리는 딸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양수가 터졌다고 한다. 부랴부랴 애 아빠에게 연락하고 간단한 짐만 싸들고 병원으로 달려가게 했다. 하은이를 어린이집 버스에 실어 보내고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야지' 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참 인간의 뇌란 복잡한가 보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니 말이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마취를 하고 수술하고 봉합하는 시간이겠지만 초조하기 그지없다.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혹시 산모에게 이상이 없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조함과 걱정이 교차되어 가슴을 짓누를 즈음,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소리가 우렁차다. 아기 울음소리에 종합병원의 잡다한 소음이 묻혀버렸다.

"응애, 응애, 응애~"

2013년 4월 19일 am10시 18분 태어남, 체중 2.74kg, 신장 46cm
▲ 콩콩이 2013년 4월 19일 am10시 18분 태어남, 체중 2.74kg, 신장 46cm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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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콩콩이가 조금 빨리 우리에게 왔다. 너무나 고맙고 반갑다. 누가 뭐라고 하든 노후에 해야 할 일 첫 번째가 아기 돌보기라 생각하고 있는 나이기에 고맙고 반갑고 감사한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하은이와 콩콩이와 함께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 놀이터에도 가고 도서관에도 가야겠다. 그리고 어린이 대공원, 박물관….

사진도 찍어서 추억을 남겨 줘야지.

"콩콩이 반가워요. 잘 와 줬어요."


태그:#콩콩이, #손녀딸, #하은이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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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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