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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지간인 류기상 원장와 우종천 이사장.
 사제지간인 류기상 원장와 우종천 이사장.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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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청개구리처럼 키우라"

정혜과학아카데미, 예산군 대술면에 있는 옛 장복초등학교를 활용해 만들어놓은 실험 천국이다.

서울대 교수로 정년퇴임한 우종천(72,(재)정혜서숙 이사장)박사가 현재도 대학강단에 서고 있는 류기상(61, 정혜과학아카데미 원장) 박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물리학자다.

우 이사장이 고향(아산 신창) 인근에서 여생동안 후학을 양성할 폐교를 알아보다 이곳까지 오게됐다.

2011년 문을 연 뒤 2년여 동안 진행된 다양한 과학프로그램들에는 카이스트, 서울대, 이화여대 등 국내 유수한 대학 과학도들이 멘토로 참여해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세계최대규모의 청소년로봇경진대회인 '벡스(VEX)로봇세계대회'에 출전할 한국대표를 뽑는 주최기관으로서 대회를 열기도 했다. 모체인 (재)정혜서숙은 예산과 아산, 천안지역 학생들에게 과학꿈나무장학금을 주고 있다. 노 과학자의 열정이 공교육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과학교육의 꿈을 실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과학은 실험을 통해 원리를 깨닫는 즐거운 학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미 있는 이론을 외우게 하지 말고,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역발상을 하는 청개구리정신을 심어줘야 합니다. 우리 아카데미의 운영 원칙은 '즐기는 과학, 손으로 하는 과학'입니다. "

우 이사장의 말에 류 원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설명을 덧붙인다.

"저는 말이 원장이지, 우 박사님이 하시는 일을 따라 하는 것 뿐이예요. 폐교구입에서부터 리모델링, 과학장비까지 온전히 박사님이 사재를 털어 마련했어요. 그러고도 각종 실험실습비, 멘토 활동비 등에 계속 개인돈을 털어넣고 계시죠. 공모사업 지원비나 참가비만으로 해결이 안되거든요. 박사님은 이곳에서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적자가 계속돼도 나라와 인류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운영하고 계신거죠"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과학에 대한 열정과 후학양성에 대한 사명감으로 일주일에 이틀은 대술에서 지낸다고 한다.

대학수준 실험실, 과학관...

아카데미 안에는 대학수준의 실험실이 4개나 있다. 물리실험실 3곳과 화학실험실 1곳.

우 이사장과 대학시절 캠퍼스커플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서울대에 재직하다 정년퇴임한 뒤에는 또 나란히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부인 최혜미(73, 식품영양학 전공) 박사의 요리교실도 마련돼 있다. 가족단위로 참가하면 자녀들이 과학교실에 참여하는 동안, 부모는 영양학·자녀교육강좌에 참가한다.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대학생 멘토와 함께 실험을 하고 있다.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대학생 멘토와 함께 실험을 하고 있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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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와 현관 곳곳에는 과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과학기기들과 과학원리를 알수 있는 설치물들이 즐비하다. 2층에는 70명이 생활할 수 있는 숙소와 샤워실 등이 쾌적하게 조성돼 있다. 옥상에는 토성의 고리까지 관찰할 수 있는 천체망원경과 태양광발전시설이 갖춰져 있다.

별관에 마련된 정혜과학관은 충청남도에 정식등록된 과학관으로 전시된 장치를 만지면서 체험을 통해 원리를 터득하도록 꾸며놓았다. 작은 규모이지만 대규모 과학관과는 또 다른 집중력을 갖게 한다.

옛 장복초 건물외관과 운동장은 그대로 살리고 현관 안쪽 입구에 학교역사를 소개하는 등 동문들과 지역민들의 정서를 존중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하려는 아카데미 측의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교육당국이 폐교를 임대 혹은 매각할 때 '본래 목적인 교육의 공간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는데, 이 곳만큼 모범적 경우는 흔치 않다.

실수하며 스스로 깨달아

면 단위 시골마을에 있지만, 이 곳에서는 두 사람의 인맥을 통해 유명 학자들의 특강을 만나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그래도 중심은 언제나 실험에 있다.

정혜과학아카데미에서는 실험프로그램 운영과 관련 두 가지 철칙이 있다. 첫째 설명하거나 가르쳐 주지 않고, 둘째 하지마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도인 멘토들은 참가자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실험 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며, 질문에만 답하고, 실험 방식에 대해서도 제안 정도로만 그쳐야 한다.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게 하기 위함이다.

실험 시간은 충분히 준다. 중간에 실수가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실험할 수 있도록 재료 또한 아낌없이 제공한다. 학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오감을 통해 생동하는 과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이곳 아카데미는 그런 곳이라고 한다.

"인간은 눈에 익으면 이해한다고(안다고) 오해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들에 대해서도 의심을 해보고 직접 결론에 이르기 위해 스스로 실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헤매는 학문입니다."

두 학자는 재미있는 물리학(과학)의 세계를 더 많은 후학들이 만끽했으면 하는 마음에 애가 탄다.

정혜과학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주요프로그램은 △자유발상청개구리 클럽(1박2일 과학체험, 3인당 멘토 1인 구성) △흥미진진실험교실(8명당 멘토 1인 구성) △여름과학체험캠프(8명당 멘토 1인 구성) △영어 로봇과학캠프(여름방학중 4박5일 일정으로 원어민 학생과 같이 영어로 과학학습) △손으로 하는 과학(예산지역 주말과학체험프로그램) 등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예산군, #정혜과학아카데미, #(재)정혜서숙, #우종천, #류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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