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상대로 활약펼친 전북의 인천 트리오 지난 20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전북의 정혁, 정인환,이규로(좌측부터)가 각각 친정팀 인천과의 경기에 임하고 있다.

▲ 친정팀 상대로 활약펼친 전북의 인천 트리오 지난 20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전북의 정혁, 정인환,이규로(좌측부터)가 각각 친정팀 인천과의 경기에 임하고 있다. ⓒ 남궁경상


2013년 1월 중순.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 팬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정인환, 정혁, 이규로 3명의 선수가 한 번에 전북 현대(이하 전북)로의 이적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팀의 주장으로서 뛰어난 헤딩 제공권을 바탕으로 안정된 방어 능력을 보여주며 국가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로 성장한 정인환과 인천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커 나가던 정혁 그리고 물오른 감각으로 측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이규로까지 한 번에 떠난다고 하니 모두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이적생 트리오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에서 친정팀 인천과의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30분 전. 양 팀 선수단이 경기장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린 정인환, 정혁, 이규로는 라커룸에 짐을 놓고 일제히 친정팀인 인천의 라커룸에 찾아가 김봉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김남일, 이윤표 등 옛 동료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공교롭게도 전북의 파비오 감독대행은 이 세 명의 선수들을 모두 선발 출전명단에 포함했다. 나중에 SPOTV를 통해 재방송을 보던 중 캐스터의 소개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파비오 감독대행은 '만약 인천을 상대로 골을 넣는다면 반드시 세리모니를 펼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득점하지 못하여 그런 일은 없었지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떤 재밌는 상황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모른다.

김성호 주심의 힘찬 휘슬 소리와 함께 전반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최근 상승세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양 팀의 맞대결인 만큼 팽팽한 경기 흐름이 계속되었다. 정인환은 중앙 수비수로 나섰고 정혁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그리고 이규로는 우측 풀백으로 인천을 상대했다.

양보없는 대결을 펼치는 정인환과 한교원 지난 20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전북의 정인환(左)과 인천의 한교원(右)이 볼을 향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양보없는 대결을 펼치는 정인환과 한교원 지난 20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전북의 정인환(左)과 인천의 한교원(右)이 볼을 향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남궁경상


먼저 웃은 건 전북의 정혁이었다. 정혁은 전반 28분 감각적인 왼발 패스로 이승기의 선제골을 도왔다. 홈에서 선취골을 허용한 인천은 더욱 강하게 밀고 나왔다. 하지만 정인환이 자신의 주 무기인 공중볼 다툼에서 모두 이겨내며 인천의 긴패스를 완전히 무력화 시켰고 이규로는 끈기 있는 수비로 남준재의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인천 서포터즈를 등지고 임했던 후반전. 전반전과 같은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정혁과 반대로 정인환과 이규로는 심리적으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붓는 인천의 서포터즈의 야유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규로는 백패스 미스로 인천에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으며 정인환 역시 경기가 진행될수록 다소 소심한 커팅 플레이로 인천의 빠른 역습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 전북은 인천의 이효균에게 연달아 2골을 실점한다. 역전 골을 허용하는 상황에서는 정인환이 집중력 부족으로 뒤에서 쇄도하던 이효균을 놓쳤고, 쐐기골을 허용하는 상황에서는 이규로가 '사람'이 아닌 '공'을 보다가 이효균을 완벽히 놓아주며 실점의 원인을 제공했다.

결국, 경기는 1대 3 전북의 역전패로 종료되었다. 이적생 트리오는 풀타임 출전하며 고군분투했지만, 팀의 패배는 막지 못하였다. 경기종료 후 이들은 먼저 전북 서포터즈 M.G.B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눈 뒤 반대편에 있는 인천 서포터즈 미추홀보이즈에게 나란히 찾아가 정중히 인사를 한 뒤 패배에 대한 아쉬운 표정을 금치 못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한편, 정혁은 지난 시즌 자신의 파트너였던 인천의 김남일과 유니폼을 교환하기도 했다.

제자 정인환에게 악수를 건내는 김봉길 감독 지난 20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 종료 후 인천의 김봉길 감독이 전북으로 이적한 제자 정인환에게 악수를 건내고 있다.

▲ 제자 정인환에게 악수를 건내는 김봉길 감독 지난 20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 종료 후 인천의 김봉길 감독이 전북으로 이적한 제자 정인환에게 악수를 건내고 있다. ⓒ 남궁경상


경기 종료 후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지난 시즌 함께했던 제자들이 전북이라는 좋은 팀에 가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고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상당히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자신의 제자들에게 덕담을 건넸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이들의 이적 후 첫 친정팀과의 맞대결은 험난했다. 적으로 만나는 그라운드 안에만큼은 거친 몸싸움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 중 충돌이 일어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옛 동료에게 손을 건네 일으켜주는 등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했다. 이는 승부의 세계를 떠나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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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환 정혁 이규로 김봉길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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