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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 입맛 돋구는 데 쑥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자연 그대로입니다
 쑥. 입맛 돋구는 데 쑥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자연 그대로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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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다리, 가을 전어'

제철 음식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도다리는 봄에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고, 전어는 가을에 먹어야 제맛이란 말입니다. 봄이 왔지만 눈까지 내려 날씨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지만 도다리와 쑥이 함께 만나면 있을 수 없는 입맛을 선물합니다. 어머니가 쑥을 뜯어주셨습니다. 아내는 쑥떡을 해 먹자고 했지만, 떡을 해 먹기에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어머니가 쑥을 뜯어오셨는데 난 쑥떡 해 먹고 싶어요."
"그런데 쑥떡 해 먹기는 조금 작은데."
"그럼 어떻게 해요."
"우리 도다리 쑥꾹 끓여 먹읍시다."
"도다리 쑥국? 난 잘 끓이지 못해요. 쑥국 끓이는 것은 어려워요."
"한 번 끓어보세요."


도다리 쑥국 봄에만 먹는 최고 별미입니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두고두고 남편에 타박 당할 수 있기에 아내는 쉽게 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쑥은 김치냉장고 안에서 일주일 정도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쑥국을 먹고 싶다는 남편 닥달에 결단을 내린 아내는 토요일(20일) 드디어 도다리 한 마리를 샀습니다. 무려 9900원을 줬습니다.

 도다리. 봄 도다리, 가을 전어처럼 도다리는 봄이 제철입니다. 싱싱한 국내산이지 더 할 나위 없습니다
 도다리. 봄 도다리, 가을 전어처럼 도다리는 봄이 제철입니다. 싱싱한 국내산이지 더 할 나위 없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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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가 싱싱해요. 한 마리 주세요."
"드디어 도다리 쑥국 먹겠네요. 그렇지 도다리 쑥국이 별미 중 별미지 오늘 저녁은 풍성하겠네요."
"잘 모르겠어요. 맛있게 끓일 수 있을지."
"난 당신이 끓여주면 잘 먹어요."
"아서라. 입맛에 조금 맞지 않으면 타박할거면서."
"아니예요. 처음 도전하는 도다리 쑥국인데. 맛있게 먹어야죠."

도다리 쑥국은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지만 왠만해선 맛있기 끓이기 힘듭니다. 집에서 잘 끓여먹지 않는 이유입니다. 아내는 얼큰한 맛을 내기 위해 고춧가루를 넣겠다고 합니다.

 아내는 얼큰하다면 고춧가루를 넣었습니다.
 아내는 얼큰하다면 고춧가루를 넣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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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도 조금 넣어야겠어요."
"고춧가루를? 고춧가루 넣은 도다리 쑥국은 먹어 본 기억이 없어요."
"그냥 제가 끓이는 대로 한 번 먹어보세요."
"당연하지. 꼭 다른 사람 따라 갈 필요 있나요."
"간이 맞는지 한 번 보세요."
"응 최공예요. 최고! 쑥 향기도 정말 좋네요."

 도다리에 쑥을 얹었습니다. 벌써부터 입안에는 침이 고입니다.
 도다리에 쑥을 얹었습니다. 벌써부터 입안에는 침이 고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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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팔끓는 도다리쑥국을 보니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팔팔끓는 도다리쑥국을 보니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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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기 시작한 도다리 위에 쑥을 얹었습니다. 쑥 향기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도다리 쑥국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이들이 참 많은데 어머니와 아내 사랑으로 저는 맛 있는 쑥국을 먹게 되었습니다. '보글보글' 거리는 도다리 쑥국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밥상을 빨리 차리라고 닥달을 했습니다.

"서헌이 밥상 안 차리고 뭐 하니."
"왜 항상 저만 밥상 차리라고 하세요."
"그럼 인헌이가 차려라."

"난 오늘 저녁 안 먹을래요."
"인헌이 너 정말 음식 먹을 줄 모르구나. 도다리 쑥국을 안 먹겠다니."
"서헌이와 체헌이가 차려라."
"알았어요."

다 끓인 도다리 쑥국을 밥상 위에 얹었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다리를 보니 침이 '남강'입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도다리 쑥국인지 모릅니다. 큰 아이만 빼고, 둘째와 막둥이도 처음 먹었지만 잘 먹습니다.

 도다리 살이 통통합니다. 쑥과 잘 어울립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도다리 살이 통통합니다. 쑥과 잘 어울립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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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도다리 살 좀 보세요. 통통해요. 너희들도 맛있지?"
"응. 진짜 맛있어요. 그런데 도다리가 너무 적어요."
"도다리가 얼마나 비싼지 아니. 한 마리에 1만 원이야."
"그렇게 비싸요?"
"그럼. 우리가 식당에 가서 먹으려면 5만 원을 줘도 못 먹어. 그리고 도다리 크기도 아주 작아. 이렇게 큰 도다리가 어디 있니."

"앞으로도 도다리 쑥국 더 많이 끓여 먹어요."
"엄마에게 달렸지. 그리고 형아는 이렇게 맛있는 도다리 쑥국도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다."

 입짧은 큰 아이는 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둘째와 막둥이는 없었어 못 먹었습니다.
 입짧은 큰 아이는 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둘째와 막둥이는 없었어 못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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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끓인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맛있게 먹었습니다. 입맛 없는 분들 도다리 쑥국으로 입맛을 되찾기 바랍니다. 봄철 별미 도다리 쑥국, 먹어보면 진짜 별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적은 돈으로 온 가족이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도다리쑥국#도다리#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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