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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음달 병장이 되는 아들의 안부 전화 중 단골로 물어보는 질문은 "별일 없어요?"다. 군에 있으니 집 안일부터 사회 현상이 궁금한 모양이다. 나는 숙제를 하듯 내가 한 활동 중에 재미난 일이나 특이했던 일, 감동 먹은 일들을 메모해 둔다. 내가 해 주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아들이 떠올라 의미있는 행사가 있는 곳이면 달려간다.

지금 아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두 개 준비했다. 하나는 제 10대 병무홍보대사에 위촉된 이특과 상추이며, 하나는 1급 장애인으로 지금까지 200권의 책을 썼고, 앞으로 300권을 더 쓰고 싶다는 고정욱 작가 이야기다.

제10대 병무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특과 상추(왼쪽)
 제10대 병무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특과 상추(왼쪽)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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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블로그 청춘예찬 어머니 기자로 활동하는 나는 지난 3월 27일 서울병무청에서 가진 병무홍보대사 위촉식에 다녀왔다. 착각이긴 모르겠으나 아들은 수퍼주니어 멤버인 이특을 좀 닮았다. 아들에게 "이특이 너 외모와 좀 닮은 것 같다"고 말하자, 아들은 "조금"이라고 답한 기억이 난다. 그런 사연이 있기에 이 이야기를 알려주면 아들은 귀가 쫑긋할 것 같다.

이특, 상추  제10대 병무홍보대사로 위촉

병무홍보대사로 위촉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인기가수 마이티마우스의 멤버 상추(이상철 일병)는 어깨 부상으로 4급 판정을 받았지만 현역을 지원한 점을 들었다. 수퍼주니어 멤버 이특 (박정수 일병) 역시 "허리 사고로 공익근무요원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당당히 현역으로 지원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을 것"이라고 답한 내용이 인상깊었다.

상추(이상철 일병)가 병무홍보대서로서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상추(이상철 일병)가 병무홍보대서로서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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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관계자는 "두 사람은 유명 연예인으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병무홍보대사로 선정하게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연예인들이 병역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인기절정일 때 입대할 경우 인기의 흐름이 깨질 것에 대한 우려"라는 말은 들었다. 이제 그런 풍토는 깨졌으면 한다. 가왕 조용필씨가 10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신곡이 인기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씨는 10년의 공백기간 중 음악공부에 몰입하며 심신을 단련했다고 한다. 군복무 2년여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단련한 시간들이 오히려 연예 활동의 자양분이 되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병무홍보대사와 병무홍보요원과의 만남. 우리는 병역이 자랑스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병무홍보대사와 병무홍보요원과의 만남. 우리는 병역이 자랑스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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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작가 장애는 아픔이자 축복

이번에는 제49회 도서관주간(4월12일 ~18일)을 맞아 진행된 행사에서 만난 고정욱 작가이야기다. 16일 오전 부천상동도서관에서는 200여 권의 책을 집필했고, 305만 부 이상이 팔린 고 작가의 강연이 있었다.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주제로 90분 동안 펼쳐진 강연은 나를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고 작가는 소아마비로 1급 장애 판정을 받은 백일 때부터 54세의 삶을 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경의 삶을 소개했다. 직접 차를 몰고 왔다는 그는 "휠체어 타는 장애인은 고속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행기나 기차, 승용차만 탈 수 있는 점"을 토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오늘 강연을 듣기 전과 후가 같다면 들을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 뒤 "전 재산을 다 주고 단 하루라도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1급 장애인인 나도 큰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며 여유 있고 밝은 모습으로 임했다.

도서주간을 맞아 부천상동도서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된 고정욱 작가
 도서주간을 맞아 부천상동도서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된 고정욱 작가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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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런 애는 키워봤자 소용없다. 공부 못 하고 돈도 못 벌고 결혼도 못하니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기라"는 옆집 할머니가 한 뼈아픈 말을 기억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5세 때 한글을 깨우치고 책과 친구가 되어 살았다. 책 좋아하는 나에게 친척들은 책을 선물했지만, 돌아서면 다 읽어 치우는 바람에 책을 산 서점에 가서 다른 책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취학통지서가 날아온 날은 운명의 시작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업고 등·하교 시키느라 우리 집안은 엉망이었다. '왜 나만 이런 모습인가'라는 괴로움에 이불 뒤집어쓰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를 잡아준 것은 공부였다. 많이 읽은 만큼 할 이야기도 많았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자리를 비울 시 그는 이야기 선생님이 되었다. 처음엔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들려줄 이야기를 말하면 이미 읽었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이 오늘날 신춘문예를 거쳐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는데 바탕이 되었다. 

백일 때 소아마비 판정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고 작가가 백일사진 앞에서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장면
 백일 때 소아마비 판정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고 작가가 백일사진 앞에서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장면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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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공부하는 사람이 만든다는 그는 "사법고시도 법전을 읽어야 하고, 운전면허증, 미용사 자격 취득도 실기만으로 안 된다. 공부해야 한다. 경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 즉 핵심 역량을 길러라. 부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자녀의 역량은 담임선생님"이라고 조언했다.

싸이가 춤과 노래로, 김연아가 스케이트로 전 세계를 장악했듯이 100만 명 앞에서도 떨지 않고 강연할 수 있는 배포가 생긴 것은 어릴 적부터 길러진 핵심 역량 덕분이라고 했다.

"고교 때 전교 20등을 해 의대를 목표로 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운명의 문이 닫혔다. 눈물을 머금고 이과에서 문과로 전향, 국문학을 전공했다. 지금 나는 대기업 임원 정도의 수입이 있고 결혼해 세 남매를 두었다. 외국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장애는 나의 아픔이자 축복이었다. 기부에도 앞장서고 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돕고 있는 셈이다."

사인을 하고 있다.
 사인을 하고 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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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을 통해 장애인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라는 소명으로 태어난 것 같다며 죽는 날까지 책 500권을 쓰고, 100개 나라에 자신의 책을 출간하며,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 꿈이라 밝히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아들은 어릴 적 <가방 들어주는 아이><아주 특별한 우리형> 등 고 작가가 쓴 책을 많이 읽었다. 조선조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이 쓴 책 500권에 도전하고, 노벨문학상 수상을 꿈꾸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빨리 들려주고 싶다.  


태그:#병무홍보대사, #이특과 상추 , #병무청 청춘예찬 , #고정욱 작가 , #장애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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