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싸이, '시건방춤' 공개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국제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HAPPENING' 콘서트에서 신곡 '젠틀맨'을 부르며 '시건방춤'을 선보이고 있다.

▲ '젠틀맨' 싸이, '시건방춤' 공개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된 '국제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HAPPENING' 콘서트에서 신곡 '젠틀맨'을 부르며 '시건방춤'을 선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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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싸이의 <젠틀맨>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큰 임팩트는 없었다. 단조로운 멜로디에 반복되는 가사, 이상하리만큼 귀에 익지 않았다. '강남스타일' 이후 너무 큰 파격을 기대해서일까.

하지만 평가가 긍정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알랑가몰라~"라는 '젠틀맨'의 가사를 흥얼거리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월드스타 싸이, 그가 부르는 후크송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다.

'젠틀맨'의 인기는 지금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9시,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에는 더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유투브에서는 단 4일 만에 1억 뷰를 달성했고, 빌보드차트 싱글 순위에서 12위를 기록했다. '강남스타일'에 이은 또 한 번의 전 세계적인 메가히트는 의미가 커 보였다. 무엇보다 인지도 면에서 흔들리지 않을 뮤지션의 위치를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이제 싸이가 '미국의 유명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라는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젠틀맨'의 음악성을 차치하더라도, 칭찬할 요소가 많다.

우선, 글로벌 음악 시장을 겨냥했음에도 한글 가사가 많이 포함됐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또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춤(시건방춤)의 최초 안무가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등의 '바른 행보'도 칭찬할 만 했다. 그동안 춤 저작권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파격적 행보라 할 만 했다.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창조경제 모범사례'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싸이를 칭찬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젠틀맨'의 빛나는 성공 속, 염려되는 점도 있다. 싸이 주변을 둘러싼 미디어의 보도 문제 행태 때문이다. 싸이의 '창조 경제'에 편승한 언론의 답습행태는 못내 아쉽다.

'말춤' 추는 싸이 싸이(본명 박재상)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HAPPENING'에서 자신을 월드스타로 만든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추고 있다.

▲ '말춤' 추는 싸이 싸이(본명 박재상)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HAPPENING'에서 자신을 월드스타로 만든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추고 있다. ⓒ 권우성


유튜브 조회 수와 빌보드 순위에 집착하는 보도

과거 싸이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떠올려 보자. 당시<강남스타일>의  유행은 물결처럼 흘렀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 소수에서 다수로 '강남스타일'의 전파 과정은 명확히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말춤 패러디도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말 그대로 '현상'이 '유행'을 이끈 것이다. 이런 점진적인 인기 상승의 과정을 거치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당시 미디어가 싸이의 열풍을 현상에 기초해 보도했다면, 이번 '젠틀맨' 열풍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체가 달라진 듯하다. 과거 '강남스타일'의 유행을 이끈 사람들이 음악팬들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역할을 미디어가 도맡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예로, 4월 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들 수 있다. 당시 싸이는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신곡의 제목이 '젠틀맨'이라는 사실을 발표하고, 안무에 대해서 귀띔하며, 단독 콘서트 일정 및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뉴스가 유명 가수의 신곡 홍보 장이 된 것.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그 뉴스를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옮겨 쓴 다른 언론의 보도 행태였다.

'젠틀맨' 공개 속, 미디어의 보도는 싸이의 성공에 맞춰져 있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보도 관점은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 수 신기록과 빌보드 차트 순위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싸이의 '젠틀맨' 성공과 창조경제(?)는 박수를 쳐줄만한 일이지만, 이에 편승한 미디어의 행태는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는 유행을 보도해야 하는 역할이지, 홍보로 유행을 만들어내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싸이를 프로 뮤지션으로 봐야 할 때다. 과거 '강남스타일'의 싸이는 말 그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젠틀맨'의 싸이는 준비과정을 거치고, 미국의 유명레코드사와 계약한 프로의 위치에 서 있다. 프로 싸이의 도전을 보도하는 언론도 조금 냉철해지고, 분석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강남스타일'에 이어 '젠틀맨'에서까지, '싸이의 성공=국익'이라는 진부한 보도를 보고 싶지는 않다. 온갖 수사의 칭찬보다는, 때론 정확한 분석과 비판이 약이 된다. 언론이 '가수 홍보자'가 되지 말고 충실한 '현상의 전달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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