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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만찬을 함께했다.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만찬을 함께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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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숙 후보자 청문회 보셨나요? 청문회 전체를 다 봤더라면 (임명을) 철회했을 겁니다. 모두가 이건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철회하세요. 용기를 좀 내십쇼. 윤 후보자 임명을 철회하면 국민들은 오히려 잘했다고 박수칠 겁니다."

설훈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의 말에 박근혜 대통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과의 만찬회동 상황을 전한 설 비대위원은 "소통의 결과가 임명 강행이라면 소통 하나마나 아니냐"며 허탈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2일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민주당의 입장을 경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르면 15일 청와대가 윤 후보자 임명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소통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끝내 임명을 강행한다면, 민주당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 초청 국회 상임위 야당 간사단 만찬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뿐만이 아니다. 여당 내 반대 목소리 역시 높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윤 후보자가) 임명돼도 식물장관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 원장도 나서 "(윤진숙 후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충고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임명반대'를 외치는 가운데, 윤 후보자는 '식물장관' 우려에 "어처구니 없다"고 맞서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윤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시점은 15일로 점쳐지고 있다. 이날부터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박 대통령 취임 50일이기도 해, 청와대는 임명 강행 뜻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비대위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 제의하고 인사 실패에 대해 사과해) 분위기가 좋은데, 찬물 끼얹는 거 아니냐"며 "후보자감으로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윤 후보자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대통령이면 임명 강행 안 한다"고 말했다.

여야 반대를 무릅쓰고 윤 후보자를 임명하려는 데 대해 설 비대위원은 "(박 대통령이) 한 번 꽂히면 결정을 거두지 않는 성정인 거 같다"며 "주변 얘기를 듣지 않고 인사 문제에 고집을 피워서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박근혜·윤진숙, 여야 모두 상대로 외로운 싸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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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시 오는 16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 초청 국회 상임위 야당 간사단 만찬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과 야당은 물론 여당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임명 강행할 경우 (인사 실패에 대한)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이 흔들릴 것"이라며 "윤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소통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야당 상임위 간사단이 (박 대통령 초청 만찬 참석을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병호 비대위원도 "인사 참사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박 대통령이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건 가짜 소통이고 생색내기 소통"이라며 "타당성 있는 건의를 수용할 줄 아는 게 진정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친박계'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 '식물 장관'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윤진숙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식물장관이 될까 우려된다"며 "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기어코 임명하겠다면 어쩔 도리는 없다, 그러나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4·24 재보궐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고, 이제 정상화 되기 시작한 국회 운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김광두 미래연 원장은 '윤 후보자 자진사퇴'에 힘을 실었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장관은 관료를 장악해야 하는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이 걱정할 정도였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며 "장관에 임명돼도 야당의 표적이 된다,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 원장의 발언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미래연이 박근혜 정부의 최대 인력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이끄는 미래연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을 대거 배출했다.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성재 고용복지수석도 미래연 출신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린 그는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도, '창조경제'도 그의 손을 거쳤다. 정치권 바깥의 김 원장의 발언이 영향력을 갖는 이유다.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을 향해 "역사를 보면 소통을 잘하는 지도자가 성공했다"며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면 소통이 안 된다, 주변에 쓴소리할 사람들이 일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여야 할 것 없이 '반대'를 외치는 가운데, 윤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을 반박하며 돌파 의지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 강행 의지'를 우군으로 얻은 윤 후보자가 여당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모양새다.

윤 후보자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체를 모르는 분이 (장관에) 들어가신다면 식물적인 거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정책 입안 과정을 해왔고 연구를 해왔다, 식물장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연구기관에 본부장으로 있었을 때 우리 부처가 식물부처였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윤 후보자는 장관직 수행 능력에 대해서도 "해양수산부 정책입안 과정에 많이 참여해왔기 때문에 전문성에 문제가 없다"며 "다만 정무적인 능력이 좀 부족하지만 열심히 한다면 별로 문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활한 해양수산부 운영을 위해서는 정무적인 능력이 중요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힘 있는 정치인이나 관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지역이기주의라든가 이해집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전문성에 바탕을 둔 창의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이 아닌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그:#윤진숙,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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