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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로 취임 50일을 맞이했습니다. 국민행복시대,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헌정 사상 첫 번째 여성 대통령 박근혜. 그는 취임 50일을 보내는 지금 이 순간 어떤 상념에 빠져 있을까요?

어쩌면 본인이 애당초 생각했던 구상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답답해 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족히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우선 정권 인수위 시절부터 국내 정치적으로는 야당과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실랑이를 계속 해야 했고, 국외 문제로는 북핵 위기가 박근혜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북한 문제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대화'냐 '단절'이냐를 둘러싸고 남북, 북중미가 갈등하고 있으니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으로서 뭔가 제대로 일을 벌이지도 못한 채 정신없이 50일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고 푸념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무슨 일을 할라치면 반대가 많아서 도무지 일의 진도를 뺄 수가 없다고 속앓이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민병두 "박근혜 50일... 천둥번개, 시베리아 찬공기, 그리고 밤안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부처 관계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부처 관계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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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은 '박근혜정부 50일'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5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 주보다 1.9%p 상승한 47.2%p로 나타났습니다. 근래 들어 조금씩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이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이렇게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네요.

그래서일까요? 트위터를 보니 '새정부 50일'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아주 냉혹했습니다. 좀 둘러볼까요? 트위터리안 홍경환‏@arme992h씨는 "50년 같았던 박근혜의 50일…남은 1700여 일은?"이라며 뒷말을 아끼셨습니다.

점잖은 고양이‏@saramimeonjeoda6h는 "박근혜정부 출범 50일 @GH_PARK 입만 열면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하더니 준비가 되기는 개코나! 무조건 내지른 사탕발림 공약을 그대로 믿었던 애꿎은 호구들 또다시 긴 한숨섞인 신발타령만! 이라고 좀 쓰지!"라고 한탄했습니다.

민주당 홍보전략기획위원장인 민병두(‏@bdmin19583h) 의원은 "박근혜정부 50일 평가...날씨로 치면 남북관계는 천둥 번개, 경제는 시베리아 찬공기,  인사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밤안개(불통)"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 노원병에서 4.24 재보선을 뛰고 김지선 후보는 뭐라고 했을까? 노원병 김지선 후보캠프‏(@nowonjisun53m)는 "박근혜 정부 출범 50일입니다. 안으로는 계속되는 인사참사, 밖으로는 대북문제 악재로 유난히 힘든 첫걸음을 걷고 있습니다"라며 "야당과 국회,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대선당시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 이행하길 바랍니다"라고 점잖게 얘기했네요.

민주통합당은 15일 출범 50일을 맞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총체적 인사부실로 인한 국정 난맥을 드러낸 시간이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앞으로는 인사를 잘 마무리해서 국정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바란다"고 충고했습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100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그러나 인사 참사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하면서 지난 5년의 실패를 답습할까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 위원장은 "야당과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며 "그것이 인사 참사의 실패를 극복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 취임 50일, 국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사였다"며 "지금이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수정 보완해 확실한 성공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라고 조언했습니다.

15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최근 북핵 위기에 대해 '국난 극복을 위한 동반자적 협력 구축에 노력했던 50일'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여야를 아우르는 청와대 회동이 이어지고 있다. 기탄없는 의견 교환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에 이런 행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평가는 어떨까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에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가적 위기 앞에서 여야정이 따로 없다는 동반자적 협력관계 구축에 노력했던 50일이었다"며 "지난 12일 양당 지도부 중심으로 한 여야 6인협의체가 발족했고 이것이 국민들께 약속한 국회 선진화와 새정치 실천의 결실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황 대표는 "이제 여야는 서로 마주보고 대립하는 관계에서 국민을 바라보고 나란히 선 동반자적인 정치를 꽃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지요.

'어처구니' 없었던 박근혜 정부의 50일

이같은 평가들과는 별도로 제 기억 속의 50일은 '매우 시끄럽고 어처구니 없었던' 날들로 기록돼 있습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취임 전 인수위 시절부터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이 MB정권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요.

시계를 거꾸로 돌려볼까요? 철통 보안을 유지하면서 수첩에서 꺼낸 인사들마다 국민들이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을 정도 아니었습니까. 아니, 이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없단 말인가! 이건 좀 심한데? 한숨이 터질 정도로 박근혜 정부 초기 내각 인선은 형편없었지요.

여러분들도 다 기억하시겠지만, 최대석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시작으로 김용준 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까지 합하면 모두 8명의 장차관 후보자들이 낙마를 했거나 낙마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중 누구 하나라도 나는 정말 억울하다 이럴 수 있을까요? 김종훈 후보자는 미국 국적을 취소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취소도 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돌아가 <워싱턴포스트>에 하소연하기를 "나는 미국의 스파이라고 마녀사냥을 당했고 아내는 매매춘에 연루됐다는 중상모략을 당했다"고 했으니 억울한 심경을 토로한 셈이기는 하네요.

그러나 그는 이중국적 논란, CIA 연루 의혹, 강남 부동산 투기 의혹 등 해소하지 못할 숱한 의혹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당시 네티즌 반응을 기억하십니까.

"자기가 잘못해 낙마해놓고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을 욕 한다", "이런 사람이 장관 됐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는 뻔하다. 천만다행이다", "결국 밑지는 장사라 판단되니 스스로 관둬놓고 이제 와서 미국 언론에 징징 댄다" 등등이었습니다.

지금 김종훈 전 후보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갑가지 궁금해지는군요.

수첩 속 인재들 줄줄이 낙마...대안은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초기 내각에 이런 분들을 모시고 도대체 어떻게 100% 대한민국,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생각하신 걸까요?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청와대에 와보니 자료가 없어서 각 기관의 자료를 모아 검증했는데 (자료에) 나오지 않는 사안이 나와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부실 검증' 논란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결국 박 대통령 스스로 인사검증제도의 부실을 고백한 셈이 됩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탕평책을 펴겠다고 했었습니다. 낯 뜨거운 인사망사 이외에도 그는 특정 지역과 특정 대학 출신 그리고 관료와 고위직들이 독과점하는 체제로 인사를 꾸렸습니다. 그러니 '대탕평'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인사만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대선 내내 강조했던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구현은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엇박자를 내며 '준비된 여성 대통령 후보'였다는 점을 무색케 했습니다.

무섭고 살벌한 대통령은 그만... 국민들의 선택, 보람있어야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만찬을 함께했다.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만찬을 함께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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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지난 50일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해 '생얼'을 보여준 순간은 역시 대국민 담화 발표였던 것 같습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샅바씨름을 하고 있을 때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었지요.

국민들은 그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만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그는 우리 국민들에게 "대통령은 무섭고 정부는 살벌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인사망사를 해놓고도 정부조직개편에서는 공룡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장악기도를 우려하는 야당의 뜻을 초전박살 내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박근혜정부는 이제 갓 첫발을 내디딘 '초보정부'입니다. 앞으로 4년 8개월간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할 일꾼들입니다. 내건 공약도 많습니다. 일단 무수한 복지공약들을 어떻게 하실 건지 무척 궁금합니다.

당장에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도 실천돼야 합니다. 그래야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보람이 있는 것 아닙니까.

4·1 부동산 대책,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에 이미 고전적 단어가 돼버린 워킹 푸어, 심지어 에듀 푸어, 메디 푸어 등 각종 푸어들의 문제, 자살하는 청소년들, 왕따, 교육문제, 실업자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들 수많은 민생현안을 풀려면 가장 먼저 국민 곁으로 다가서는 낮은 정치를 보여주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박근혜 대통령은 한 계단 더 아래로 내려와 국민들과 눈을 맞춘 민생정치를 실천하실까요? 당장 필요한 민생공약부터 실천하실까요? 들판에는 키 작은 쑥들이 겨울을 이기고 쑥쑥 올라왔던데, 진달래, 개나리도 봄바람 타고 만개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엔 언제쯤 봄바람이 불어올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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