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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국어 선생님은 교과서에 실린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하는 <청춘예찬>을 무조건 다 외워오라고 하셨고, 수업시간에 번호순으로 죽 일어나 외웠다. 못 외우면 다 외울 때까지 시간마다 일어서야 했으니 정말 당시에는 입만 열면 줄줄 나왔던 것 같다.   

이제는 겨우 첫 줄만 기억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 책의 제목 <노년예찬>을 보는 순간 자동적으로 <청춘예찬>이 떠올랐다. 노년이 대체로 짐이나 부담으로 느껴지는 시대에 과연 예찬받아야 할 노년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가, 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표지
▲ 책 <노년예찬> 표지
ⓒ 정은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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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년예찬>은 우선 90세 넘은 노인들과의 인터뷰를 모아 놓은 '아흔에 바라보는 노년'으로 시작한다. 70세를 넘긴 사람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던 저자는 여러 차례 거절을 당한 끝에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들이 노년에 대한 인터뷰를 거절한 것은,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고, '많은 사람이 노년은 90세쯤에 시작된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러니 애초의 인터뷰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흔 넘은 노인들의 인터뷰로 시작해서, 노인을 거부하고 차별하는 사회를 들여다보는 '우리 사회와 노인', 노화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과학자가 바라보는 노년', 마무리에 해당하는 '영성과 노년 혹은 지혜와 행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인터뷰 방식으로 되어있다.

'노화'라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새로 맞닥뜨려 적응해야 하는 과정과 어차피 먹는 나이,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나이 들 수 있는지까지 이미 그 나이를 살고 있는 인생 선배들의 입을 통해 듣거나 아니면 그 분야 전문가들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또한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젊음' 혹은 '젊어지기'로 도배되어 있는 사회에서 나이듦의 진정한 의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더불어 지혜로운 노년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인터뷰 형식이라 나이 많은 어른들과 마주 앉아 내가 직접 묻고 그 자리에서 답을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부제가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인데, 권리 아닌 책임을 이야기한 것은 노화에 적응하고 새롭게 삶을 구성해 나가는 데 일정 부분 개인의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가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다.

우리는 '노인'이라는 단어를 '문제'와 하나로 묶어서 늘 '노인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사실 답은 늘 문제 속에 들어있는 법. 나 역시 오래도록 고민해온 것인데 책에서는 아주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동안 상당히 오랜 기간 쌓여온 노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 결국 새로운 사회적 각성을 불러오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 인터뷰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노인들이 문제를 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이들 자체가 '해답'이라고 봅니다."(파스칼 샹베르, 프랑스 아베 생 모르 요양원 원장)  

노인을 문제 아닌 해답으로 본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들 가야 할 길의 이정표인 셈. 이제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열심히 걸어가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책 <노년예찬 :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콜레트 메나주 지음, 심영아 옮김 / 정은문고, 2013)



노년예찬 -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콜레트 메나주 지음, 심영아 옮김, 정은문고(2013)


태그:#노년예찬, #노년, #노인, #나이 듦,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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