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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연천군 임진강에도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주상절리에서 왕징면으로 가는 평화누리길은 야생화 천국이다. 작년 홍수에 파손된 길도 말끔하게 보수하여 걷기에 아주 좋아졌다. 푸른 임진강을 바라보며 때 묻지 않은 흙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아, 맑은 공기! 맑은 물! 강에는 새들이 헤엄을 치거나 물비늘을 슬쩍 건드리며 비행을 하고 있다. 강변 언덕에는 야생화들이 봄의 전령사들처럼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오늘 임진강을 산책하며 가장 눈에 띈 야생화는 단연 '괭이눈'이다.

임진강 주상절리에 노란 괭이눈이 반짝거리며 피어나고 있다.
▲ 괭이눈 임진강 주상절리에 노란 괭이눈이 반짝거리며 피어나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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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른 꽃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아기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노란 꽃잎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왜 괭이눈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사진을 찍으며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네 장의 노란 꽃잎 속에 수술이 눈동자를 빛내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괭이눈이란 이름은 샛노란 가루가 뒤덮인 작은 꽃송이와 살짝 보이는 안쪽의 수술이 어둠 속에서 눈동자를 빛내는 괭이, 즉 고양이 눈과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잎 속에 고양이 눈처럼 반짝이고 있는 수술을 따서 <괭이눈>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꽃잎 속에 고양이 눈처럼 반짝이고 있는 수술을 따서 <괭이눈>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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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귀과(범의귀과)'에 속하는 괭이눈은 속명이 크리소스풀레뉸(Chrysosplenium)으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크리소스(chrysos)와 '비장(脾臟)'이라는 뜻을 가진 스플린(spleen)의 합성어다. 티베트에서는 쓸개에 이상이 있을 때, 간염, 황달과 같은 증상을 나타날 때 괭이눈과 유사한 식물을 처방한다고 한다.

돌틈에서 자라나는 괭이눈의 예쁜 자태
 돌틈에서 자라나는 괭이눈의 예쁜 자태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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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과 낙엽 속에 묻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괭이눈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괭이눈은 꽃잎과 줄기, 잎 전체가 연한 연두색이어서 마치 갓난아이를 보는 듯 더욱 귀엽게 보인다. 6월쯤 꽃이 지고 나면 고양이 눈처럼 까만 씨앗이 드러난다.

돌 틈에서 쑥~ 뻗어나온 돌단풍

고개를 들어 주상절리 적벽을 자세히 살펴보니 돌단풍 꽃대가 바위 속에서 쑥쑥 돋아나고 있다. 돌단풍이란 이름은 바위 틈에서 자라나는 꽃으로 잎 모양이 단풍잎과 비슷하여 붙여진 것이다. 동이리 주상절리는 30만 년 전에 용암 폭발로 생겨났다고 하는데, 과연 그때에도 돌단풍이란 꽃이 피어났을까?

돌틈에서 쑥 고개를 내밀고 있는 돌단풍
▲ 돌단풍 돌틈에서 쑥 고개를 내밀고 있는 돌단풍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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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만고풍상을 겪으며 바람과 비, 눈을 견뎌온 주상절리 바위 틈에 피어나는 돌단풍은 신비하기 그지없다. 어찌하면 저렇게 딱딱한 바위 틈에서 뿌리를 뻗고 꽃을 피워낼까? 봄비가 내린 직후라서 그런지 바위 틈 여기저기에서 어린이가 팔을 내밀듯 '쑥쑥~' 뻗어 나온 귀여운 새순들이 신비스럽기만 하다. 잘 익은 석류 같기도 하고, 어린 아이 주먹 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돌단풍을 '부처손', 혹은 '돌나리'라 부르기도 한다.

아기가 팔을 쑥 뻗어내듯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는 돌단풍은 부처손이라 부르기도 한다
▲ 돌단풍 아기가 팔을 쑥 뻗어내듯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는 돌단풍은 부처손이라 부르기도 한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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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단풍은 이곳 주상절리에서 가장 신비롭게 피어나는 꽃이다. 돌 틈에서 쑥~ 하는 소리가 들릴 듯 내민 어린 순. 접혀 있던 잎사귀가 펴지면 단풍잎처럼 보인다. 대여섯 갈래로 펴진 잎 사이로 5월쯤이면 꽃대를 쑥 올려 하얀 꽃들이 피어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잎들은 마치 불이 활활 붙듯 단풍이 든다.

물찬 제비를 닮은 제비꽃

제비꽃은 봄이 오면 어디서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그러나 이곳 임진강변에 핀 제비꽃은 유난히 색감이 곱다. 대부분의 제비꽃은 자주색을 띠는 데 반해 이곳 임진강 제비꽃은 진한 보라색을 띠고 있다.

물찬 제비를 닮은 제비꽃
▲ 제비꽃 물찬 제비를 닮은 제비꽃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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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걱턱 같은 잎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꽃자루가 올라와 그 끝에 제비처럼 날렵한 보라색 꽃들이 청초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란…. 그냥 그 맑디맑은 꽃잎에 입맞춤을 하고만 싶어진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달린 꽃자루 끝에 빨래집게로 잡듯 물려 있는 보라색 꽃잎이 막 피어나려고 하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여야 할까?

제비꽃은 자태가 날렵한 제비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비꽃은 오랑캐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조선시대 봄에 제비꽃이 피어날 무렵이면 북쪽의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꽃의 밑 부분이 부리처럼 길게 튀어나온 모습이 오랑캐의 머리채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부드러운 솜털이 나 있는 꽃대 끝에 막 피어나려고 하는 제비꽃
▲ 제비꽃 부드러운 솜털이 나 있는 꽃대 끝에 막 피어나려고 하는 제비꽃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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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절정은 언제일까? 저 바위 틈에서 막 피어나려고 벌어지는 모습이 바로 절정의 순간이 아닐까? 보라색을 바이올렛(Violet)이라 하는데, 속명을 바이올라(Viola)에서 딴 제비꽃의 청초한 모습은 봄꽃 야생화를 대표하는 꽃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융단처럼 부드러운 푸른 이끼

주상절리 평화누리길에서 빼놓을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사철 흘러내리는 약수 절벽에 붙어 있는 푸른 이끼다. 푸른 융단처럼 부드럽게 바위를 덮고 있는 저 이끼를 보노라면 그냥 그 위에 눕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난다.

맑은 약수 사이로 사철 푸른 융단을 깔아주고 있는 이끼
▲ 이끼 맑은 약수 사이로 사철 푸른 융단을 깔아주고 있는 이끼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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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동이리 마을 사람들은 한동안 저 약수를 길어 마셨다고 한다. 사계절 변함 없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저 약수는 맛이 그만인 청정 약수라는 것. 나는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손으로 흐르는 약수를 떠서 마시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단지 속이 다 시원해진다.

맑은 물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이끼 색깔이 너무나 푸르고 깨끗하다. 이끼는 잎이나 줄기의 작은 조각의 재생에 의해, 그리고 포자에 의해서 생식이 이루어 진다. 포자는 습기가 알맞은 조건에서 발아하여 실처럼 자라난다. 실처럼 계속해서 갈라져 나온 이끼는 드디어 촘촘한 녹색의 매트를 형성한다.

융단처럼 부드러운 이끼 매트 위에 수를 놓은 잎사귀
▲ 이끼 융단처럼 부드러운 이끼 매트 위에 수를 놓은 잎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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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계곡에 멈춰있는 낙엽
▲ 이끼 이끼 계곡에 멈춰있는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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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이끼류는 페름기인 2억8000만 년 전부터 존재해왔다니 놀랍기만 하다. 푸른 융단 사이로 이끼 계곡을 이뤘는데, 그 이끼 계곡에 갈색 낙엽이 한 잎 멈춰 있다. 수많은 푸른 돌기 사이에 돋아나 있는 이름 모를 식물이 자개 수를 놓듯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모습도 너무나 아름답다.

아, 사철 푸른 이끼여!
너는 나의 희망이다!

푸른 임진강 위를 나르는 넓적부리 오리
▲ 넓적부리 오리 푸른 임진강 위를 나르는 넓적부리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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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부리 오리 한 쌍이 푸른 임진강을 위를 파닥거리며 날아간다. 저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들처럼 남과 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임진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곧 바로 북한 땅이 아닌가! 아아, 평화누리길이 북한 땅까지 이어질 날은 언제일까?


태그:#임진강의 봄, #임진강 야생화, #괭이눈, #돌단풍, #제비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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