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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봄을 알리는 하동 화개 십리벚꽃길.
 화려한 봄을 알리는 하동 화개 십리벚꽃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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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봄을 알리는 꽃들은 여기저기서 피어난다. 풀꽃들은 양지바른 곳에서 파랗게 새싹을 올린다. 개불알풀·광대나물·냉이가 깨알 같은 꽃들을 피우고 있다. 바람은 차가움을 버렸다. 추운 겨울이 언제였냐는 듯 봄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화려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벚꽃이 핀다. 벚꽃은 겨우내 칙칙했던 풍광들을 일시에 환하게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연일 봄꽃 소식을 알리는 각종 언론들은 화면으로 맛보기만 보여주면서 꽃구경 가라고 재촉한다. 그렇게 봄은 호들갑스럽게 몸살을 않는다.

꽃이 피는 곳. 화개로 향한다. 화개에는 십리벚꽃길이 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아래까지 약 10리 정도 된다. 이곳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길이 된다. 봄날이 되면 가장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너무 이르지 않을까 하고 내심 걱정을 하면서 섬진강변으로 들어선다. 섬진강은 국도 19호선을 따라간다. 섬진강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아직 바닥을 긁어내지 않아서 강변으로는 모래가 반짝인다. 푸른 대나무와 어울린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벚꽃터널을 만드는 화개 십리벚꽃길
 벚꽃터널을 만드는 화개 십리벚꽃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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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천과 어울린 벚꽃
 화개천과 어울린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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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이 도로에 멈춰 선다. 예상은 했지만 빠르게 정체가 시작된다. 구례 간전면을 막 지났는데 벌써 막히면 어쩌나... 섬진강변으로 벚꽃들이 피어나고 있어 눈은 즐겁지만 마음은 조급해진다. 그렇게 차안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보냈을까. 꽃들이 점점 화사해지기 시작한다. 화개가 가까워졌다. 참 신기하다. 거리로는 얼마 차이도 안 나는데 화개 입구는 벚꽃이 만발했다.

화개로 들어서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활짝 핀 연분홍 벚꽃들은 하늘을 가린다. 꽃길 아래를 걸으니 마음도 연분홍으로 화사해진다. 벚꽃 길은 삼삼오오 왁자지껄한 친구들이 모여서도 가고, 가족들이 애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걸어가기도 한다. 연인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감싸 앉으며 걸어가게 만든다.

쌍계사 십리벚꽃길에 만개한 벚꽃
 쌍계사 십리벚꽃길에 만개한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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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혼례길이라고 부르는 하동 십리벚꽃길.
 일명 혼례길이라고 부르는 하동 십리벚꽃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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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벚꽃 길은 일제강점기인 1931년에 신작로가 개설되면서 주민들이 직접 심어서 조성했다. 지역 유지들이 자금을 갹출해서 벚나무 1200그루를 심어 놓은 게 지금도 남아 있단다. 80년이 넘은 나무들이다. 나무들은 오래된 나이 때문인지 무척 힘들어한다. 몸통이 이미 썩어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나무들도 있다. 늙은 나무일수록 꽃은 더욱 화려하게 핀다.

화개 십리벚꽃길을 일명 '혼례길'로 부른다. 벚꽃이 화사하게 피는 봄날, 남녀가 꽃비를 맞으며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단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연인들이 걸어가면 없는 사랑도 생길 수밖에 없겠다.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차밭과 어울린 벚꽃
 차밭과 어울린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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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함과 화려함이 만난 차밭과 벚꽃길
 가지런함과 화려함이 만난 차밭과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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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벚꽃 길은 벚꽃만 보는 게 아니다. 사람구경도 좋지만 차밭 풍경도 볼만하다. 하동은 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차가 재배했다는 기록도 있단다. 그래서인지 길 옆으로는 온통 차밭이 조성돼 있다. 예전에는 논밭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차밭으로 하나둘 바뀌었다.

하동차밭은 보성차밭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단정하게 다듬지 않은 야생 차밭을 볼 수 있다. 반듯하게 고랑을 따라 정리한 차밭 풍경도 보이지만 차나무들이 군데군데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차밭 풍경도 보인다. 아무래도 수확량인 적겠지만 왠지 차 맛이 더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단정하지 않은 차밭 풍경을 보면서 화개사람들의 차에 대한 여유와 애착을 보는 것 같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선다. 식당 주인에게 물으니 참게탕이 좋단다. 간판에도 참게탕 전문이라고 적혀있다. 근데 참게가 지금 나나? 참게는 봄철에 알에서 깨어 바다가 접한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갔다가, 가을철에 산란하려고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온단다. 가을철이 참게는 제철이고 가장 맛있을 때라고 한다. 그럼 이 참게들은 양식이려나?

수조에 있는 참게. 집게발가락에 털이 많이 달렸다.
 수조에 있는 참게. 집게발가락에 털이 많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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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의 대표 먹거리 참게탕
 화개의 대표 먹거리 참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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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화개 막걸리 한잔에 목을 축인다. 뚝배기에 참게가 가득 담긴 참게탕이 나온다. 입맛을 확 당긴다. 걸쭉한 국물 맛이 참 좋다. 강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참게 향이 배어나온다. 게딱지에는 알까지 꽉 찼다. 게살은 별로 없어 먹을 게 없다. 게 향이 좋아서 껍질 채 씹어 먹는다.

제자리로 돌아오면 화개장터가 있다. 옛날 화개장터 풍경은 아니겠지만 시장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먹거리며, 약초구경도 볼거리다. 화개장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봄날 꽃들이 몸살을 하면 사람들도 덩달아 몸살을 한다.

화려한 꽃만큼이나 흥겨운 벚꽃 나들이
 화려한 꽃만큼이나 흥겨운 벚꽃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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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3월 30일 화개장터에서 시작된 십리벚꽃길 풍경입니다.



태그:#화개 십리벚꽃길, #벚꽃, #쌍계사 벚꽃, #참게탕, #하동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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