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푸른거탑>에 출연하는 배우 최종훈

tvN <푸른거탑>에 출연하는 배우 최종훈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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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새벽, tvN <롤러코스터-푸른거탑>(이하 '푸른거탑') 연기자 최종훈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중에 알려진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인 실수였기에, 당연히 누리꾼의 거센 비판과 함께 프로그램 하차, 자숙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논란이 커지자 <푸른거탑> 제작진은 오는 4월 3일 방송분에 대해서 "출연진 단체 장면에서 최종훈의 모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편집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복귀시기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대중들의 여론은 예상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관련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최종훈의 하차요구' 의견 대신, 오히려 하차를 반대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일종의 청원 운동이다. 톱스타도 아닌, 한 신인 연기자를 위해 누리꾼들이 나선 점이 흥미롭다.

이는 그동안 연예계에 당연시 됐던 '사회적 물의=프로그램 하차·자숙' 공식에 맞지 않는 현상이기에 주목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연예인의 사회적 물의에 비판적이던 누리꾼들이 동정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인터넷에 부는 '최종훈 동정 여론'은 대체 어찌된 일일까.

대리운전기사 배려한 최종훈...누리꾼은 동정여론 봇물

누리꾼들은 그동안 톱스타 연예인들의 숱한 사회적 물의를 지켜봤다. 최근 여성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투약 사건부터, 인기 스타들의 도박·폭행·논문 표절까지 갖가지 물의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음주운전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잘나가는 톱스타들의 안전 불감증은 누리꾼들의 비난대상이었다.

죄질도 나쁜 경우가 허다했다. 누군가는 음주운전 사고를 낸 후 뺑소니를 치고 걸리는가 하면, 음주 후 차를 버리고 도망갔다가 나중에서야 태연히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 톱스타들의 뻔뻔함을 지켜보는 누리꾼의 불쾌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진지한 반성을 바랬건만, 톱스타들은 일정기간 활동을 중지하는 도피성 자숙을 한 후 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둥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 대세로 떠오르던 한 연기자도 음주운전으로 도마에 올랐다. <푸른거탑>에서 인기몰이중인 최종훈이었다. 군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서 말년 병장 역으로 화제가 된 그는 '말년에~라니'라는 유행어로 막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던 참이었다.

그런 와중에 음주운전 사건이 터진 것이다. 갑작스런 음주운전, 당연히 많은 누리꾼의 비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최종훈이 음주운전을 하게 된 배경이 전해지면서 동정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종훈은 처음부터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었다. 대리운전을 이용했지만 집근처에서 대리기사를 배려해 먼저 돌려보낸 것이 화근이 됐다.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리고 만 것이다.

이런 사연에 누리꾼이 움직였다. 물론 최종훈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것은 사실이고, 면허 취소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과연 이 일로 인해, 최종훈이 다른  톱스타들의 음주운전 사건처럼 프로그램을 하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누리꾼들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최종훈이 대리기사를 배려한 이런 행동은 우리사회에서 '에티켓'으로 통용되는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누리꾼들은 최종훈의 음주운전을 다른 일반 톱스타의 음주운전과 다른 잣대로 보고 있다.

누리꾼들의 정서는 일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가령, 대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것과 대리운전을 이용한 후 집 부근에서 음주운전을 한 것을 같은 잣대로, 같은 죄질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도덕적 평가 부분에 있어서 그랬다.

최종훈이 음주운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리꾼을 공분케 할 만큼 도덕적으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면허가 취소되고, 당사자가 사과를 했다. 그런데 여기에 프로그램 하차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처사다. 누리꾼들의 최종훈 동정 여론에는 일면 이런 밑바탕이 깔려 있는 듯 보인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최종훈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최종훈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위기 빠진 말년 병장, '하차' 대신 '영창' 보내는 건 어떨까

최종훈은 <푸른거탑>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는 새내기 연기자다. 한때 정준하의 매니저로 알려졌던 그는 연기자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연기에 도전했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터진 음주운전 사건, 이 일로 말미암은 최종훈의 프로그램 하차여부는 당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이제 겨우 신인 연기자이기에 프로그램 하차를 할 경우, 재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덩달아 <푸른거탑> 역시 누리꾼들의 '최종훈 하차' 갑론을박 속에 이전과 같은 인기를 구가하지는 못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이 혜안일까?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최종훈의 음주운전 적발도 조금은 억울할 법한 일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하차'라는 가혹한 형벌대신, 다른 차원의 징계를 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령 <푸른거탑> 드라마 상에서 군인들의 휴가 중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시킬 수 있는 주제(영창 사건)로 극을 꾸미거나, 방송상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이번 사건에 대한 일련의 과정이 보도대로 사실이라면, 오히려 '선의'가 문제였다. 최종훈의 음주운전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그럼에도 대리운전기사를 배려한 그 마음은 칭찬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번쯤은 <푸른거탑> 말년병장 최종훈에게 '프로그램 하차'란 가혹한 형벌대신 이해와 관용을 베풀어도 좋지 않을까?

푸른거탑 최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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