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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 강사로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
 28일 밤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 강사로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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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노무현재단 대전충남지역위원회 주최한 노무현 시민학교 '우리가 강물이다'의 마지막 강사로 안희정 충남지사가 나서 강연을 하고 있다.
 28일 밤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노무현재단 대전충남지역위원회 주최한 노무현 시민학교 '우리가 강물이다'의 마지막 강사로 안희정 충남지사가 나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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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도전할 의향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 대답이다.

안 지사는 28일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노무현시민학교' 강사로 나서 이 같이 답했다.

노무현재단 대전충남지역위원회 주최한 노무현 시민학교는 '우리가 강물이다'라는 주제로 지난 4주간에 걸쳐서 진행됐다. 그동안에는 도종환 시인(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대표권한대행,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강사로 나섰었다.

이날 '안희정지사와의 행복토크'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안 지사는 "지난 대선패배의 멘붕에서 탈출은 하셨나요? 아직도 뉴스 못 보고 계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민주주의는 자기가 지는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모든 선거는 내가 패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경쟁에 임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안 지사는 이 같이 말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앞두고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 후보와의 TV토론을 앞두고 여의도 한 복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노 대통령이 "여기까지 왔네요"라고 아주 쓸쓸한 어조로 말했다는 것.

"그 말은 양김이라는 보스정치 시대 이후 영호남의 정치 틈바구니에서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져가면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하는 말이었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복 튀김을 한 젓가락 건네주시면서 '자네들 고생 많이 했어' 하시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당시 상황이 많이 안 좋을 때였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상황도 좋지 않았고, 토론에서 이긴다고 해도 나아질 게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안 지사는 또 노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 승리한 순간 했던 말도 소개했다.

"표정이 매우 안 좋으셨다. 그리고는 '져도 괜찮은데…'라고 하셨다. 사실 우리는 승자의 역사는 수천 년 동안 보아왔지만, 패자의 역사를 본 적이 없다. 패자는 죽거나 아니면 산 속으로 들어가고나, 아니면 주변에 남아서 계속 재를 뿌려댔다. 그러니까 노 대통령은 패자가 어떻게 패자답게 처신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승자가 되어서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안 지사는 "속은 쓰리고 패배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선거를 치렀다면 내가 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졌으면 진대로 나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내가 패배했다고 내 가치가 실패한 게 아니다, 선거에서 졌기 때문에 승자의 가치는 생존하고 내 가치는 다 죽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가치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강조했다.

28일 밤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 강사로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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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주도형 토목경제 노선의 마지막 정리'라고 규정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적어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추억만은 아닐 것이며 박 대통령에게도 나름대로 간절함과 진실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또한 진보진영이 이제는 바른말 하는 차남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를 책임진다는 맏이로서의 관점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국민들로부터 국정을 맡겨도 되겠다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안 지사는 FTA문제를 예로 들었다.

"진보진영은 아직도 답이 없다. 의견 통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방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우선 내부적으로 합의를 해야 한다. 우리가 어떠한 개방전략을 가져야 할 것인지, 사실 FTA를 하지 않아도 이미 다 개방되어 있다. 이러한 논쟁은 이른바 선수들만을 위한 논쟁일 뿐이다."

안 지사는 또 분권과 지방자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간 대통령은 5년 후에는 모두 불행해지는 게 우리나라라면서 그 이유는 모든 정치인들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기 때문에 5년 후 대통령의 신용은 바닥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권을 통한 지방자치 밖에 없고, 곧 지방자치를 잘 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그는 말했다. 국가는 국가의 장기적 비전을 고민하면서 국방, 외교, 통상 등에 대해 관여하고, 국민들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군수가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잘 살든 못 살든 그러한 권한과 책임을 나눠주고, 지방에 맡겨야 한다, 그게 바로 헌법개정을 해야 할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친노논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제는 좀 노무현 정부 실패했지 않느냐 그런 논쟁 말고, 너는 친노니까 지난 대선의 패배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싸움 좀 그만하자. 적어도 우리 대표가 되어서 나가 싸웠으면 고생했다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그래야지, 죄인은 석고대죄하고 목을 내놓아라 해서야 되겠는가, 그게 바로 드라마로 치면 막장드라마다."

그는 끝으로 충남도지사로서의 고뇌를 털어 놓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큰 강물의 줄기가 되고자 추구해 왔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끝내 바다로 갈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길이 사막을 관통하는 강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답은 잘 모르겠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많이 있다. 정답이 하나라면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리다. 아니다. 다 정답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께 가야 한다. 그래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다 정답이라고 인정하고 그 정답 내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 함께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28일 밤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 강사로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
 28일 밤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 강사로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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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마친 안 지사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안 지사를 고민스럽게 하는 질문은 바로 대권도전 의향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그런 질문을 하면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하던가, 아니며 '아직은 도지사 열심히 하렵니다' 했는데, 그런데 요즘은 대답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제가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 스스로 대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는 아직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 "적어도 선출된 지도자라면, 정년이 보장된 공직사회가 시장의 다양한 이익집단에 둘러쌓인 상황에서도 정부혁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아직 우리나라 관료사회를 이끌어 나갈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난 '바지사령관'이 되기는 싫다"고 말했다.

그는 또 "뿐만 아니라 또 하나는 지금의 시대는 박정희 시대와 같은 중앙정보부도 없고, 각 시도에 있던 지방은행들도 없고, 협박을 해도 안 먹히는 시대로서 이 거대한 경제적 흐름에 대한 답을 저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만일 그러한 답이 있다면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또 "전쟁 통에 자기 부모형제를 잃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적개심으로부터 의심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갈라진 분단의 역사 속에서 생긴 상처를 치유하여 의심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사령관이라는 믿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스스로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서로에 대한 미움을 녹여내지 못한다면 결국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겪었던 사이클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에 대한 저 스스로가 좀 더 확고한 마음에 힘이 생긴다면 내일이라도 바로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중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에 안 지사는 "그러니까 저는 아직은…"이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편, 노무현 시민학교는 이날로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그 동안 빠짐없이 강의에 참석한 100여 명의 시민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했다.


태그:#안희정, #충남지사, #노무현, #노무현시민학교, #대권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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