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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양성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칫 국민의 기본권이 말살될 수도 있다. 어떻게 국세청 직원들이 세무조사한다고 병원 진료기록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다 가져갈 수 있나."(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
"세금과 관련없는 서류나 장부 등은 즉시 돌려주도록 하겠다."(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선서하는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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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 여야 의원들은 현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특히 최근 국세청이 성형외과 등 고소득 전문직을 상대로 강도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을 두고 국민기본권 침해 논란도 일었다.

최재성 의원(민주통합당)은 "국세청이 강남 일대 성형외과 세무조사를 하면서 병원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등을 통째로 가지고 갔다고 한다"면서 "환자들의 민감한 진료기록 등까지 모두 영치했다고 하는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돈을 더 걷겠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면서도 "그것 역시 민주적인 원리가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올해 들어 서울 강남 일대 유명 성형외과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여성 환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까지 압수해 가면서 실정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현행 의료법에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영장 등에 의해서만 환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별다른 법적 조치 대신 임의로 세무조사 관련 장부나 물건 등을 입수하고 있다.

지하경제와 전쟁 선포한 국세청장 후보자...기본권 침해, 풍선효과 등 우려도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김덕중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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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는 "세무조사과정에서 관련 장부 등은 납세자의 동의를 얻은 이후에 입수하고 있다"면서 "조사와 관련없는 장부나 물건 등은 즉시 반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지하경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과 대 재산가의 불공정 행위와 변칙거래, 고소득 자영업자의 차명계좌, 현금거래 탈세, 가짜석유·주가조작·불법 사채업 등 반 사회적 지하경제에 대해선 유관기관 공조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국세청은 지하경제와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국세청 내부 조직 개편 뿐 아니라 세무조사 인력까지 대폭 확충해 고소득 전문직을 비롯해 대재산가를 상대로 한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6조 원에 달하는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최근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상황이나 세정당국의 무리한 세무조사로 자칫 중소자영업자 등이 피해를 입을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병수 의원(새누리당)은 현 국내외 경제상황을 들어가며 세정당국의 세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하경제 양성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세원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세무조사가 강화될 경우 자칫 풍선효과로 인해 지하경제 규모만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의원(민주통합당)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그동안 국세청이 꾸준히 해왔던 일"이라며 "탈세나 체납을 비롯해 숨어있는 세원을 우선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국세청이 자칫 무리하게 조사에 나설 경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면서 "정책적인 쏠림 보다는 균형된 입장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덕중 후보자는 "지하경제 양성화 과정에서 국민들이 공감할수 있도록 세금 탈루가 큰 것부터 추진할 것"이라며 "서민이나 중소자영업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조사 등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여야 의원들 "흙탕물 청문회보다가 1급 이상의 수질로 옮겨온 것 같다" 

이와함께 이날 청문회에선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비롯해 세무조사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논란이 됐다.

안민석 의원(민주통합당)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그동안 청와대 특명반이라며 정치적 논란을 빚어왔다"면서 "현 정부 인수위에서 이곳을 폐지할 가능성이 나왔는데 맞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서울청) 조사 4국은 나름대로의 존재이유가 있다고 본다"면서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같은당 박원석 의원도 "최근 경찰에 적발된 서울청 조사국 직원들의 비리는 조직적인 범죄"라며 "이같은 고질적인 비리가 국세청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발생하고 있다"고 따졌다. 그는 이어 "국세청 직원들 가운데서도 고위직의 경우 비위 사실이 엄중한데도 상대적으로 솜방망이 처벌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는 국세청 내부의 특정지역이나 계파에 따른 이해관계 때문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선 향후 특별감찰 조직을 신설하고, 한번이라도 금품사실이 적발될 경우 영원히 조사업무에서 손을 떼게 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는 다른 고위공직자 후보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관련 질의나 추궁은 거의 없었다. 국세청장으로서의 향후 정책 추진 의지와 가능성을 따져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원조차 "모범적인 청문회"라고 평가했다. 박원석 의원은 "그동안 흙탕물 청문회를 보다가 오늘 마치 1급수 이상의 수질로 옮겨온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태그:#김덕중, #국세청장,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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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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