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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간다는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돈 막둥이. 아빠가 조금만 뒤쳐지만 달려옵니다.
 봄나들이 간다는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돈 막둥이. 아빠가 조금만 뒤쳐지만 달려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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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쌀쌀하지만 오후가 되면 따뜻합니다. 이미 겨울은 저만치 물러갔습니다. 아무리 겨울 힘이 세도, 봄을 이기지 못합니다. 토요일 오후 집에만 있는 아이들에게 꽃구경을 가자고 했더니 좋아라 합니다. 걸어 30분이면 가는 선학산을 두고, 아이들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지난해 이맘때쯤 선학산에 아내와 단 둘이 올랐습니다. 그때는 온 산이 복사꽃이었습니다.

선학산 꽃구경, "나 예쁘요"..."나 잘 생겼어요"

"선학산 꽃구경 가자!"
"좋아요. 아빠 선학산은 멀어요?"
"아니 걸어갈 수 있어."

"차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요?"
"응."


꽃구경 길에 나선 막둥이는 앞서가다가 아빠가 뒤처지면 다시 돌아옵니다. 말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루 종일 합니다. 목소리도 얼마나 큰지. 옆에서 있으면 귀가 아플 정도입니다.

"아빠 개나리 개나리!"
"그래 개나리는 '봄의 전령'이지."
"봄의 전령이 무엇이예요?"

"응, 봄이 왔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말이야."

봄의 전령 개나리입니다.
 봄의 전령 개나리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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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쌀랑했지만, 노랗게 핀 개나리를 보면서 이미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쌀랑했지만, 노랗게 핀 개나리를 보면서 이미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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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직 꽃이 많이 안 피었어요."
"다음 주 토요일쯤 되면 배꽃이 활짝 필거다. 배꽃이 피면 선학산은 정말 아름다워. 그래도 양달에는 배꽃이 조금씩 피었네."
"나는 배가 맛있어요."
"아빠도 배가 맛있어."

배꽃이 피었지만 아직 만개는 하지 않았습니다.
 배꽃이 피었지만 아직 만개는 하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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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이 꼭 눈처럼 보입니다.
 배꽃이 꼭 눈처럼 보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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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산을 오르는 길에 진달래 길이 있습니다. 진달래는 본 우리 집 예쁜 아이는 자신과 진달래 중 어느 것은 예쁜지 묻습니다.

"아빠 내가 예뻐요, 진달래가 예뻐요?"
"당연히 우리 예쁜 아이가 예쁘지."

연분홍 진달래. 어떤 분들은 철쭉과 구별을 잘 못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보면 전혀 다른 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분홍 진달래. 어떤 분들은 철쭉과 구별을 잘 못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보면 전혀 다른 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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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제가 예쁘요? 진달래가 예쁘요. 당연히 우리 예쁜 아이가 예쁘지.
 아빠 제가 예쁘요? 진달래가 예쁘요. 당연히 우리 예쁜 아이가 예쁘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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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긴 막둥이, 한 순간 심한 말 했다가...

진달래보다 자신을 더 예쁘다는 말에 딸 아이는 좋아라 합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진달래보다 훨씬 훨씬 예쁩입니다. 막둥이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습니다.

"아빠 나 잘생겼어요?"
"그럼, 잘생겼지. 아빠 얼굴에 어떻게 너 같은 얼굴이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너 정말 잘생겼어."


아빠 나 잘 생겼지. 응 잘 생겼어
 아빠 나 잘 생겼지. 응 잘 생겼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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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겼다는 말에 막둥이 역시 마음은 하늘을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사고가 터졌습니다. 갑자기 "산불을 조심합시다"라는 산불조심 방송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막둥이가 험한 말을 했습니다.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김막둥이, 금방 너 뭐라고 했니?"
"…."
"방금 뭐라고 했냐고."
"아빠 죄송해요. 앞으로는 그런 말 하지 않을게요."
"체헌이 너 한 번씩 심한 말 하잖아."(누나)
"내가 언제 그런 말 하는데?"(막둥이)
"김막둥이, 심한 말은 네가 평소에 하기 때문에 지금도 무의식 중에 한 거야. 너 욕도 한 번씩 하지?"
"아빠 아니예요. 욕은 정말 안 해요."
"정말 욕 안하지?"
"응."
막둥이 "뭐를 씨부리 샀노"
누나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니"
 막둥이 "뭐를 씨부리 샀노" 누나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니"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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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에게 한 소리를 들은 막둥이. 혼자 투벅투벅 걸어오고 있습니다.
 누나에게 한 소리를 들은 막둥이. 혼자 투벅투벅 걸어오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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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놀랐습니다. 집에서는 어느 누구도 욕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친구들하고 놀면서 욕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엄격하게 시킵니다. 남에게 욕을 하면 안 된다고. 딸아이는 막둥이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따끔한 질책을 했습니다. 누나답습니다.

선학산에 오르니 저 멀리 남강과 진주성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남강과 진주성을 볼 때마다 복 받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주는 오염되지 않고,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입니다. 자연이 살아 있습니다. 한번씩 서울 사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선학산에서 본 진주성(붉은동그라마)
 선학산에서 본 진주성(붉은동그라마)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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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산 정상을 밟은 아내와 둘째 그리고 막둥이
 선학산 정상을 밟은 아내와 둘째 그리고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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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다리의 비애...

선학산 중턱에 체육공원이 있습니다. 등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진주 사람들은 정말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내려는 길에 통 굴리기가 있어 딸아이가 굴렸습니다. 빙글빙글 돌리는 모습이 제법입니다. 누나 모습을 보던 막둥이.

"누나 나도 굴리고 싶어."
"조금만 더 굴리고."
"나고 하고 싶단 말이야. 빨리 내려와."
"알았다 알았어. 너는 꼭 먼저 하지 않고, 내가 하는 것보면 하고 싶다고 하더라."

"빨리 내려와."

통굴리기. 누나가 잘 굴리는 모습을 본 막둥이도 시도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통굴리기. 누나가 잘 굴리는 모습을 본 막둥이도 시도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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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짧은 막둥이는 누나 도움으로 겨우 내려왔습니다.
 다리가 짧은 막둥이는 누나 도움으로 겨우 내려왔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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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막둥이가 내려오려고 하는데 다리가 짧습니다.

"엄마 다리가 닿지 않아요."
"숏다리의 비애네."
"엄마 다리가 안 닿는다고 했잖아요."
"내려와봐."(누나)
"누나는 내려올 수 있어?"(막둥이)
"나는 방금 내려왔잖아."
"그럼 나 좀 잡아주면 되잖아."
"굴리는 것 멈추면 내려올 수 있어."

누나는 누나입니다. 딸아이는 동생을 내려주었습니다. 아, 짧은 다리의 비애였습니다. 막둥이의 짧은 다리 때문에 배꼽을 잡았습니다. 꽃구경, 등산, 운동, 웃음이 함께 어우러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태그:#봄나들이, #선학산, #가족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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