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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1일 오후 7시 03분]

박근혜 대통령 (자료 사진)
 박근혜 대통령 (자료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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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사회 유력층 성접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학의 신임 법무부차관이 21일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임명 6일 만이다. 사실상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위증 논란까지 불거진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김 차관마저 '추문'으로 낙마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이 절정에 달한 상황이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인사 검증 관련자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세금·부동산도 아닌 동영상, 어떻게 검증해"... 김기용 경찰청장 교체 이유?

김학의 차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며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하고,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로 인하여 개인의 인격과 가정의 평화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며 "저는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차관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이 성접대 의혹에 연루됐다는 소문은 이미 6개월 전 여의도 증권가에 나돈 정보지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법조계 안팎에서도 지난달 초부터 회자됐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그를 법무부 차관에 내정하며 이 같은 소문을 인지했지만 진상 파악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 차관 문제는) 검증 시스템 문제가 아니다"며 "재산, 세금, 부동산 등은 다 기록돼 있지만 지금 문제가 된 성접대 동영상을 어떻게 미리 다 알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김 차관의) 성접대 사건 연루 의혹은 이미 사정기관 등 많이 알려졌던 사안인데 검증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사안에 따라 다르다, 하물며 이 경우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객관적으로 입증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라고 반박했다.

다만, 유임이 확실시됐던 김기용 경찰청장이 갑작스레 교체된 까닭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해당 첩보를 입수하고도 청와대에 정확한 보고를 하지 않았고 차관급 인사가 마무리된 이후에 언론을 통해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이 같은 혼선을 전해 듣고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 사정당국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민정라인이 경찰 지휘부에 해당 사건에 대한 김 차관의 연루 및 내사 진행 여부를 확인했는데 당시 경찰 지휘부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보고를 했다"며 "이 때문에 김 청장이 교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전례와 달랐던 법무차관 인사... 검찰총장 후보 선정 당시 '친박 지원설'도

김 차관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내면서 차관을 임명하던 전례와 달리 다른 정부부처 차관 인선과 함께 임명된 점도 이번 사건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당초 김 차관은 이번 검찰총장 선정 과정에서 최종 후보 세 명에 오르지 못해 사실상 퇴진이 예상되고 있었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로 오른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인 채동욱·김진태, 15기인 소병철 고검장 중 누구라도 검찰총장이 되면 관례상 옷을 벗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차관은 예상을 뒤엎고 법무부 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법무부 차관은 매년 총장 인사 때마다 유력한 총장 후보로 꼽히는 자리다. 검찰 60여 년 역사상 검찰총장이 법무부 차관보다 기수가 낮은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총장 후보들과 기수가 같거나 높은 차관이 먼저 선임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더군다나 김 차관은 지난 2월 검찰총장추천위 심사 당시, 경기고 동문을 중심으로 한 친박 진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 차관 임명을 통해 검찰에 시그널을 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김 차관의 아버지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군 대령 출신으로 월남전에 세 차례 참전하고 무공훈장 등을 받은 점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후문도 나왔다.

그러나 김 차관이 사회 유력인사 성접대 사건에 연루된 점이 이번에 밝혀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이례적 인사'가 '실패한 인사'의 대표격이 돼 버렸다.

"성접대 의혹보다 고장난 청와대 인사검증 기능이 더 걱정"

한편,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건을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실패 사례로 꼽으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김 차관의 사표제출은 사건의 엄정한 수사를 위해 당연한 일이고 그는 이제 경찰의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것은 물론 차관 인사과정에서 나타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과 관련한 관계자들을 전원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수사 결과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고,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법무차관으로 발탁한 것이 확인되면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인사검증 관련자들을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도 "현 정부 고위인사 성접대 의혹보다 고장난 청와대 인사검증 기능이 더 걱정"이라며 "관련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관련 고위인사를 차관으로 발령 내기 전에 해당 첩보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차관 인사 발령을 냈다면 이건 끔찍한 초대형 인사사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모든 인사 중에 잘됐다고 칭찬받은 인사가 무엇이 있었나"라며 "북한의 도발 위협도 불안하고, 난데 없는 해킹사건도 불안하지만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불통 인사 사고가 가장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성접대, #김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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