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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이 핀 제주 올레 7코스
 유채꽃이 핀 제주 올레 7코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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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봄이 가장 빨리 찾아온다. 남도의 끝자락보다 보름 정도 빨리 꽃들이 피어난다. 제주 마을 담장마다 꽃을 피운 동백들이 벌써 제풀에 지쳐 붉게 떨어지고 있다. 쌀쌀한 봄바람에 노란 유채꽃이 하늘거린다. 길 위에 선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노랗게 봄으로 물들었다.

올레. 부르기도 쉽고 어감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제주 올레길은 26개 코스가 있다. 그중 7코스는 서귀포 외돌개에서 월평마을 아왜낭목까지 14.7㎞를 해안선 따라 걸어 가는 길이다. 올레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는다. 가장 높은 곳이 해발 70m 정도로 걷기에 힘들지도 않다.

오늘(3.14)은 올레 7코스 일부인 강정마을에서부터 외돌개까지 8.6㎞를 거꾸로 걸어간다. 강정마을 입구는 여전히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마음이 답답해진다. 용역 경비 앞에서 답답함을 풀어내려고 춤을 추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몸짓이 애처롭다. 춤을 춰도 즐겁지 않는 강정마을 사람들의 아픔이 배어난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마음이 허전하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강정천으로 들어선다.

강정마을의 아픔. 허공을 향해 춤을 추고 있는 주민들의 간절함.
 강정마을의 아픔. 허공을 향해 춤을 추고 있는 주민들의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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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천과 해군기지 공사가 한창인 구럼비바위
 강정천과 해군기지 공사가 한창인 구럼비바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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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강정천. 바다와 만난다.
 제주의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강정천. 바다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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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천은 제주에서도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커다란 바위사이로 오랜 세월동안 물길이 났고 그곳으로 물이 흐른다. 바위는 반질거려 마치 내륙지역의 계곡 속에 들어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물길을 따라가면 바다와 만난다. 바다와 합쳐지는 곳은 작은 폭포를 이루며 강과 바다가 구분된다.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한쪽은 해군기지를 만든다고 커다란 크레인이 서있다. 저렇게 주민들의 반대가 많으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을 텐데. 불통이다.

강청천에서 해안길로 올라선다. 풍림리조트에서는 올레꾼들을 위해 쉼터를 조성해 놓았다. 바닷가우체국도 있고 그곳에서 사연을 적는 사람들도 있다. 풍림리조트를 지나 악근천을 건넌다. 경치가 좋다. 바위 벼랑 위에 정자하나 세웠으면 더 멋질 것 같은 풍경이다.

길은 오솔길과 바닷가 돌길을 번갈아 간다. 화산분출물인 바위덩어리와 어울린 바다풍경이 매력적이다. 범섬이 바다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서있다. 바닷가는 화산석들이 기묘한 모양으로 바다들 바라보거나 해변을 점령하고 있다. 검은 바위들은 사람들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화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올레길도 바위를 이리저리 피해서 간다.

아름다운 해변을 걸어가는 제주 올레길 7코스
 아름다운 해변을 걸어가는 제주 올레길 7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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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을 걷는 사람들. 여유가 넘친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 여유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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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섬이 보이는 풍경
 범섬이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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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섬이라는 안내판을 만난다. 섬의 흙이 죽은 흙이라고 해서 썩은섬이라고 부른단다. 예전에 이 섬에 유독 돌고래가 밀려와 죽어서 고래 썩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썩은 섬이라고 했다는 말도 있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름이다.

길은 넓은 산책로로 변한다. 길 양편으로 노란 유채가 만발했다. 꽃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바다는 하얀 속살을 보여준다. 유채향기가 코끝을 감돈다. 풋풋한 향기. 봄바람과 어울린다. 바다는 너무 맑아서 시린 풍경이다. 노란 길을 따라 사뿐사뿐 걸어간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걸어가지만 바다를 가로지르며 걷는 기분을 느낀다. 마음이 넓어진다.

마을이 나온다. 법환포구다. 마을 안내판에는 제주의 최남단 마을이라고 한다. 지도로 봐서는 이곳이 남쪽 끝인지는 잘 모르겠다.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는 펜션들이 있고 분위기 있는 카페도 있다.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다.

바다와 유채가 어울린 제주 올레길 7코스
 바다와 유채가 어울린 제주 올레길 7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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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가 아름다운 돔베낭길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돔베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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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로 이어진 길은 야자나무 숲을 만나고 돔베낭골을 지난다. 돔베는 도마라는 말이고 낭은 나무를 말한다. 예전에 이곳에 잎 넓은 나무가 많아서 돔베낭골이라고 했단다. 주상절리가 아름답다.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움푹움푹 패인 바위는 귀면 같다.

서귀포여고로 돌아가는 길은 사실 조금 짜증이 난다. 바로 질러 갈 수 있는데 일부러 길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게 올레다. 바로 가지 않고 코스마다 돌아가는 길이 있다. 올레길은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아주 좁은 골목 비슷한 길이다. 올레길은 마을을 지나가거나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아니 그게 매력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제주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길이 올레다.

길은 다시 해안을 따라가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야자나무가 밀림처럼 서있는 곳이 나온다. 일렬로 선 야자나무만 보다가 숲을 이룬 야자나무를 보니 이국적이다. 근데 어색하다. 역시 제주에는 야자나무보다는 까마귀쪽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등 제주의 나무들이 어울리는가 보다.

해안 절벽으로 이어진 외돌개 가는 길
 해안 절벽으로 이어진 외돌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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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7코스 시작점이자 종점인 외돌개
 올레길 7코스 시작점이자 종점인 외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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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돌개를 향한다. 길 아래로는 낭떠러지다.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는 수직과 수평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외돌개는 바다에 외롭게 선 바위다. 일명 할망바위라더니 정말 할머니가 치마입고 앉아있는 모양이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노랗고 파란 봄을 거닐었다. 무꽃도 예쁘고 노란 유채도 너무 예쁜 봄이다.

덧붙이는 글 | 3월 14일 풍경입니다.



태그:#제주 올레길 7코스, #강정천, #법환포구, #유채, #외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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