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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스런 '이은상 가고파 시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마산역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시비'는 페인트와 계란, 밀가루로 훼손되어 있다.

마산의 관문인 마산역에 흉물스런 시비가 세워져 있어 어떻게 하든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누군가가 제막식날인 2월 6일과 3․15의거 53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둔 3월 14일에 이어 15일에 페인트로 훼손했다.

3.15의거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이은상이 쓴 시 <가고파>가 새겨진 마산역광장의 '이은상 가고파 시비'가 17일 누군가에 의해 또 페인트로 훼손되어 있다.
 3.15의거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이은상이 쓴 시 <가고파>가 새겨진 마산역광장의 '이은상 가고파 시비'가 17일 누군가에 의해 또 페인트로 훼손되어 있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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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대책위'는 지난 14일 시비에 계란과 밀가루를 투척했다. 또 이 단체는 시비 위에 "3․15가 통곡한다. 이은상 미화석 철거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시비는 허인수 마산관리역장이 제안하고, 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클럽(3710지구)이 3000만 원을 들여세웠다. 시비 앞면에는 이은상이 쓴 시 <가고파>가 서예가 김종원씨의 글씨로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김복근씨가 쓴 이은상 약력이 새겨져 있다.

페인트 흔적은 잘 지워지지 않고 있다. 제막식이 열리기 직전 시비 뒷면에 누군가가 페인트로 훼손했는데, 물로 씻어냈지만 아직까지 흔적이 남아 있다. 앞․뒷면에 칠해진 페인트를 모두 제거하는데 8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타리클럽 "깝깝하다"... 대책위 "당장 철거하라"

흉물스런 시비에 대해,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대책위'는 당장 철거하라고 하지만, 로타리클럽과 허인수 마산역장은 난감하다며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인수 역장은 언론을 통해 "마음대로 철거할 수 없고, 만약에 철거한다고 하더라도 시비를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시비 건립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반발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허 역장은 시비를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보이고 있다.

시비 건립을 주관했던 남마산로타리클럽 김봉호 회장은 안타깝지만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하기가 곤란하다. 저런 식으로 놓아두어서는 안된다. 지금 시비의 상황은 건립 취지와 맞지 않아 돈이 들어가더라도 손을 봐야 한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소견으로, 지금은 흉물이 됐으니 '무대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쓸데 없는 짓을 했다고 항의하는 회원들도 있을 수 있다"며 "철거하라고 하는 측에서는 처음부터 독선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를 했다. 우리한테 생각할 여지도 주지 않았다. 깝깝하다"고 덧붙였다.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3월 7일 오후 '가고파 시비'에 검정색 천을 덮는 작업을 벌였다. 이후 이 검정색 천은 거둬낸 상태다.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3월 7일 오후 '가고파 시비'에 검정색 천을 덮는 작업을 벌였다. 이후 이 검정색 천은 거둬낸 상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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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노동조합 부산(경남)지방본부 이용석 본부장은 "코레일 본부에 시비와 관련한 자료를 보내 놓았고, 지역에서 분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마산역장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지금 시비는 로타리클럽이 마산역에 기부한 형태이기에, 마산역이 결정하면 된다. 마산역이 시비를 치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대책위' 김영만 공동대표는 "다른 논쟁이 필요 없다. 10년 전에 이미 이은상은 민족시인이거나 문학이 뛰어나는 소리도 있었지만, 마산시의회는 '이은상 문학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으로 결정했다"며 "이은상에 혐오감을 가진 시민들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공공장소에 그런 인물을 기리는 시비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서는 어떤 대안도 제시한 바가 없다. 일부 언론에서 대책위가 시비의 '문구 수정'을 제안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던데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보다. 또 일부에서 시비 앞면은 그대로 두고 뒷면의 문구를 수정하자고 하는 모양인데 그것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거다"고 말했다.

김영만 공동대표는 "우리는 로타리클럽을 만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그 단체에 시비를 세우라고 한 적도 없다. 어떤 단체든 공공장소에 기념물을 세웠으면 일종의 희사이기에, 그 시비의 소유권이 로타리클럽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시비가 철거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이은상은 3․15의거를 폄훼하고 이승만 등 독재정권에 빌붙어 지냈다"며 "이은상은 1960년 3․15의거 직후 수많은 시민들이 독재의 총칼에 피 흘리며 희생된 상황을 외면한 채 신문과 인터뷰에서 '무모한 흥분'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 등으로 시민을 비난하고 모독했다"고 밝혔다.


태그:#이은상, #가고파, #마산역광장, #로타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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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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