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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열흘 이상 지났습니다. 땅속에서 겨우내 잠자던 밀·보리·시금치·냉이 등도 따사로운 햇살에 기운을 얻고 생육을 시작했고, 산간계곡이나 논밭 둠벙 곳곳에 물뭍동물(양서류)들은 본격적으로 암수 짝짓기를 하며 알을 낳느라 바쁩니다. 동물이나 식물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이즈음 농가에서는 밭도 갈고, 장도 담그고, 잘 발효된 퇴비도 밭에 주는 등 바쁜 봄날이 계속됩니다.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개구리·두꺼비·도롱뇽들의 한살이를 위한 봄 활동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집니다. 우리가 봄 농사짓고 봄꽃 구경 다니는 사이, 이들은 일생의 가장 중요한 '거사'를 남모르게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어기정 두꺼비... 이들은 뭘 하는 걸까

암수 포접한 상태에서 이동하는 두꺼비
▲ 두꺼비 이동 암수 포접한 상태에서 이동하는 두꺼비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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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어기정 걸어가네요. 덩치 큰 암놈 위에 일찌감치 수컷이 올라타 '찜'을 했습니다. 산에서부터 물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가며 느리게 기어가는 두꺼비의 행보를 보시거든, 혹여 자동차를 비껴가 주시든지 잠시 쉬었다 가주시면 좋겠습니다. 떡두꺼비 같은 녀석들이 길죽음을 당하는 일이 전국 도로 여기저기서 안타깝게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흑진주 목걸이처럼 긴 두꺼비알
▲ 두꺼비알 흑진주 목걸이처럼 긴 두꺼비알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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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내려온 두꺼비가 낳아놓은 두꺼비의 알입니다. 개구리의 알처럼 몽글몽글 덩어리진 게 아닌, 마치 흑진주 목걸이 같은 긴 끈을 얼기설기 낳아놨습니다.

북방산개구리 암컷 위에 수컷이 올라탔습니다.
▲ 북방산개구리짝짓기와 알 북방산개구리 암컷 위에 수컷이 올라탔습니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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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은 북방산개구리입니다. 암놈이 알을 낳고 쉬는 사이, 또 다른 수놈이 올라타 종용하네요. 암놈보다 그 수가 더 많은 수놈들 등쌀에 암컷은 정말 힘이 듭니다. 수많은 수놈들에 둘러싸여 시달린 암놈은 알을 낳고 죽는 경우도 아주 많으니까요.

계곡부의 흐르는 물 속에서 돌이나 낙엽 등에 붙혀서 낳아놓은 산개구리의알은 가라앉아 있습니다.
▲ 산개구리의 알 계곡부의 흐르는 물 속에서 돌이나 낙엽 등에 붙혀서 낳아놓은 산개구리의알은 가라앉아 있습니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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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은 무럭무럭 크는 일만 남았습니다. 발생이 되기 시작하면, 마치 태아처럼 머리와 꼬리부분이 생깁니다.

뱃속의 태아같은 개구리 올챙이
▲ 개구리 올챙이 뱃속의 태아같은 개구리 올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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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낳아준 곳에서 안정된 상태로 올챙이가 되면, 밀도가 높아져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녀석들이 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들어가면, 모두 땅으로 올라가 개구리로서 일생을 시작합니다.

다리가 나오기 전 올챙이들은 따뜻한 물에서 무럭무럭 큽니다.
▲ 올챙이 다리가 나오기 전 올챙이들은 따뜻한 물에서 무럭무럭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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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로 대표되는 물뭍동물인 양서류는 물과 뭍을 오가며 생애주기를 완성하는 생물로 수질과 토양의 건강상태를 말해주는 환경지표종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개발과 기후변화는 이들의 개체 수를 줄이는 위협적 요인입니다. 또 중금속이나 농약 등에 오염된 토양도 이들에게는 치명적이지요.

과거 우리는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 먹기도 했고, 이들의 알을 채집해 보신용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지요.

약수 마시려다 본 도롱뇽 알, 물 깨끗하다는 증거

약수샘에서 짝을 기다리고 있는 도롱뇽
▲ 도롱뇽 약수샘에서 짝을 기다리고 있는 도롱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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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뭍동물은 개구리 말고도 도롱뇽이 있습니다. 도롱뇽은 개구리보다 훨씬 일찍 알을 낳는데, 비교적 깨끗한 물에 알을 낳습니다. 이들은 깨끗하되 흐름이 더딘 약수샘 등에 주로 알을 낳습니다. 그렇다 보니 약수물 뜨러 바가지를 들었다가 도롱뇽 알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징그럽다며 알을 제거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지요.

돌멩이나 나뭇가지·비닐쓰레기 등에 가리지 않고 알을 붙힙니다.
▲ 도롱뇽 알 돌멩이나 나뭇가지·비닐쓰레기 등에 가리지 않고 알을 붙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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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알
 도롱뇽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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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설에 의하면, 도롱뇽이 봄에 비가 많이 올 것을 예견하면 알이 물에 떠내려갈까봐 웅덩이 표면이나 돌멩이 등에 알을 붙힌다고 합니다. 반면 봄가뭄을 예견하면 웅덩이 가장자리가 말라도 물 쪽으로 모여들게끔 알을 붙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도롱뇽 올챙이는 아가미가 있습니다. 다리의 발가락은 귀여운 아기의 손과 흡사하지요.
▲ 도롱뇽올챙이 알에서 깨어난 도롱뇽 올챙이는 아가미가 있습니다. 다리의 발가락은 귀여운 아기의 손과 흡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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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알에서 올챙이가 나왔습니다. 물이 차가울수록 발생이 더디고, 따뜻하면 비교적 빨리 올챙이가 돼 성체가 됩니다. 이들은 대부분 1급수 약수샘에서 5~6월까지 샘 바닥을 기어 다니곤 합니다. 이들은 물의 수질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므로 소중한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산개구리들의 짝짓기 즈음이면 우렁차게 울어대는 소리가 산기슭을 메웁니다.
▲ 개구리 울음주머니 산개구리들의 짝짓기 즈음이면 우렁차게 울어대는 소리가 산기슭을 메웁니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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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동하는 두꺼비.
▲ 두꺼비의 이동 길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동하는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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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뭍생명이 함께 바쁜 새봄, 물뭍생명들과 더불어 함께 잘살 수 있는 세상이 사람에게도 지속적인, 건강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보잘 것 없는 생명이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소중한 생명이고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답니다.

그들의 서식처를 잘 보존하고 관심 가져줄 때, 그들도 더 자유롭고 우렁찬 울음으로 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태그:#물뭍동물, #두꺼비이동, #개구리알, #도롱뇽, #양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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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 생태관광을 연구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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