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3·올댓스포츠)가 4년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에 다시섰다.

김연아는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출전했다. 가장 마지막 순서에 나선 김연아는 레미제라블의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여자싱글 정상에 섰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 모습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여자싱글 정상에 섰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 모습 ⓒ 박영진


경기전부터 드러난 김연아의 놀라움

김연아는 6분간의 준비시간부터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드레스 리허설에서 타 선수와 동선이 겹쳐 점프 두 개를 뛰지 못한 것 외에는 완벽하게 성공한 김연아는 준비시간에도 트리플살코 점프 등을 모두 성공했다.

실제로 이번 세계선수권 기간 공식연습과 드레스리허설 영상에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연습 도중 단 한 차례의 점프 실수도 없었다. 그만큼 김연아가 한국에서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한 자신감은 6분간의 준비시간에서부터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연기를 마친 뒤, 마지막 여왕의 4분 10초의 무대가 시작됐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여자싱글에서 레미제라블을 클린 연기로 선보였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의 모습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여자싱글에서 레미제라블을 클린 연기로 선보였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의 모습 ⓒ 박영진


감동의 서사시 '레미제라블', 잊을 수 없는 충격 선사

레미제라블의 웅장한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김연아의 애절한 표정연기가 시작됐다. 김연아는 첫 점프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이어 쇼트프로그램에서 오심 판정을 받은 트리플플립 점프도 한치의 오차 없이 깔끔하게 수행했다.

플라잉 체인징 콤비네이션 스핀에선 더욱 빠른 회전력으로 최고 레벨4를 받았으며, 이어진 트리플살코 점프를 사뿐히 뛰었다. 중반부 스텝은 더욱 화려하고 다양한 안무를 선보이며 최고레벨 4를 인정받았다.

잔잔한 음악이 나오면서 특유의 표정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중반부 트리플러츠 점프를 성공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어 빙판을 가로지르며 스프레드 이글 후 더블악셀-더블토룹-더블루프 점프를 가볍게 성공했다.

다시 강한 음악이 등장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한 뒤, 김연아는 트리플살코-더블토룹 점프를 수행했다. 이어진 레이백스핀도 무리 없이 이어갔다. 코레오그래픽 시퀀스에선 애절한 연기로 빙판을 누볐다. 강렬한 런지동작과 섬세한 동작으로 모든 안무를 소화했다.

그리고 마지막 이너바우어 후의 더블악셀 점프를 끝내며 모두가 기립했다. 마지막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화려하게 마무리 하며 여왕의 마법을 끝냈다.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마자 SBS 배기완 캐스터는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김연아가 이렇게 돌아왔습니다"라며 환호했다. 모든 관중들은 김연아의 인사에 화답하며 진정한 여왕임을 인정했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을 확정지었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의 모습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을 확정지었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의 모습 ⓒ 박영진


또 한 번의 200점대 돌파, 소치올림픽 티켓 3장

김연아는 총점 218.31점으로 2위와 무려 20점이 넘는 차이를 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앞서 연기를 펼친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경기 직전 코피를 흘리며 투혼을 펼쳤고, 아사다 마오(일본)는 프리스케이팅 대부분의 점프를 실수했지만 매우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김연아와의 차이는 숨길 수 없었다.

김연아는 지난 2009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오르며 여왕의 시대가 끝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년만에 돌아온 국제무대에서도 김연아는 자신의 말처럼 머리카락 한 올 흔들리지 않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시상대에서 김연아는 환한 미소를 띠며 포디움 제일 위에서 애국가와 함께 나란히 섰다.
김연아의 우승으로 한국은 내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싱글에 세 명의 선수가 나갈 수 있는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세 명의 선수가 나가는 것은 소치 올림픽이 최초다.

또한 김연아는 자신이 세운 3위 밖을 벗어나지 않은 기록을 이번에도 유지하며 역사를 써내려 갔다. 기록에서도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프리스케이팅 때 세운 150.06점과 불과 2점도 차이가 안나는 엄청난 점수를 획득했다.

이로써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에서 200점이 넘은 경우 가운데, 절반 이상은 모두 김연아가 세운 기록이다. 김연아는 자신의 기록을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오로지 자신만이 깰 수 있다는 것을 수차례 보여주며 이번에도 그 위엄을 이어갔다.

여왕이 전해준 4분 10초간의 '레미제라블' 대서사시는 피겨 팬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감동의 전율 그 자체였다. 그리고 피겨 세계선수권 역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마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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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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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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