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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총회 인사를 하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강성신 본부장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총회 인사를 하고 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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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폭발음을 듣고 위를 올려다본 순간 팔다리가 절단된 채 떨어지는 동료를 보고 추락 지점으로 뛰었다. 팔과 다리가 모두 절단됐지만 목숨이 붙어있는 동료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작업에서 쓰던 발판에 동료를 눕힌 뒤 안고서 100m를 달렸다. 10여분간 뛰어가면서 "구급차, 구급차"를 10여 차례 외쳐봤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40여분 뒤 구급차가 왔을 땐 이미 동료가 자신의 품안에서 숨진 뒤였다. 이씨는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한 명이라도 구조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있던 크레인에 자신의 몸을 매달고 혹시 살아 있을지 모르는 동료를 찾았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훼손된 시신들이 당시 사고의 처참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수습한 시신 6구 모두 팔다리가 없거나 불에 타 온전하지 못했다.

이씨는 폭발사고 후 대림산업 측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폭발음이 나자 대림산업 측 직원 등 100여 명이 사고현장에 모습을 보였지만 그 누구도 시신 수습에 나서지 않고 작업자들에게 동료들의 뒤처리를 맡겼다는 것이다. 그는 "대림 직원들은 2차 폭발이 우려된다며 공장에 물만 뿌리고 있었다"며 "죽어서까지 사람 이하의 취급을 받은 것 같아 목이 메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대림산업 측은 현장에 투입된 인력현황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고가 나자 구급차를 곧바로 불러 20분 안에 도착했다"고 해명했다.
 - <세계일보> <"팔다리 잘린 동료 업고 100m나 달렸지만…">

14일 오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사고 소식을 전한 기사입니다. 너무 처참했습니다. 대형 참사가 또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난 그 내용에 대해 모르고 있었습니다. 토요일(16일) 오후 4시 민주노총 울산본부에서 대림산업 가스폭발사고 관련 규탄집회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알수 있겠다 싶어 집회 참석을 위해 집회 장소로 갔습니다. 집회는 울산 중구에 있는 태화강역 앞에서 한다고 했습니다.

오후 4시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조 집회
 오후 4시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조 집회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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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조 조합원들이 많이 집결해 있었습니다. 총회도 하고 여수 대림산업 산업재해 사망사고 규탄대회도 한다고 했습니다. 집회가 시작되고 노조 대표가 단상에 올라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조합원이 처참하게 개죽음 당했는데도 언론은 다르게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119 구급대가 30분 이상 지연되어 현장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관리자들에게 현장 수습하자고 해도 수수방관 했다고 합니다. 현장을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현장 작업자가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팔다리가 없는 채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조합원을 부둥켜 안고 사고 현장을 나오자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후 회사는 사진을 못 찍게 휴대폰을 단속하고 사고수습을 지연시켰습니다. 중상이 5명이라고 하나 생명이 위독하다고 합니다. 희생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산재사고가 아니라 인재고 재앙입니다."

또 다른 노조 간부가 단상에 올라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수 현장이 30년 되었습니다. 울산은 50년 되었습니다. 여수 현장보다 울산 현장이 더 낡은 상태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더 빨리 더 많이 작업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안전한 작업장이 확보 안되면 작업을 거부합시다. 작업장이 안전문제가 있는데도 작업을 시키는 업체는 사라져야 합니다. 안전확보 안되면 작업하지 맙시다. 빨리빨리 보다 안전하게 작업하는게 더 중요합니다. 울산에 공사가 많습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이번엔 사회자가 이야기 했습니다.

"뉴스에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사망자 6명은 모두 우리 플랜트 지부 조합원들 입니다. 여수지부 4명, 서부지부 2명의 조합원이 희생되었습니다. 중상이 5명이라지만 생명이 위독합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겠습니까. 1년에 600여 명이 넘는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산업재해로 죽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도록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그같은 불행한 사태는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건설플랜트 노조는 주로 석유업체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라 합니다. 그들은 주로 석유회사 내 수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마다 그같은 참사가 줄지 않고 있다고 노조간부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조의 총회 겸 여수 대림산업 산재사고 규탄 집회는 많은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짧고 굵게 끝이 났습니다.

많은 노조원이 모였다.
 많은 노조원이 모였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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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든 작은 사고든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는 회사 쪽의 안전관리 소홀을 탓하고 회사는 노동자가 안전작업을 하지 않아 그렇다고 서로 책임공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고 이번에도 그런 양상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 가지곤 절대로 그런 대형참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 노사가 서로 머리 맞대고 안전한 작업장 만들자고 손을 맞잡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까요?"

서로 그렇게 물어보고 대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관리자는 이렇게 하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작업자는 이렇게 하면 안전한 작업장이 되겠다고 관리자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관리자가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또 안전수칙과 안전작업 조건을 만들어 주면 쾌적한 환경 속에서 얼마든지 노동자가 안전하게 작업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노동자는 안전하게 작업 할수 있도록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안전작업 조건을 꼼꼼히 따져 안전작업 조건이 미흡하면 관리자에게 미리 말하여 시정되도록 한 후 작업하면 얼마든지 산업재해 없는 직장이 될 것입니다.

저도 수십년 동안 생산직 노동자로 여러 작업장을 전전하며 일해보았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아 대부분 산재사고는 노동자의 실수라기 보다는 사업주의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가 대부분 사업장의 일하는 방식입니다. 산업현장에선 노동자의 건강권은 홀대받고 생산제일주의가 대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노동관련 정부기관과 국회의원도 지자체 담당자도 기업도 모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도 관리 업무를 맡아 하는 여러부류의 사람들 만큼이나 귀중하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력의 손실은 결국 국가의 손실이 아닐는지요.


태그:#대림산업, #가스폭발사고, #산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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