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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무리 애써 가꾼 산림도 산불이 나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이를 복구하는데 최소 30년에서 50년이라는 긴 세월과 함께 막대한 노력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나무가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라는 점에서도 산림 보존은 중요하다.

산불은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그 빈도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9, 10일) 전국 곳곳에서 28건의 산불이 발생해 인명·재산피해가 잇따라 주변에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오랜만에 비가 내린 지난 12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원명수(42) 박사를 만나 산불의 원인에서 우리들에게 끼치는 영향, 그리고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의 부주의와 무관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원명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원명수 박사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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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명수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80% 이상 사람들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주민이나 등산객의 '부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발생한 28건의 산불 중 쓰레기소각·논밭두렁소각·담뱃불실화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20건에 달했다. 또 포항에서는 청소년들이 불장난을 하다 대형 산불로 번져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산림청에서 최근 10년간(2002~2011년) 산불(427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3건(42%)이 입산자실화였다. 논밭두렁소각으로 인한 산불은 83건(18%), 담뱃불실화 46건(9%), 쓰레기소각 42건(10%), 성묘객실화 30건(6%), 어린이불장난 11건(2%)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4월 7일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적이 있다. 복구에 4년이 걸렸는데 여기에 든 비용만도 약 4조 원에 달했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급수·장비·인력동원 등에 여러 가지 제약이 생겨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진화하기가 어렵다. 또 삽시간에 넓은 면적으로 확산되는 만큼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산불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경사진 곳에서 불의 확산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원 박사는 "경사면에서 불이나면 표면적에 열 전달이 빨라져 불이 쉽게 번지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아직도 '논·밭을 태워야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관습을 따르는 풍조가 남아있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원 박사는 "영농인들의 연령층이 대부분 높아 논·밭두렁을 허가 없이 태우는 것이 불법행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논두렁을 태워야 할 때에는 군청이나 면사무소에 마을 공동소각 신청서를 미리 접수하고 반드시 산불 진화대원이 대기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또 쓰레기를 태울 때에도 소각시설의 굴뚝에 철망을 씌우면 불씨가 날아가지 않아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충해를 죽이기 위해 논두렁을 태운다고 하지만 소각하는 과정에서 거미처럼 병충해를 막는 이로운 곤충들이 없어져 오히려 병충해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가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탓에 불이 주변 산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해마다 같은 원인으로 산불이 일어나다 보니 정부에서도 교육을 실시하긴 한다. 하지만 대상이 공무원이나 관련 기관 관계자들에 국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농인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에는 시간과 장소 등에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산불 발생 조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기후'

산림청의 최근 10년간(2002~2011년) 산불 통계를 보면 봄철(59%)에 집중돼 있다. 그 밖에 여름 3%, 가을 10%, 겨울 28%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원 박사는 "산불이 일어나는 조건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기후'"라고 말했다. 기온·상대습도·실효습도·풍속·강수량 등의 조건에 따라 산불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 특히 3~4월 강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재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료(나무)'도 산불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봄철에 산불이 집중되는 데는 나무의 건조함도 큰 몫을 한다. 나무는 3~4월 중에 가장 수분량이 적어 불에 타기에 알맞은 상태가 된다. 특히 침엽수의 경우에는 테레핀(turpentine) 같은 정유물질(송진)이 포함돼 있어 불이 붙으면 오랜 시간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3·4월에는 개엽(開葉)이 되기 전으로 나무가 건조하지만 5월이 되면 나무에 삼투압작용이 활발해져 뿌리에서 공급되는 수분량이 증가하고 잎도 무성해져 상대적으로 진화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불의 확산정도가 달라지는 만큼 풍속도 산불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산불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산불 취약지역인 동해안과 경상남·북도 지역 30곳에 풍속 관측기를 설치했다. 지난 9일 포항의 조항산 관측소에서 관측한 결과 그날 포항의 최대 풍속이 15m에 달했다.

원명수 박사는 "산림청 헬기는 초속 10m 이상의 바람이 불면 추락사고 위험이 있어 뜨지 않는다"며 "그런 것을 감안하면 그날 포항을 비롯한 경상도 지방의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9일 서울의 낮 기온이 23.8℃까지 올라갔고 금산 29.1℃, 포항 26℃까지 치솟아 103년 만에 3월 초순치고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며 "고온·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산불이 크게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산불 예방 위해 '산불위험예보시스템' 만들어... 효과는 제한적

원명수 박사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해상황실에서 ‘산불위험예보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명수 박사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해상황실에서 ‘산불위험예보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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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를 위한 연구와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산불과 산사태 등 산림재해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이다.

그중 산림방재연구과는 산불예방과 진화에 관한 연구와 산불발생위험도를 예측·평가하고 있다. 특히 산불 예방하고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현재산불위험지수' '행정구역산불위험등급' '대형산불위험예보' '산불위험통계' '지역별 기상상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과 모바일 웹으로 서비스 되며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산불위험지수는 0~100까지 10단위의 범례로 나타낸다. 만약 해당지역의 지수가 0~10으로 비교적 낮을 때는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80~90, 90~100등으로 산불위험지수가 높으면 각각 주황색과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원 박사는 "지난 8일 산불위험예보시스템에 따르면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에 산불위험 지수가 매우 높았다. 이 지수를 KBS에 전달해 예보했을 정도였다"며 "그렇게 예보를 했지만 주말에 산불은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전 국민을 상대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사용자는 공무원과 관련 기관 등에 그치고 있는 한계점이 있다. 그는 "만약 국민들이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이 산불위험지수를 확인하고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사태·대기오염 등 산불의 2차 피해도 엄청나

산불이 나면 오랜 세월 자라온 나무들이 없어지고 토양도 훼손된다. 하지만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름과 가을철에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면 산사태나 홍수 피해가 더욱 커진다. 산불로 인해 죽은 나무의 뿌리가 힘이 없어져 집중호우가 내리면 주변의 흙과 함께 쉽게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또 산불로 인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도 초래된다. 실제로 불이 나무를 태울 때 CO2(이산화탄소), CO(일산화탄소), CH4(메탄), N2O(이산화질소), NOx(녹스) 등의 기체가 발생한다. 이중 CO2는 85%, 나머지 네 가지 기체는(CO, CH4,N2O,NOx) 15% 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네 종류 기체는 양은 적지만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 IPCC에서도 CO, CH4, N2O, NOx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산불로 대기 중의 연무농도가 짙어지면 피부·호흡기계에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불은 호흡기 질환에 지명적인 PM2.5(입자크기 2.5㎛ 이하) 물질을 다량 배출하기 때문인데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5만6000여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한 순간의 실수로 도미노처럼 번지는 산불. 지난 9일과 10일에 28건의 산불이 났지만, 하루에 51건의 산불이 난 적도 있어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원명수 박사 이력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박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RS & GIS 연구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원 박사는 산불예방을 위해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나 하나쯤이야 하고 무심코 피웠던 담뱃불이 산림을 앗아가고, 풍년을 기원하며 태운 논밭의 불이 번져 소중한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며 "산불이 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복구하는 데는 최소 30년, 완전히 숲의 기능을 하기까지는 50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불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 산불 원인의 절반 이상이 낙뢰와 화산폭발인 미국·캐나다와는 다르다. 그만큼 사람들의 '주의'와 '관심'이 산불을 예방하는 지름길이 된다는 얘기다. 

국립산림과학원 원명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원명수 박사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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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산불, #국립산림과학원, #원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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