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프린스>의 즐거웠던 한때

<달빛 프린스>의 즐거웠던 한때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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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2일에 첫 방영을 했던 KBS 2TV의 북 토크쇼 <달빛 프린스>가 지난 12일 종영했다. 딱 여덟 번 방영되고 막을 내린 것이다. 이유는 시청률 저조.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달빛 프린스> 마지막 회 시청률은 3.3%였다.

TV에서 책에 관한 프로그램은 독서 캠페인의 성격이 짙거나 저자나 명사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를테면 10년 전 방영된 바 있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이하 '책책책') 같은 코너는 양질의 도서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고, '기적의 도서관' 건립을 낳는 등 독서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책책책'은 매우 성공적인 독서 캠페인 프로그램이었다고 할 수 있다.

KBS 1TV의 < TV 책을 말하다 >나 그 후속작인 <즐거운 책읽기>는 매주 몇 권의 책을 선정해 저자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거나 독서계 명사들의 방담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일반 시청자에게 믿음직한 독서 길라잡이로서의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방영된다는 점과 TV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오락성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책을 다룬 방송으로서 '달빛'의 차별성

<달빛 프린스>는 앞서 예로 든 프로그램들과는 차별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일단 새로웠다. 책을 다룬 기존의 프로그램들은 MC든 패널이든 도서평론가나 작가 등 전문가를 등장시켰다. 그에 비해 <달빛 프린스>는 강호동·탁재훈·정재형·용감한 형제·최강창민을 MC로 기용했고 전문성을 갖춘 작가나 명사 대신 연예인을 초청했다. 이것은 '모 아니면 도' 식의 발상이었다고 본다.

일단 MC들의 면면을 보면, 책을 잘 읽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초대 받아 나온 연예인들도 비슷하다. 아마도 제작진은 일반 시청자의 눈높이, 혹은 그 아래에서 출발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동안의 독서 프로그램은 '잘 아는 사람'이 나와서 '잘 모르는 시청자'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런데 <달빛 프린스>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와서 '역시 잘 모르는 시청자'에게 뭔가를 함께 찾아보자고 권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점은 굉장히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본다.

방송 생태계, 예능도 다양성 갖고 있어야

텔레비전에 연예인이 나와서 온갖 신변잡기를 다 떠들고, 그것을 받아 적어서 별별 기사가 다 유통되는 세상이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방송 과정에서 편집되어 재미있는 부분만 오려낸 것이다. 이것이 시청자이 갖고 있는 본연의 흥밋거리이기 때문일까.

이를테면 <달빛 프린스>의 동시간대에 다른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화신>을 보라.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통념을 연예인들의 경험담에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동어반복의 대화'. 그에 비해 <달빛 프린스>는 기획의도 자체가 '한권의 책'을 함께 읽고 '각자의 다른 생각'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차이의 확인'.

지금 필자는 <화신>과 <달빛 프린스>의 우열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TV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면 예능 프로그램도 다양성을 갖고 있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화신>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달빛 프린스>도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더구나 KBS는 공영방송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사에서 단지 시청률만을 이유로 한 프로그램을 두 달 만에 폐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그 프로그램의 사회적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 <달빛 프린스>의 시도는 '모 아니면 도' 식이었고, 결과적으로 실패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모든 실패가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2주 후에 <달빛 프린스>는 이름을 바꾸고, 포맷을 바꿔 시청자를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도 변함없이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고, 잘 아는 사람이 나와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줄줄 설명을 늘어놓는 프로그램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다만 시청자의 눈높이도 매우 편차가 크다는 사실을 제작진이 명심했으면 한다. 너무 낮게 눈높이를 잡아도 시청자는 그 프로그램을 외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MC나 패널의 캐릭터를 초반에 각인시켜야 한다.

<달빛 프린스>의 후속 프로그램이 '책책책'의 성공을 뒤이을 프로그램이 되어 침체된 도서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책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기적'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달빛프린스 강호동 탁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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