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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지슬>과 작품을 연출한 오멸 감독

4.3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지슬>과 작품을 연출한 오멸 감독 ⓒ 이정민

지난 1일 제주에서 먼저 개봉한 4.3 항쟁 영화 <지슬>이 13일 독립예술영화 흥행 기준인 1만 명을 돌파했다. 이날까지 누적 관객은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모두 1만 369명(서울·대구 유료시사회 관객 733명 포함).

공식 개봉이 21일이라 아직 전국적인 개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지슬>은 지역 관객 수로만 1만을 넘기면서 새로운 독립영화 흥행 기록을 만들어 냈다. 특히 영화의 변방으로 전체 인구가 50만 정도에 불과한 제주도에서의 상영만으로 1만 관객을 넘긴 것은 인구비율로 따질 때 전국적으로 천만관객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의미가 크다.

4.3 항쟁의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립영화관 한 곳 없는 지역에서 흥행은 놀라운 성과다. 저예산 독립영화가 전국 관객 1만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영화적 사건으로도 평가된다.

그간 독립영화는 <워낭소리>나 <두 개 의 문> <말하는 건축가> 등 다큐멘터리 영화가 흥행했으나, 극영화가 이토록 주목받으며 선전한 적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공식 개봉일 전 지방에서 먼저 개봉하고 1만 관객을 돌파하기는 <지슬>이 처음이다.

공식 개봉 전 지역 상영만으로 1만 돌파, 영화적 사건

<지슬>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을 차지한 이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브졸 아시아영화제 황금수레바퀴상 수상 등 잇따른 영화제 수상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서울독립영화제를 비롯해 몇 차례 기획전을 통한 개봉 전 특별 상영도 모두 매진되며 관객들의 호응이 컸던 작품이다.

지난 2월 국회 시사회 때는 이례적으로 좌석이 모두 들어차 입석으로 관람하기도 했고, 제주에서 개봉한 1일에는 하루 12회 상영이 모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배급사 측은 오는 15일과 20일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가 마련된 두 차례의 '시네마톡' 행사가 예매로만 모두 매진됐다고 밝혔다.

<지슬>은 4.3 항쟁을 소재로 했지만 희생자들에 대한 '제사'와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다. 제주에서는 4.3 항쟁의 피해 세대인 60~70대 이상 노인들의 관람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 이후 적은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관객 동원력을 보이며 상업영화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오멸 감독과 <지슬> 출연 배우들.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지역민들이 많이 출연했다.

오멸 감독과 <지슬> 출연 배우들.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지역민들이 많이 출연했다. ⓒ 이정민


오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던 때가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4.3 항쟁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되돌리려할 때였다"며 "분노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선동하는 방식이나 감정적인 면을 내세우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이 관객들에게 영화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전문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흑백필름이 빚어내는 영상미, 대사가 제주어로 나와 한글자막이 나오는 것도 화제다. 평단과 영화를 본 관객들 역시 호평 일색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수구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포털 평점에 최하점을 주는 별점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서울중심 문화적 환경에 맞선 오멸 감독의 문화 항쟁

<지슬>의 1만 관객 돌파는 서울 중심의 문화 환경에 지역적 이야기로 맞선 제주 토박이 오멸 감독의 '문화적 항쟁'으로 평가된다. 전례가 없던 제주에서의 우선 개봉을 밀어붙인 것은 오멸 감독의 뚝심이었다. 영화를 통해 4.3 항쟁을 기리겠다는 의지는 흥행 열풍을 불러오며 '지슬의 난'으로 발전했다.

오멸 감독은 제주에서 <지슬>이 주목받는 것에 대해 "지역문화 자체가 세계적일 수 있다"며 지역이야기를 안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영화의 활로를 고려해 보면 그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찍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리를 피해 굴속으로 피신해 있는 주민들.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지슬>의 한 장면

난리를 피해 굴속으로 피신해 있는 주민들.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지슬>의 한 장면 ⓒ 자파리필름


<지슬>이 1만을 돌파했지만 오멸 감독은 <지슬>의 목표는 제주 관객 3만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3만 명 이상이 4.3 항쟁으로 돌아가셨고, 돌아가신 숫자만큼 알려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며 3만이란 숫자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숫자만큼 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 작품의 취지"라는 것이다.

제주에서의 흥행이 크게 성공하면서 21일 공식 개봉 후 이어질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배급사 관계자는 "독립예술영화관들 외에 CGV와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 복합상영관에서도 상영할 계획"이라며 "메가박스 상영관은 어느 정도 협의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독립예술영화가 최대 20~30여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현실에 비쳐볼 때 스크린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봉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높은 관심도 제작사와 배급사 측을 고무시키고 있는 가운데 <지슬>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슬 독립영화 4.3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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