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를 무찌르고 이긴 것"이라고 꼽았다.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를 무찌르고 이긴 것"이라고 꼽았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안철수 세력의 독자 신당화를 간절히 바라는 세력이 누구인가는 자명하다. 안 전 대선후보가 이번에 나서는 게 국회의원 당선만이 목표는 아니지 않겠나. 결국 우리 정치를 혁신하고 재구성하는 게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그 고민을 우리 민주당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1일 대통령선거를 48일 앞두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김한길(60) 의원이 4개월 만에 침묵을 깼다. 그는 민주당 5·4 전당대회 때 당대표 출마를 고심중이다. 그는 9일 <오마이뉴스>와 첫번째 단독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과 민주당의 혁신 방향, 비전, 리더십, 그리고 안철수 독자 신당 추진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11일 귀국을 앞둔 안 전 후보가 4·24 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출마를 결심한 데 대해 그는 "국회의원을 목표로 하겠냐, 결국 우리 정치를 혁신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을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렇다면 안 전 후보도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민주당과 그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목전에 닥친 민주당 노원병 후보 문제에 대해 그는 "우리 지도부가 깊이 고민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말을 아끼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도 "민주당이 작은 정치적 이해로 접근할 게 아니라 대승적 관점에서 이번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낼지 말지 등등 좀 더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을 아꼈다.

또한 그는 지난 대선 패배의 가장 구체적인 이유로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를 무찌르고 이긴 것"이라고 꼽았다. 김 의원은 "우리가 안철수 후보를 무찌르고 이기면 대선에서 진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당시 지도부가 다른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우리 당은 안 후보를 쓰러뜨리고 이기는 전략을 세웠고, 그것이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에게 휘둘린 측면이 있다"며 안 전 후보가 내걸었던 새정치 담론에 비현실적 요소가 많았음을 토로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고 조롱하는 풍토가 현실에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안 전 후보가 정치 자체를 폄훼하거나 왜소화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혁신과 관련해 김 의원은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지 못하면 우리 세력의 미래는 없다"며 "서서히 죽거나 빨리 죽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고심 중"이라며 "많은 사람이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국회 의석 127석이나 가진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면 우리 정치에 희망 없는 것이고, 이는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는 역설적으로 희망이 있어야만 한다"며 "그 숙제는 아마도 5·4 전대에서 뽑히는 새 지도부의 몫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5·4 전대에서 뽑힌 새 지도부가 민주당의 희망을 반드시 말해야 한다"며 "계파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당원이 주인인 정상적인 정당을 만드는 게 혁신의 출발이 될 것이다, 새로운 민주당 더 큰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1995년 정계에 입문했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지난해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지난해 6·9 전대에서는 이해찬 대표에 이어 2위를 했다.

다음은 김한길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10월 재보선 못 이기면, 서서히 죽거나 빨리 죽거나"

그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에게 휘둘린 측면이 있다"며 안 전 후보가 내걸었던 새정치 담론에 비현실적 요소가 많았음을 토로했다.
 그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에게 휘둘린 측면이 있다"며 안 전 후보가 내걸었던 새정치 담론에 비현실적 요소가 많았음을 토로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지난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뒤 어떻게 지냈나.
"몇 달 만에 언론을 만난다. 지난 대선기간에는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대선 선대위에서 아무런 직책도 주지 않았기에 나는 나대로 가리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나중에 세어보니 모두 137개 지역구였다. 대선 패배 이후에는 남들처럼 '멘붕(멘탈붕괴)' 상태였고,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입니다'라는 걸 써서 당 관계자들에게 돌린 뒤 조용히 반성하면서 지냈다."

- 최고위원직 사퇴 당시 유권자 구성비율 변화 등을 당에 경고했지만 결국 대선에서 졌다.
"유권자 구성비율 변화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였다. 2030세대들이 140만 줄고, 5060세대가 560만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700만 정도의 유권자 구성비율이 변한 선거였다.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한 선거여서 나는 선거 초반부터 당원교육을 통해, 또 전략관계자들을 만나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께도 말씀드렸는데 그 점을 등한시한 것 같다. 또 대선 직전엔 공개적으로 '계파와 패권을 쥐고 패배할지, 아니면 계파와 패권을 내던지고 승리할지 선택하라, 안그러면 땅을 치며 통곡하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 왜 그런 경고가 먹히지 않았다고 보나.
"그렇다고 '너는 책임에서 자유롭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책임이 있다. 다만 일부에서 내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 사퇴를 압박했고, 결국 지도부 없는 대선을 치렀으며, 그게 대선패배의 요인 중 하나라는데, 그건 오해다. 이미 문재인 선대위 산하 새정치위원회가 지도부 일괄사퇴를 의결했고, 지도부 가운데 내가 가장 먼저 사퇴한 것이다. 지도부는 나중에 사퇴한 거고. 나는 선대위가 요구하는 대로 따르는 게 대선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했다. 나름대로 내가 가진 걸 내려놨는데, 오해를 산 측면이 있다."

- 가장 심각한 대선 패배 원인은 뭐였다고 보나.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안 후보를 무찌르고 이긴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역시 '우리가 안 후보를 무찌르고 이기면 대선에서 진다'고 경고했었다. 안철수 세력과 힘을 합치는 대선이 돼야지 무찌르면 패배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나 당은 결국 안철수 후보를 쓰러뜨리고 이기는 전략을 세웠고, 그것이 대선 패배를 불렀다. 대선을 여러 번 치른 사람으로서 절박한 심정으로 말했는데 당시 지도부가 다른 선택을 했다."

- 당시 지도부는 대선 승리보다 문재인을 대선 후보로 만드는 걸 더 중시했다고 보나.
"그렇게까지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선을 치르면서 내가 느낀 건 뭐랄까… 하여간 안타까운 일의 연속이었다. 어쨌든 내 주장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한 책임도 내게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을 치르면서 느낌은... 하여간 아타까운 일의 연속이었다"

- 국민들은 대선 패배보다 이후의 민주당의 태도에 더 분개하는 분위기다.
"대선평가위의 중간 보고서를 보면, 당 지도부가 집단적으로 무책임한 상황에 빠져 있다는 응답률이 90%에 달한다. 이런 진단은 5년 전 대선 패배 때와 똑같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나도 당시 명목상 공동선대위원장 중 하나여서 책임지겠다고 했고, 지역구를 내려놓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여의도를 떠났다. 그때는 국회의원 임기가 다 끝나갈 시기여서 그렇게 정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태다. 그러니 그런 식으로 책임지는 게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 나름대로 '민주당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다' 이렇게 말하고 침묵했던 것이다."

- 왜 국민 앞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으로 보인 걸까. 
"'자숙하겠다', '내 책임이 컸다' 하는 분위기가 국민에게 느껴지지 않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 전당대회를 앞두고 규칙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집요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도 국민이 보기에 한심할 거다. 전대 준비위에서 심의 의결한 전대 룰이 비대위에서 뒤집어지고, 당무위가 만장일치로 통과한 룰이 중앙위에서 논란을 벌이다 다시 수정안을 만들고, 이런 게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그러니 참 민망하다."

- 결국 국민은 당내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데.
"언론에서는 주류-비주류 계파 싸움으로 인식하지만 이것도 짚고넘어가고 싶다. 당내 계파 패권주의는 이미 다 아실 테고, 비주류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사조에 빗대면 후기 인상파 같다. 후기 인상파는 인상파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공통점 이외에 일관된 사조나 일관된 공통점이 없다. 우리 당의 비주류가 조직적이고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느냐? 그건 아니다. 그러니 당내 상황을 주류-비주류 계파싸움으로 보는 건 정확한 게 아니다."

-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에게 패했다. 왜 자꾸 진다고 보나.
"4·11 총선부터 얘기하자. 이때 우리 당은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작동이 중단돼 있었다. 우리 당의 당헌 1조에는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에게 나온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4·11 총선을 앞두고 삭제됐다. 그때부터 우리 당의 주인이 애매해졌다. 그러면서 당의 주인 자리에 계파 패권주의가 들어앉았다. 그 패권을 쥔 세력 중 몇몇 사람이 당의 주인 노릇을 하면서 공천권을 맘대로 주무르고, 대선을 주도해 결국 이렇게 패했다."

-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패한 원인이 거기에 있다고 보나.
"국민이 두 번이나 차려준 밥상을 걷어찼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게 아닌가. 지금 민주당의 혁신은 실종된 당의 주인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의 주인은 당원인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 개정 작업이 진행중인데, 나는 당헌에 이 조항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원 재정비가 돼야 한다. 우리 당의 지도부조차 우리 당의 당원이 몇 명인지 모른다. 심각한 문제다.

당원이 주인된 정당이라는 건 선언적 의미뿐 아니라 상향식 의사전달체계를 갖춘다는 뜻에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이건 제도로 보장돼야 한다. 당의 중심을 지도부가 독점할 게 아니라 기득권을 제도적으로 당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 당원이 무엇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책지향성에 있어서도 한미FTA  문제나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 등에 대해서도 당원들의 의사를 묻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내걸었던 구호가 민생제일주의였다. 민생을 앞세우고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정당으로 가는 데, 당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민에게 공천권 줬다? 공천 잘됐다는 얘기 못 들었다"

민주당의 혁신과 관련해 김 의원은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지 못하면 우리 세력의 미래는 없다"며 "서서히 죽거나 빨리 죽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혁신과 관련해 김 의원은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지 못하면 우리 세력의 미래는 없다"며 "서서히 죽거나 빨리 죽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당원중심주의는 국민 참여로 확장된 플랫폼의 폭을 좁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당을 협소화 하자는 게 아니다. 내 땅이 있어야 거기에 뭔가 덧붙이면서 확장이 가능한 거다. 내 땅조차 없이 넓은 운동장을 모두 같이 쓰자는 걸 확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 생각은 당원이 당의 중심으로 버티고 있으면서 지지세력과 우호세력이 규합하도록 하자는 거다. 그것이 당세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해 1·15 전대 때 80만 명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도 치렀고, 당시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대국민 선언도 하지 않았나.
"국민참여경선이라고 했지만 결국 위에 언급한 공천권 등 자리를 차지하는 패권주의로 나타났다.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준다고 했지만, 나는 총선에서 공천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얘기하는 분을 아직도 만나본 일이 없다. 또 총선에서 패하고도 당시 책임지는 모습 없이 오히려 담합을 통해 패권을 강화하려 했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담합은 성공했고, 김한길은 패배했다. 당의 대의원이나 당원들의 투표에서는 이겨놓고도 결과에서는 지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당원과 대의원이 선택한 사람이 대표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 나도 책임을 느낀다. 그때 내가 정말 이겼어야 했다. 결국 더 큰 패배를 좌초한 게 아닌가."

-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낡은 정당정치의 문제점도 꼽힌다. 
"혁신과 새 정치는 이기는 정당이 되는 과정 아니겠나. 다가오는 10월 재보선,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우리 세력의 미래는 없다. 아니 두 가지의 미래뿐이다. 서서히 죽거나 빨리 죽거나. 그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한다."

- 문재인과 안철수가 약속한 새정치 공동선언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짧은 기간에 내놔야 했기 때문에 새정치 담론이 구체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고 더 숙고해야 하는 조항도 많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세비를 30% 깎아야 한다 등의 혁신안이 있고 그걸 의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새 정치의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그런데 민주당은 안 전 후보의 새 정치 담론에 순응했다. 휘둘린 건가.
"안 전 후보에게 민주당이 휘둘린 측면이 있다. 많은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고 조롱하는 게 현실이지만, 정치 자체를 폄훼하거나 왜소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정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재편의 목소리가 있다. 
"안철수가 노원병 출마를 결정한 것도 정치를 혁신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 아니겠나. 그걸 자신이 감당하겠다고 생각했기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본다. 국회의원직을 목표로 출마를 결심했겠나. 안 전 후보도 혼자서 뭐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민주당과 그 고민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떻게 공유하자는 건가? 민주당은 서울 노원병에 후보를 낼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도부가 깊이 고민하고 있을 테니 난 말을 아끼는 게 맞다. 다만, 민주당이 작은 정치적 이해로 접근할 게 아니라 대승적 관점에서 이번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철수 역시 새 정치를 위한 혁신과 야권의 재구성에 대한 자기 몫을 감당할 용의가 있다면, 민주당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크게 보면 안철수 후보나 그를 지지했던 분들은 정치적으로 우리의 친구이지 적은 아니다."

- 안철수 독자 신당에는 어떤 입장인가.
"안철수 세력의 독자 신당화를 간절히 바라는 세력이 누구인가는 너무나 자명하다. 안철수 후보가 국회의원을 목표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건 아닐 거다. 결국 우리 정치를 혁신하고 재구성하는 게 자기 몫이라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그 고민을 민주당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안철수라는 소중한 자산이 우리 정치에서 언젠가는 잘 기능할 수 있게 하는 책임도 우리 민주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은 5·4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 새 지도부에게 어떤 비전이 필요할까. 
"어떤 사람이 내게 물었다. '민주당에 아직도 희망이 남아 있습니까.' 그래서 답했다. '국회 의석 127석이나 가진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면 우리 정치에 희망 없다는 것이고, 그것은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는 것과 같다'고. 민주당에는 역설적으로 희망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숙제는 아마도 5·4 전대에서 뽑히는 새 지도부의 몫이다. 새 지도부가 민주당의 희망을 반드시 말해야 한다. 새로운 민주당, 더 큰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계파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당원이 주인인 정상적인 정당을 만드는 게 혁신의 출발이다."

"한마디만 더 하자, 솔직히 새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이 더 걱정"

- 민주당에 필요한 제1의 과제는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주장이 많다.
"오늘 받은 질문 중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첫번째는 혁신의 리더십이다. 모든 것 앞에 계파의 이해를 앞세울 게 아니라 민주진보 세력의 이해, 중산층과 서민의 이해가 우선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껴안고 놓지 않으려는 리더십이 아니라 당원과 국민에게 기득권 돌려주는, 비우는 리더십이 바로 혁신의 리더십이다.

둘째는 통합의 리더십이다. 특정 세력을 배척하지 말고 우리끼리라도 계파의 벽을 허물고 모두가 하나 돼서 혁신에 동참하고 매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마지막은 이기는 리더십이다. 결국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 통합의 리더십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나.
"나는 따로 계파가 없다. 또 주류는 수적으로 우세하고 강고하다. 그러니 어떤 이유로든 그분들과 함께 뭔가를 꾸려야 한다. 얼마 전 소위 주류로 분류되는 핵심 관계자와 얘기했다. '같이 가야지 나는 누구를 타도하자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들이 김한길을 늘 타도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말이다. 이건 정말 나의 진심이다. 그랬더니, 그는 그냥 웃었다."

-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팽팽한 갈등을 겪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월요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을 향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나도 정말 무서웠다. 트위터에 제1야당이 대선에서 패했다고 대통령에게 야단이나 맞는 신세로 전락한 것은 아니라고 올렸다. 결국 국민을 야단치고 훈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 제도 속 대통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태도다."

-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제1야당 민주당의 태도는 어때야 할까.
"무조건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면 안된다. 집권 초기이니 협력할 것은 최대한 협력하는 게 맞다. 옳지 않은 걸 눈 감아주라는 건 아니다. 한마디만 더 하자. 솔직히 박 대통령 출범 이후 정국을 보면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이 더 걱정이다. 우리 정치에서 그나마 야당은 존재감을 보이지만 여당이 완전히 실종됐다. 여당 없이 제대로 된 야당이 있을 수 있겠나. 정치는 실종되고 또 통치만 남게 됐다."


태그:#김한길, #안철수, #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