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지슬>시사회에서 오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4.3이야기를 담은 영화<지슬>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7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지슬>시사회에서 오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4.3이야기를 담은 영화<지슬>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 이정민


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원한, 역사적인 비극을 소재로 했다지만 이 영화는 적어도 감독에게는 시대 고발의 작품이 아니었다. 연출을 맡은 오멸 감독이 <지슬>의 언론시사회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 참석해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배우 문석범·양정원·어성욱·백종환이 동석한 자리에서 오멸 감독은 한 관객에게 '영화에 제주 4.3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오멸 감독은 "굳이 그걸 왜 담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운을 뗐다.

오멸 감독은 "그건 정부와 학자가 할 일이다. <지슬>을 통해 역사를 바로잡자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그저 (원통하게 죽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었다. 인터넷에 쳐보면 4.3에 대한 자료는 많다. 영화를 통해 관객을 교육하는 건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오 감독의 의도는 관객이 그저 영화를 통해 울고 웃는 것이었다. 이미 전작 <이어도> 등으로 제주 4.3을 다뤄왔던 오멸 감독은 "당시엔 사람들이 보기를 바라는 영화였다면 이번엔 함께 보고픈 영화를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멸 감독은 "<지슬>은 제주도 분들도 보신다. 이미 잔인한 역사를 지닌 분들이 있는데 왜 그 통증을 다시 꺼내야 하나 의문이다"라면서 "그렇게 하면 분노밖에 남을 게 없겠더라. 잔인한 역사를 담기보단 피해자들의 영혼을 치유하며, 관객들이 함께 그들을 위해 제사지내는 마음이었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지슬>시사회에서 오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4.3이야기를 담은 영화<지슬>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7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지슬>시사회에서 오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4.3이야기를 담은 영화<지슬>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 이정민


"전 연극을 하고 영화를 찍는 예술가지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외국에서 상영할 때도 굳이 그들이 우리 역사를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들도 그들 나름의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해외 관객들은 제주도 4.3을 떠올리며 울기보다 자신의 아팠던 역사나 통증을 떠올리며 공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멸 감독)

오멸 감독의 생각은 분명했다. 오 감독은 "해외 관객들도 많이 우셨는데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미안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시기나 상황이 특수한 게 아니라 사람이 총 맞고 죽은 것 자체가 특수한 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배우 문석범 역시 "제주도에서 상영 할 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와서 보고 가시는데 처음엔 내가 영화 출연했다니 기뻐하셨다"면서 "근데 막상 와서 보시곤 아무 말씀을 안 하시더라. 옛날 분들이나 4.3 관련 유족 분들은 아직 그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잘 된 영화라고 박수치기에도 애매하고 통곡하기에도 좀 그렇지 않나. 아마 먹먹하셨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화 <지슬>은 제주 4.3을 소재로 당시 폭도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했던 제주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극영화다. 영화는 지난 3월 1일 제주에서 우선 상영했다. 오는 21일 전국에서 동시 상영한다.

 7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지슬>시사회에서 오멸 감독(왼쪽에서 네번째)이 출연배우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지슬>시사회에서 오멸 감독(왼쪽에서 네번째)이 출연배우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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