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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와 농부의 달력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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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라는 것은 태양·달·바람·비와 같은 온 우주의 삼라만상으로 표현되는 자연 현상이 그물코처럼 연결돼 온전한 조화를 이룰 때만이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서 인간이 한 곳에 정착하고 집단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농사의 기원과 무관하지 않다. 이때부터 사유재산과 계급이 생기고 서로 죽이고 뺏는 전쟁도 농사를 짓게 되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을만큼 농사는 인간의 삶을 지속하는 데 있어서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난히 맹추위를 떨쳤던 올 겨울도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지나고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농사가 시작되는 때가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달력을 볼 때면 항상 찾아보는 게 월초와 월말에 작은 글씨로 표시돼 있는 절기(節氣)다.

절기라는 것은 농사에 있어서는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자연 현상으로 농부에게는 길을 찾아주는 유용한 나침반과 같다. 이것은 농촌에서 전업으로 농사를 짓거나 도시에서 작은 텃밭농사를 짓더라도 똑같다. 나도 도시 텃밭을 시작하면서부터 절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절기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360도를 15도 간격으로 해서 24개 마디의 계절로 나눈 것이다.계절을 나눈 이유는 제철에 농사를 짓기 위한것으로서 '철이 없다, 철 들었다'는 말도 농사의 근본을 지켰던 전통 농업사회에서 생겨난 말이다. 요즘 우리 식탁에 오르는 많은 채소들은 화석연료와 농업기술에 의해 제철도 모르고 생겨난 것들이 대부분이다.

농사 잘 짓는 비결? 달력 보면 된다

농사를 잘 짓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시인(時人)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즉, 때를 알아야만 농사를 잘 짓는 것이고 이것은 사계절의 현상을 이해하는 절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24절기를 직접 몸으로 터득하며 농사 이야기를 담은 책 <24절기와 농부의 달력>은 24절기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과 과학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에 우주의 현상을 이해했던 옛날 사람들의 지혜와 현재에 맞는 절기에 대한 해석과 농사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 안철환은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부이면서 쇠락해가는 농촌을 살리는 귀농운동가이기도 하고 생산없이 소비만 하는 철없는 도시 사람들에게 농사를 널리 알리는 도시농업 전도사기도 하다. 그의 24절기에 대한 해석과 농사 이야기는 구수하면서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옛말은 절기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백로(白露)를 지나 바쁜 밭일이 대충 끝나면 여자들은 잠깐 한가해진 틈을 타 친정집으로 나들이를 가곤 했는데 하필 이때가 전어 철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친정집 간 며느리가 자기 빼고 전어 먹을까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려는데, 집에서는 며느리가 냄새 맡고 오기 전에 빨리 먹어치우려 했을 것 같다."(본문 중에서)

최근의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해 절기력도 혼란을 겪고 있다. 남부지방에서 재배하던 작물들이 중북부 지방으로 점차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우리의 전통 농업문화와 먹거리도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24절기를 알고 살아가는 것과 농사 짓는 지혜를 배워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24절기와 농부의 달력>(안철환 | 소나무 | 2011.07. | 1만2000원)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안철환 지음, 소나무(2011)


태그:#절기력, #절기, #농사, #도시농업,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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