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둘러싸고 법외노조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의 회원 자격을 놓고는 정부가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교원단체로 전교조의 2배가 넘는 회원수를 가진 교총에는 4500여명에 이르는 교원 아닌 자(장학사, 장학관 등)가 포함되어 있지만, 교과부는 지난 2월 21일 법령 해석 질의 답변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교과부는 해직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준 전교조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과부의 이중잣대 논란

장학사의 교원단체(교총) 가입 자격에 대한 교과부의 유권해석 질의 회신. 이 답변에서 교과부는 교총이 교육기본법에 의한 교원단체라 하더라도 교원이 아닌 장학사의 가입 자격 여부는 교총 자체에서 정할 문제이며, 가입 자격을 주더라도 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장학사의 교원단체(교총) 가입 자격에 대한 교과부의 유권해석 질의 회신. 이 답변에서 교과부는 교총이 교육기본법에 의한 교원단체라 하더라도 교원이 아닌 장학사의 가입 자격 여부는 교총 자체에서 정할 문제이며, 가입 자격을 주더라도 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 교과부

관련사진보기


법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장학사나 장학관, 교육연구사와 연구관 등은 교원(교사 포함)이 아닌 교육전문직 공무원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교원단체인 교총에 가입해 있다.

※현행 교육법의 '교원' 정의 관련 규정
초중등교육법 제19조(교직원의 구분) ① 학교에는 다음 각 호의 교원을 둔다.
1.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공민학교·고등공민학교·고등기술학교 및 특수학교에는 교장·교감·수석교사 및 교사를 둔다.
② 학교에는 교원 외에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등 직원을 둔다.

교육공무원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교육공무원"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1.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원 및 조교
2. 교육행정기관에 근무하는 장학관 및 장학사
3. 교육기관, 교육행정기관 또는 교육연구기관에 근무하는 교육연구관 및 교육연구사
⑦ 이 법에서 "전직"이란 교육공무원의 종류와 자격을 달리하여 임용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 ③ 교원은 교육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 지식을 습득하게 하며,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교원단체의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초중등교육법 제19조에는 교원을 교장, 교감, 수석교사, 교사로 구분한다. 또, 교육공무원법 제2조는 '장학관, 장학사, 교육연구관, 교육연구사'는 교원이 아닌 별도군(교육전문직)의 교육공무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 역시 "교원은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 지식을 습득하게 하며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장학사는 학생을 지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원에 포함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장학사도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경우 교사로 전직할 수는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2조 제7항에서 교사가 장학사가 되거나, 거꾸로 장학사가 교감이나 교장이 되는 것을 교육공무원의 종류를 달리하는 '전직'이라고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장학사가 교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 초중등교육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장학사, 장학관 등은 법적인 의미에서 교원이 아님이 명확하다. 그렇지만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 거의 대부분이 교원단체인 교총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2010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상임위에 보고한 '2010년 교원단체 가입자현황'에 의하면 서울, 경기 등 대부분의 시도교육청 소속 교육전문직이 교총 소속으로 그 비율이 99.7%에 이른다. 전체 4500여명의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이 한국 교총 소속이라는 의미다.

현행 교육기본법 제15조(교원단체)는 "교원이 교원단체를 조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교총은 이 조항에 의하여 설립된 교원단체이다. 이 때문에 교육전문직인 장학사, 장학관이 어떻게 교원단체에 가입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교총 4500명은 괜찮고, 전교조 20명은 안 된다?

이전에도 장학사가 교원단체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2012년 3월 강원도 교육청은 교원 아닌 장학사의 교원단체 가입 자격에 대한 유권해석을 교과부에 의뢰하였는데 이 때에도 교과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교육청과 교과부 교원단체 담당자는 통화에서 "교육기본법 제15조는 교원에게 교원단체를 조직 구성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준 것이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 금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원이 아닌 장학사의 교원단체 가입이 문제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교총이 사단법인의 성격도 가지고 있으므로, 장학사를 회원으로 할 것이냐는 교총이 내부 정관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2월 26일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한 교원노조법의 관련 조항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 강영구 민주노총 법률원 자문변호사, 변성호 전교조 사무처장,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왼쪽부터)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뒤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인권위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전교조 '해고자 배제 노조법' 인권위에 진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2월 26일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한 교원노조법의 관련 조항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 강영구 민주노총 법률원 자문변호사, 변성호 전교조 사무처장,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왼쪽부터)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뒤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인권위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전교조는 교원노조이기 때문에 현직 교원만 조합원 자격이 있지 해고자 가입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제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 주장일 뿐 아니라 다른 노조와 형평성 부분에서도 맞지 않는 이야기다. 더욱이 같은 교원단체인 전교조와 교총에 대해서 들이대는 자격 기준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교총은 교원단체이지만 교원들로만 구성할 의무가 없으므로 현직 교원이 아닌 장학사 등의 가입 자격은 교총이 알아서 내부 정관으로 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교총 정관 세칙 제2조(회원의 자격)는 "4. 교육기관, 교육유관기관 및 단체, 교육행정기관, 교육연구기관의 장학직, 연구직 및 연구원"라고 하여 이들의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1997년 교육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제15조(교원단체) 제2항에서 "교원단체의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정해진 법이 없다는 점이다.

즉, 이 교육기본법 조항에 의해 교총이 유일한 합법적인 교원단체의 지위를 보장받고 있고, 교원의 근무조건, 복지, 전문성 향상 등에 대한 교섭을 교육부, 교육청과 하고 있지만 그 단체의 설립, 구성, 운영, 해산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셈이다. 전교조에 대해서는 설립 당시부터 사사건건 법 조항을 언급하면 간섭했던 정부가 교총에 대해서는 설립, 운영, 해산 등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규정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무유기도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

교원단체인 교총이나 교원노조인 전교조나 자율성이 운영의 핵심원리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교총의 설립이나 운영에는 들이댈 기준인 최소한의 대통령령 자체가 없고(정부가 대통령령을 만들지도 않고 있음), 전교조에는 상위법에도 없는 규약 시정 명령 불이행을 근거로 한 법외노조 통보 조항을 대통령령에 넣어서 합법노조의 지위를 빼앗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교총에는 과도하게 자율성을 보장하여 최소한의 규제를 위한 근거 법령도 안 만들고, 전교조에게는 과도하게 자율성을 제약하여 전교조의 합법 지위 자체를 박탈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정부가 현직 교원이 아닌 해직교사 20여 명이 가입한 전교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현직 교원이 아닌 자 4500명이 가입되어 있는 교총에도 똑같은 자격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면 정부는 전교조와 교총에 똑같이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맞다.  이것이 "100% 대한민국"을 말하는 박근혜 정부에 걸맞은 태도다.


태그:#전교조, #교총, #이중잣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