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 JTBC


JTBC 주말드라마 <무자식 상팔자>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25일 방송분에서 시청률 10.715%(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 이하 동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그토록 염원하던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한 것이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아들 녀석들>보다도 높은 수치다. 거액의 원고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드라마작가 김수현의 저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김수현 드라마'가 써 내려간 종편의 역사

당초 <무자식 상팔자>의 성패는 해당 방송사인 JTBC 뿐 아니라 모든 방송 관계자들의 관심사였다. 대부분의 종편사가 자금 압박을 이유로 드라마 제작을 중단한 상태에서 JTBC가 TV 조선이 포기한 <무자식 상팔자>의 제작을 결정하며 사실상 '마지막 도전'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JTBC가 대규모 언론 시사회와 제작 발표회 등을 통해 <무자식 상팔자> 홍보에 열을 올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무자식 상팔자>가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데에는 집필을 맡은 드라마작가 김수현의 존재도 한 몫 했다. 45년간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며 숱한 화제작과 히트작을 쏟아내는 김수현과 그의 파트너 정을영 PD가 과연 종편에서도 성공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지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진 것이다. 지상파에서 절대 권력을 자랑한 '김수현 드라마'가 종편과 함께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섰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종편과 김수현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첫 회 시청률 1.683%로 시작한 <무자식 상팔자>는 방송 4주 만에 시청률 4%대에 진입하며 역대 종편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고, 12회에는 JTBC가 꿈에도 바라던 '마의 5%'를 넘어서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24회에 불가능할 것만 같던 시청률 7%대를 넘어서자 JTBC는 <무자식 상팔자>의 9회 연장을 결정했다. 종편 역사 상 최초의 드라마 연장이었다.

31회에 8%, 33회에 9%를 넘어선 <무자식 상팔자>는 결국 종영 2주를 앞둔 35회 방송분에서 전국 시청률 10.715%, 수도권 시청률 11.505%라는 대기록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시청 점유율은 무려 38%로, 동시간대 방송 된 드라마 중에서 단연 1위였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김수현의 손끝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회당 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원고료의 가치를 그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김수현과 함께 한 지난 4개월간 JTBC는 종편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역대 최고 시청률, 역대 최고 점유율, 역대 최초 두 자릿수 시청률, 역대 최초 드라마 연장, 역대 최초 동시간대 드라마 1위 등 '최고'와 '최초'를 달고 살았다. 채널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물론이고 종편도 재밌게만 만들면 시청자들을 잡아 끌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종편사들 역시 슬슬 드라마 제작을 고민하는 눈치다. "<무자식 상팔자>는 '종편의 모래시계'가 될 것"이란 호언장담이 과연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변화의 기로에 선 종합편성채널 4개사

변화의 기로에 선 종합편성채널 4개사 ⓒ 각 방송사


김수현 떠난 종편, 문제는 지금부터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무자식 상팔자>의 성공은 '김수현 드라마'가 45년간 구축한 높은 브랜드 가치와 탄탄한 고정 시청 층 덕분에 가능했다. <무자식 상팔자>의 종영과 함께 김수현이 종편을 떠나는 2주 후에도 이 기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지금의 성공에 취해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지 못한다면 후속작의 실패는 막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최근 JTBC는 <가시꽃> <궁중 잔혹사-꽃들의 전쟁>(이하 궁중 '잔혹사') <세계의 끝> 등 드라마 라인업을 구축하고 종편 4개사 중 가장 발 빠르게 안방 공략에 나섰다. 작가, 연출, 배우 등에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다만,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스토리에 집착하는 깊이 없는 제작 행태는 여전한 아쉬움을 남긴다. 빈약한 실험정신과 편중된 장르 또한 종편의 한계를 여실히 실감케 한다. 미안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구난방 편성 전략 또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홈드라마인 <무자식 상팔자>로 주말 9시 시간대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연속성 측면에서 후속작도 홈드라마 장르인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JTBC는 사극인 <궁중 잔혹사>를 후속작으로 편성했다. 참 뜬금없는 선택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시간대에 맞는 일관성 있는 장르를 배치해줘야 혼란이 덜하다. 주말 드라마의 절대강자 KBS가 주말 8시 시간대에 홈드라마만 주구장창 방송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중심이 서 있지 않은 드라마 편성은 시청자 이탈을 가속화 시킬 뿐 아니라, 그 시간대 드라마의 정체성마저 혼탁하게 만든다. <궁중 잔혹사>의 성적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현재, 자칫 <무자식 상팔자>의 반도 못 미치는 시청률이 나온다면 종편에 대한 회의론은 다시 고개를 들고 말 것이다. 처절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종편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여전한 것 역시 생각해 볼 문제다. '날치기'라는 비정상적 방법으로 탄생했고, 제 18대 대선 기간 동안 강한 정치색을 드러낸 종편에 대해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썩 좋지 못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 거부감'이 잔존해 있는 것이다. 지상파처럼 충성도 높은 시청 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적어도 노골적인 정치색으로 특정 당을 지지하는 행태만큼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 JTBC를 위시한 종편이 <무자식 상팔자>의 성공에 힘입어 변화의 시기에 접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기세를 일시적인 것으로 끝내느냐, 아니면 계속 이어가느냐는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려있다. 개국 1년을 넘긴 이 시점에 종편은 과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김수현이 떠나는 2주 뒤, 다시 쓰여 질 종편의 역사에 대중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무자식 상팔자 김수현 작가 종합편성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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